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이 말하는 독일의 장애인 복지는 한마디로 최고였다. 건물이면 건물, 고용이면 고용, 연금이면 연금. 독일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한 ‘장애청년드림팀’을 통해 독일을 찾은 욜로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위치한 한인회를 방문했다.
한인들이 본 독일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듣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박은수 팀장을 비롯한 욜로 팀원들과 40여 년 전 독일로 건너온 한인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터뷰 시작 전 “우리는 독일사회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얘기하겠다”면서도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일부 사항들이 부정확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욜로(이하 욜) : 독일에도 장애인 연금이 있나?
한인회(이하 한) : 있다. 장애인들의 연금은 국가가 보장한다. 그들이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액수는 비장애인들과 같다.
욜 :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설명해 달라.
한 : 장애인들은 16살 때부터 일을 할 수 있다. 직업학교도 갈 수 있다. 그들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 회사들은 10명 중 1명을 장애인으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게 해준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퇴직 시킬 수 없다. 평생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거다. 만약 회사가 장애를 이유로 고용을 안 할 경우, 범칙금을 내야 한다. 또 장애 등급에 따라서 휴가를 더 준다.
욜 : 봉급은 어떤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적게 받지 않는가?
한 : 능력에 따라 뽑혔다면, 봉급은 비장애인들과 같다.
욜 : 지적장애인처럼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한 : 공동 주거지에서 도우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준다. 어떻게든지 그들을 사회의 원 안으로 끌어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즉, 한국적 인식으로는 ‘이들의 손을 놓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절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런 사회를 살면서 내가 느낀 건 ‘인간의 생명을 고귀하다’는 진리다.
욜 : 장애인을 고용하면 회사엔 혜택이 있나? 가령, 보너스금을 지급한다던지.
한 : 없는 걸로 안다.
욜 : 장애인들에게 주는 연금 등의 재원은 어디서 나나.
한 : 노동청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큰 회사에서 국가에 내는 금액이 있다. 이 금액에서 일정 부분이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또 복권기금도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욜 : 장애인 고용 및 연금혜택은 잘 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실생활에서 그들이 느끼는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불행할 거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 동감이다. 그래서 독일은 그런 부분까지 해소해주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내가 사는 데는 1940년대 건물이었다. 전부 계단이었다. 6년 전에 우리 아파트로 장애인 부부가 이사왔다. 그러자 갑자기 계단을 전부다 휠체어를 탈 수 있도록 개조했다. 또 두 분을 위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하나 더 만들었다. 모든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욜 : 정부에서 해주는 건가?
한 : 그렇다.
욜 : 그 한분을 위해서 개조를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
한 : 살다 보면 누구나 장애를 만날 수 있다. 그 때마다 그들에게 “장애시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기 어렵다. 즉, 우리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그래서 시설을 확충하는 건 우리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욜 : 40여 년 간 이 나라의 장애인 복지를 보셨다. 이런 입장에서 한국에 조언해주신다면. 아니면 ‘이건 꼭 해라’하는 게 있으면 조언해 달라.
한 :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자그만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독일은 장애인들을 위해 공중전화를 낮게 설치한다. 공중화장실도 장애인들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허가가 안 난다. 또 버스도 저층으로 돼 있다. 이처럼 거창한 것부터 하려 하면 안 된다.
욜 : 독일이 이렇게 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쓰는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 : 독일 역사를 보면, 2차 나치 때 유대인 외에도 많은 장애인들을 몰살했다. 거기에 대해서 이 사람들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 이런 게 있어서 더욱 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욜 : 마지막 질문이다. 이 자리에 온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한 : 인간의 권리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덜 한 게 아니다. 장애 때문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이번 독일 방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가서 꿈을 펼치길 바란다.
*이글은 ‘2013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욜로’팀의 심지용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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