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근 교수는 세미나에서 타는 곳에 편의시설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내리는 곳에 편의시설이 없으면 그 교통시설은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장애인의 실질적인 편의를 위해서는 편의시설 상호간의 연계성을 갖도록 설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건국대 강병근(건축학과) 교수는 지난 7일 국립재활원 강당에서 열린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와 인식개선'에 관한 세미나에서 "편의시설은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편리해야 하며 안전과 편리는 이동(이동권)과 접근(접근권)에서 시설의 이용(이용권)에 이르기까지 함께 제공돼야 그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이 외출을 거의 하지 않거나 1년에 몇 회 정도인 경우가 11.7%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장애인의 92.7%가 TV시청이나 라디오 청취로 여가를 보내고 있다고 조사됐다.

그 이유로 응답자의 64.5%가 외출 시 편의시설의 미비로 인한 불편이 크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이 가운데 59%가 계단 및 승강기 이용이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대중교통수단(52.5%), 주위의 시선(42.6%), 동반자 없음(34.6%), 화장실(28.2%), 출입구 및 출입문(23.2%), 점자블록과 교통신호(15.5%)의 순으로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강 교수는 "타는 곳에 편의시설이 아무리 잘 갖추어져 있어도 내리는 곳에 편의시설이 없으면 그 교통시설은 '무용지물'"이라며 "아무리 잘 갖추어진 편의시설이 있는 곳이라도 그 시설을 이용하기까지의 연계된 편의시설이 없으면 그림의 떡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강 교수는 "장애는 개개인의 몸이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활 환경 속에 붙어있는 것"이라며 "생명을 위협하거나 사용하기에 불편(혹은 불가능)한 생활환경 속의 장애물만 없으면 장애인도 몸에 지닌 장애를 장애로 느끼지 않고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진정한 편의시설은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닌 '장애인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대안이어야 한다"며 "장애인을 위해 무엇을 만든다는 생각보다는 주변에 널려있는 장애물을 치워서 장애물 없는 세상을 만들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강 교수는 "편의시설의 연계성 부족과 함께 관련부처의 이해부족으로 인해 잘못 설치되거나 관리·이용되는 데 따른 이용의 불편과 위험 또한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관련공무원뿐 아니라 시설주, 건축 설계자, 건설 관계자, 장애당사자 등 편의시설에 대한 시각의 재정립이 필요하고 편의시설에 대한 적용을 확대할 수 있는 법적 보완 장치와 국가차원의 재정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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