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계 장애를 가진 여성장애인 도나트(Donnate·42)씨는 베를린에서 3년전 탄트라 마사지 업소를 통해 만난 섹슈얼베글라이터린으로 부터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고 있다. 오랜시간 가족이나 주변사람들로 인해 성을 금기시하는 분위기에서 살아온 그녀는 탄트라 마사지를 처음 받고 나서 성과 자신의 몸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이는 지난 1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열린 ‘장애인 성 서비스 연구를 위한 유럽연수 보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으로 독일 ISBB(장애인 자기결정 상담소)를 통해 성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한 여성의 사례다.

장애여성의 눈으로 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담론을 확장시켜보고자 하는 것이 계기가 된 이번 연수는 장애여성공감이 한국장애인재단의 지원을 받아 지난 6월 22일간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의 관련 단체들과의 간담회, 워크샵과 당사자 인터뷰 등으로 이뤄졌다.

배복주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최근 한국사회에서 회자되고 있는 장애인의 성적권리에 대한 주된 담론은 ‘성적인 욕구 해소’라는 장애남성 중심의 시각과 주장이었다. 이 주장의 근거가 되는 유럽의 성 서비스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국내에 대안으로 소개되었던 ‘장애인 성서비스 업소’를 찾아 현장의 제공자와 이용자들을 만나 국내의 상황과 비교해 알리고자 했다”고 연수배경을 전했다.

19일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당에서 장애여성공감이 장애인 성서비스 연구를 위한 유럽연수 보고대회를 열었다. ⓒ에이블뉴스

존중받을 권리와 사랑받은 권리

연수팀은 독일에서 장애인 성 서비스에 대해 집중적으로 시간을 할애했다. 방문한 곳은 장애레즈비언과 장애여성들의 네트워크 바이버네쯔(Weibernetz e.V.)와 ISBB(장애인 자기결정 상담소), 장애인 독립생활센터 ASL 등이다.

이중 섹슈얼베글라이퉁(Sexualbegleitung), 바디페인팅 등 ISBB가 택하고 있는 성 서비스 방식들이 관심을 끌었다. ISBB는 장애당사자들과 제공자인 섹슈얼베글라이터(남성)/린(여성)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직접적인 상담과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ISBB에 따르면 ‘성적동행’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섹슈얼베글라이퉁은 보통 탄트라 마사지를 통해 이뤄지는데 직접적인 성관계를 맺는 것이 아닌 제공자와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당사자의 교감을 통해 장애인이 자신의 성적권리와 가능성 등을 인식하고 심리적으로 치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도나트 씨는 “장애인들이 이를 통해 긍정적인 정신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독일 내에 섹슈얼베글라이퉁이 잘 알려지지 않아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 성매매를 택하는 장애인들이 있기도 하고 부정적인 인식에 부딪치게 도기도 한다”며 “장애인의 여가를 위해 지급되는 정부보조금에 섹슈얼베글라이퉁을 위한 비용이 포함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연수팀 지성 활동가는 “도나트 씨는 섹슈얼베글라이퉁 서비스를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우리 안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을지가 고민되는 지점”이라고 의견을 냈다.

연수팀 타리 활동가는 “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여성이고, 탄트라 마사지에서 얘기되는 영적교감이 장애인의 성 서비스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연수팀은 ISBB가 장애인의 몸에 대한 당사자들의 인식전환을 기본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장애인의 성적권리가 장애인의 독립생활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장애인의 성적권리가 어디까지 제도권으로 담보돼야 하는지 △제도화가 가져오는 인권침해 가능성은 무엇인지 △신체장애 외에 다양한 감각·정신상 장애 영역들에 따른 성 서비스는 어떤 차이를 가지는 지 등을 향후 남겨진 과제로 꼽았다.

이러한 장애인 성 서비스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시선도 여전히 존재했다. 바이버네쯔 공동디렉터인 브리짓과 마티나는 “성서비스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닐 가능성이 많다. 누구나 섹슈얼리티에 대한 권리가 있고 필요한 경우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성 서비스에 대한 것은 아니”라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성매매가 합법화된 독일에서 장애인을 위한 특화된 서비스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고 성서비스의 개념과 법위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타인과의 언어, 신체적 접촉과 타인에게서 들은 몸에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이 자긍심을 높이고 권리확보 투쟁에는 힘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섹스 행위 자체는 성매매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전했다.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잉게마리 교수는 북유럽에서 장애인의 성적권리는 프라이버시나 독립생활과 관련해서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잉게마리 교수는 “성과 몸 건강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제공받는 것과 정체성과 젠더에 관한 고민들까지 아우르는 성적만족을 권리로 개념화 하는 것은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존중받을 권리는 있지만 사랑받을 권리는 없다”고 마무리했다.

공감은 이번 유럽연수 결과를 담은 자료집 '꼭 그것만도 아닌, 꼭 그런것도 아닌'을 1만원에 별도로 판매하고 있다. 문의는 02-441-2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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