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현장견학/부산 중구자원봉사센터

우리 나라에서 6세부터 18세까지의 국민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것이 즐거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가는 것이 얼마나 싫었으면 일부러 눈병을 만들어서 학교를 안 가려고 했을까.

방학은 학생들이 학교의 꽉 짜인 규범생활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해방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해방감을 다시 옥죄는 것이 있으니 이른바 봉사활동이다. 중·고등학생은 누구나 봉사활동을 1년에 20시간씩 채워야 한다.

봉사활동이 뭔가. 자원봉사의 중요한 덕목은 스스로 한다는 자발성과 공익성 그리고 무보수성이다. 그런데 첫째 덕목인 자발성은 물 건너간지 이미 오래다.

학교에서 시간 채우라니까 어쩔 수 없이 봉사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이웃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따뜻한 마음을 발견하고는 보람과 감동을 느끼는 아름다운 청소년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 여러분들은 ‘나’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고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과 태도를 길러 여러분들의 ‘건전한 인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봉사활동을 통해 나와 이웃과의 관계, 나와 자연과의 관계를 새롭게 살펴보고 자신의 삶에 대해 반성해 봄으로써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의 설명이다.

언뜻 보면 이처럼 건전한 인격 형성을 위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발벗고 나선 것 같은데 그 실상을 좀 들여다보자. 어디서 어떻게 봉사활동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 학생들이 정보공유를 위해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사이트 지식 검색에 올라오는 봉사활동 관련 질문들을 보면 대부분이 어디가면 힘 안들이고 시간을 잘 주는가이다. 질문하는 사람도 그렇지만 답변도 참으로 가관이다.

도서관 같은데 가면 에어컨도 있고 책 몇 권만 꽂아주고 찡(?) 박혀 있어도 시간 잘 준다. 어디가면 힘든 일 시키고 시간 잘 안주니 절대 가지 마라. 어디는 일만 시키고 점심도 안주더라. 어디는 눈치 보면서 놀아도 시간 잘 준다. 심지어 우리 아버지 회사에서 봉사활동해도 되는가 하는 질문도 있다. 고 3인데 활동 안하고 시간만 주는 곳은 없는가. 동사무소에 가니 필요없다고 하던데 봉사활동 안 시켜 주는 것은 죄가 안되는가라는 귀여운 질문도 있다. 그리고 제일 쉽고 간단한 일은 피 뽑는 일, 즉 헌혈이라고 알려주는 답변은 단연 압권이다.

그런데 며칠전 어느 사이트에 올라 온 질문은 너무나 황당해서 웃을 수도 없다.

봉사활동과 자원봉사의 차이점을 모르겠으니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하라고 하면서 자원봉사의 기본도 가르치지 않고 무조건 시간만 채워 오라고 하였을까. 학생들을 그렇게 내모는 교사들은 과연 자원봉사의 의미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20시간을 할당한 교육청 관계자들은 이런 사실들을 알기나 할까.

지금 이 시간에도 봉사활동 확인서를 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릴 청소년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 글은 8월 6일자 국제신문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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