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여성장애인들이 정부와 국회를 향해 "장애가 있는 부모와 아이가 안전하고 평등하게 지역 공동체 안에서 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등 장애계의 주요 현안들에 밀려 후순위가 된 장애인 부모의 모부성권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여성장애인들이 국회에 모였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등 3개 단체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부모의 양육지원정책 부족과 오류로 당사자들은 고통 받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부모와 아이가 함께 안전하고 평등하게 지역공동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개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장연 등에 따르면 전체 장애인의 수는 200만 1112명(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보건복지부). 여성장애인은 109만 3608명이고 이 가운데 임신을 경험한 사람은 47만 4626명(43.4%)이다. 즉 전체 여성장애인의 절반가량은 임심을 경험한 셈이다.

하지만 임신출산과 가사노동을 해야 하는 여성장애인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지는 한계 때문에 결혼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욱이 임신·출산에 대한 정보와 심리 정서적 변화에 동료상담이나 교육 등 지원정책이 미비해 장애인 부모는 자녀양육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출산가구에게 6개월 80시간의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을 추가 지급하고 있는데, 장애인가구 양육활동의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아이는 한살을 전후해 왕성한 활동을 하고 2-5살에는 가정에서 가장 안전사고가 많이 나는 시기로 활동지원제도 내의 양육지원으로는 장애인부모와 자녀의 권리를 보장하기에 역부족이다.

정부와 지자체(서울 등)는 각각 양육돌봄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두 곳이 운영하는 양육돌봄지원사업이 각각 중복사업으로 분류돼 장애여성은 한 서비스만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여성가족부는 아이돌보미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 비장애 구분 없이 저소득층에게 연 600시간(30일 기준 1일 2시간가량)의 돌봄인력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는 자체적인 예산으로 홈헬퍼(육아도우미) 지원사업을 통해 장애인부모에게 자녀양육을 위한 인력을 월 80시간 내에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두 제도를 모두 이용해도 1일 4시간(30일 기준) 정도의 돌봄서비스를 받는 정도인데, 중복서비스라는 이유로 단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실정이다.

더군다나 활동지원서비스 지원인력과 홈헬퍼의 육아도우미는 동시에 이용할 수 없다. 장애인 당사자 고유의 활동지원과 육아지원을 구분 않고 장애인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 지침이라는 게 이들 단체의 설명이다.

"남편의 폭언과 고압적인 분위기를 참다 못해 경찰에 신고했어요. 남편이 욕을 많이 하고 때릴 것만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욕은 폭력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지체1급 서울 강서구)"

"남편의 폭억이 심해 여성의 전화에 전화해 도와달라고 요청을 했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면서 남편을 자극해 맞고 그 때 경찰에 신고하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지체 1급 서울 양천구)"

"남편의 폭력으로 자녀들과 피할 곳을 찾았으나, 장애를 가진 제가 머무를 수 있는 쉼터는 없었습니다. 결국 자녀들과 인근 모텔을 전전해야 했어요.(지체 1급 인천)"

결혼을 한 장애여성들이 남편의 폭력에 노출돼 있지만 이런 상황에 대응하고 피할 수 있는 안전망은 매우 부족하다. 상담소와 쉼터는 비장애인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장애인지적 관점이 부족해 다른 소외와 차별을 양산하고 있다.

특히 장애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폭력에 노출됐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 역시 부재한 실정이다.

(왼쪽부터)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소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 장애인 당사자 김소영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여성자립생활센터 파란 박지주 소장은 "현재 활동지원서비스와 홈헬퍼 서비스를 동시에 받을 수 없다. 가사도움을 받아야 할 시간에 아이가 오게 되면 홈헬퍼를 불러야 하지만 이게 안 되는 것"이라면서 "이는 정책적 오류고 동 시간에 활보와 상관없이 홈헬퍼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장애인부모는 홈헬퍼와 아이돌봄서비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서비스를 받아도 이 시간으로는 턱 없이 부족하다. 이런 정책 때문에 장애인 부모는 사람을 고용하고 적금을 깨야하는 상황"이라면서 "두 지원사업에 대한 중복지원이 가능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 제공자가 아이를 업고 먹이고 닦이는 동안 여성장애인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못 받아 화장실을 가고 싶어도 참아야 한다"면서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특성과 정도에 맞게 제공하고 양육은 양육전문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정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를 반영시키기 위해서는 높은 벽을 넘어야 한다.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이다. 복지부와 여가부에 어떻게 싸울지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어려운 싸움을 시작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있는 우리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자"고 독려했다.

장애인당사자 김소영씨는 "남편의 폭력에 힘들어서 파출소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파출소에서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갈 곳이 아무 곳도 없었다"고 비토한 뒤 "장애인을 위한 가정전문상담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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