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진행된 삭발식에서 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 김소영 이사가 삭발을 한 후 울음을 참고 있다. ⓒ에이블뉴스

“차별과 폭력! 참을 만큼 참았다. 정부는 장애여성 정책을 수립하라!”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준비위원회(이하 연대)는 12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장애여성권리쟁취를 위한 삭발식을 갖고, 정부를 향해 장애여성권리보장법 제정을 비롯한 장애여성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장애여성권리보장법 제정, 장애여성 모성권·재생산권 보장, 장애여성 양육권리 보장·지원책 수립, 장애여성 가정폭력상담소·단기쉼터 설치, 장애부모 및 자녀 독립상담센터 설치 등이다.

이날 연대 박지주 대표,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송정아 사무국장, 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 김소영 이사는 장애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삭발 투쟁에 참여했다.

우리나라 장애여성이 겪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알리고, 이를 해소하겠다는 내용의 장애예술인들의 퍼포먼스가 끝나자 진행된 삭발식. 참여자들의 몸에 하늘색 가운이 하나씩 둘러졌고, 곧이어 이발기에 의해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

동료들의 머리카락이 한 움쿰씩 없어질 때마다 연대 소속의 여성장애인들은 흐느끼면서 눈물을 훔쳤다. 삭발식 도중 참여 장애여성이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내자 수건으로 닦아주며 다독이기도 했다.

이들이 본인의 머리카락을 자르면서까지 알리고 싶었던 것은 다중차별을 받는 장애여성들의 현실이었다.

장애여성권리쟁취연대 준비위원회 박지주 대표가 삭발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연대에 따르면 장애여성은 남성장애인에 비해 교육과 건강, 취업, 소득 등에서 매우 취약하기만 하다. 가부장적 문화 속에서 여성이면서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다중차별에 도출돼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장애여성은 아이를 낳아도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열악한 지원에 눈물로 양육을 하고 있다. 가정폭력에 노출돼도 전용 쉼터가 적어 이용이 힘들고, 이 마저도 편의시설이 미흡한 상황이다.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아이들은 부모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지만 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는 없다. 박 대표는 "제 자녀가 찐따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부모가 장애인이니까 아이도 찐따라고 한 것"이라면서 "이를 전반적으로 지원할 상담센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의료기관이 비장애인 위주의 의료기기를 통해 진료 및 검사를 하다보니 여성장애인은 의료서비스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다중차별에 노출된 장애여성의 역량강화를 위해서는 평생교육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지원은 미비하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김소영 활동가는 "어린시절에는 친아버지에게 가정폭력을 당했다. 시집을 가서는 시어머님과 시아버지에게 언어폭력을 당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를 방관했고 오히려 사과를 하라는 식으로 나무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가정폭력을 피해 경찰서로 갔지만 도와줄 수 없다면서 민간단체에 문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 곳에 전화를 하니 비장애인은 도와줄 수 있고 장애인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도움을 받지 못해 죽고 싶은 적이 너무 많다"면서 "가정폭력을 당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송정아 사무국장은 "나는 활동지원서비스가 마련되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 정부에서 자녀양육을 위해 시행하는 홈헬퍼 혜택을 알지 못했고 이마저도 받지 못했다"면서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제도가 현실적으로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장애여성을 위한 독립적인 쉼터 설치를 요구하고 있는 여성장애인. ⓒ에이블뉴스

장애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하라는 내용 등이 담깃 피켓을 들고 있는 참여자들. ⓒ에이블뉴스

다중차별을 겪는 여성장애인의 현실을 알리는 퍼포먼스. ⓒ에이블뉴스

12일 서울 광화문 세종정부청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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