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오)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국회방송캡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이 22일 보건복지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각 지자체별로 지정된 ‘장애친화 산부인과’가 장애여성을 위한 의료장비와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이날 국감장에서 강 의원은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 표준 개발 연구보고서’ 속 실제 장애인들의 불편 사례를 하나하나 언급했다.

# 뇌병변 장애인 A씨는 장애친화 산부인과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을 때, 문이 좁아 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했다. 휠체어에서 내려 기어서 체중계에 올라갔고, 진찰실에서 치마만 벗고 검사를 진행했다. 나중에는 미리 집에서 몸무게를 측정해 갈 수밖에 없었다.

# 시각 장애인 B씨는 분만 중 서류 동의서 항목 읽어줬지만, 내용 파악이 어려웠다. 입·퇴원 주의사항을 읽어주는 간호사가 적었다. 혈압을 측정했지만 직접 수치를 적지 못하니 헤맸고, 초음파 영상을 재생해주는 서비스 역시 터치라 이용이 어려웠다.

# 청각 장애인 C씨는 농아인임을 알렸지만, 초반에 주로 말로 안내를 받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 결국 필담으로 대화를 나눴다. 수화 통역사 서비스는 평일 단 2시간밖에 지원되지 않아, 출산 시 통역사가 계속 동반해 대기하기 어려웠다)

지난해 6월∼12월, 보건복지부는 장애친화 산부인과 서비스에 대한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전국 15개 장애친화 산부인과 중 6개 병원(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전남미즈아이·전남강진의료원·진주고려·현대여성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6개 장애친화 산부인과에 대한 현장확인 체크리스트.ⓒ강선우의원실

체크리스트 결과에 따르면 특히 의료장비와 진료환경 부분에서 장애친화 산부인과의 부족한 점이 드러났다.

침대형 휠체어를 보유한 병원은 강진의료원이 유일했고, 전동식 수술대는 단 2곳(광주미즈피아·광주빛고을), 휠체어 체중계는 단 3곳(광주미즈피아·전남미즈아이·현대여성아동)에만 설치되어 있었다.

진료환경 편의성 측면 역시 열악했다. 시·청각 장애여성에게 의료 관련 기록을 원활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모두 갖춘 병원은 강진의료원 단 한 곳이었다.

또, 진료 내용에 있어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장애유형별로 환자의 증상을 설명하는 매뉴얼이나 방법을 사용하는 병원은 전남미즈아이가 유일했다.

그동안 복지부는 지자체 사업이라는 이유로 국비를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 조사대상에 들어갔던 6개 병원은 지난 4년간 지자체 예산으로만 지원을 받았는데 총액도 2억 9984만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현장점검과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편성해 ‘장애친화 산부인과 지정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에 8개 병원을 새로 지정할 예정인데 분만실적이 많은 상급병원 위주로 선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강 의원은 “의료 장비가 턱 없이 부족하고 진료환경 편의 역시 열악하다. 지자체 사업이다보니까 국비 지원이 전혀 없다. 내년부터 별도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그 기준을 분만실적이 아닌, 자주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장애친화산부인과 문제를 인지한 것이 2년전으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내년부터 개소당 국고지원 예산 5억원을 확보했다. 그 전에 지자체에서 운영하던 산부인과도 요건에 해당하면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장비, 설비 부분에서의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더불어 박 장관은 “장애인을 위한 전문 병원들도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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