최옥란 열사가 투쟁했던 모습.

3월 26일은 최옥란 열사가 돌아가신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진보적인 장애운동진영은 벌써부터 420차별철폐공동기획단이라는 이름 아래 모여 최옥란열사의 기일에 맞춰 이날을 420 차별철폐투쟁 선포의날로 기획중이다.

그런 가운데 열사가 한때 함께 활동했던 한국뇌성마비장애인연합(http://www.barrom.com)前 한국뇌성마비연구회 바롬)의 운영위원인 김미송씨의 감동적인 편지가 게시판에 올라와 이를 소개할까 한다.

열사가 걸어갔던 삶과 투쟁을 되새기며 살아남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다시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보고싶은 (준호 엄마)옥란 언니께

언니, 옥란언니, 정말 오랜만에 부르는 언니 이름이다. 그치?

언니가 나와 많은 사람들 곁을 떠난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가네. 마지막 가는 길까지 경찰들과 싸우던 그날 텅빈 납골당에 언니를 홀로 두고 돌아서던 순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어쩔 줄 몰랐지. 그 순간이 얼마나 내 맘이 아프던지….

편히 쉬고 있겠지? 언니가 있는 그곳은 물론 참 좋은 곳일 꺼야? 아마 그곳에는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느끼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여성이기에 겪는 차별도 그로 인한 아픔도 없는, 사랑과 질서가 있는 좋은 곳일 꺼라 생각해.

언니 난 언니가 내 곁을 떠난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동안 언니가 왜 세상 속에서 싸워야 했는지 이젠 알 것 같아. 여성으로 느낀 모멸감, 장애인으로서의 무기력과 엄마로서의 좌절감을….

이 모든 것이 다 언니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제 여성이고 장애인이라면 겪는 비극적인 현실이란 것을 느꼈어. 그리고 이젠 알 것 같아. 얼마나 외로워 한지도….

언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언니의 불행이 지극히 언니의 개인사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나조차도 언니를 조금은 잘못된 편견으로 바라본 점…. 그런 일들이 지금 내 가슴을 제일 아프게 해.

하지만 난 생각해 아직 나가 할 일이 있다는 것, 아직은 그 일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지만, 이 세상에 살아있는 우리 모두가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어.

다시는 장애인 엄마가 내 아이를 내 손으로 키울 수 없어 다른 사람에게 보내면서 가슴 아픈 일이 없게….

난 아직도 기억해. 엄마와 헤어지기 실어 문앞에서 서성이던 준호 모습을…. 그리고 몸이 아픈데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받지 못 하는 일도 없게, 그리고 아내로서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아름다운 여성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 내가 있는 자리에서조차도 남편에게 언어 폭력을 당하는 언니를 보며 나 너무 화가 난적이 많았잖아.

그래 언니. 지금은 자신도 없고 능력도 없는 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할 수 있으리라 믿어.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니까….

조금은 지치고 때론 힘들겠지만 남아있는 내 몫, 아니 우리 모두의 몫이다 생각해. 그래서 이 다음에 언니를 만나면 자랑스럽게 이야기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동안 이런 세상을 만들었다고, 언니가 바라던, 아니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을, 모든 사람들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고, 일을 할 수 없는, 장애가 있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삶을 아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고, 그래서 세상은 장애인이란 말이 더는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됐다고 자랑스럽게 말 할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어.

언니 나 언니 많이많이 보고싶다. 눈이 내리는 오늘밤은 언니가 좋아하던 천상재회를 듣고 싶다….

우리 술이나 한잔 할거나???

2003년 겨울 어느 날…

이것밖에 못살아서 미안한 미송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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