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위치한 한인회를 찾아 그들이 바라본 독일 사회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들어봤다. 한인회는 1972년 조직됐고, 현재 29대 한인회가 활동 중이다. 사진은 욜로팀에게 환영인사를 하고 있는 하성철 한인회 회장. ⓒ하지혜

한인들이 말하는 독일의 장애인 복지는 한마디로 최고였다. 건물이면 건물, 고용이면 고용, 연금이면 연금. 독일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가 주최한 ‘장애청년드림팀’을 통해 독일을 찾은 욜로팀이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베를린에 위치한 한인회를 방문했다.

한인들이 본 독일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듣기 위해서다. 이 자리에는 박은수 팀장을 비롯한 욜로 팀원들과 40여 년 전 독일로 건너온 한인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인터뷰 시작 전 “우리는 독일사회서 살아가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얘기하겠다”면서도 “우리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일부 사항들이 부정확한 것일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욜로(이하 욜) : 독일에도 장애인 연금이 있나?

한인회(이하 한) : 있다. 장애인들의 연금은 국가가 보장한다. 그들이 연금을 받을 때까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다. 액수는 비장애인들과 같다.

욜 : ‘국가가 보장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설명해 달라.

한 : 장애인들은 16살 때부터 일을 할 수 있다. 직업학교도 갈 수 있다. 그들은 원하는 곳에서 일할 수 있다. 회사들은 10명 중 1명을 장애인으로 뽑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연금을 수령할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하게 해준다. 아무리 잘못을 해도 퇴직 시킬 수 없다. 평생 일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거다. 만약 회사가 장애를 이유로 고용을 안 할 경우, 범칙금을 내야 한다. 또 장애 등급에 따라서 휴가를 더 준다.

욜 : 봉급은 어떤가. 장애인이란 이유로 적게 받지 않는가?

한 : 능력에 따라 뽑혔다면, 봉급은 비장애인들과 같다.

욜 : 지적장애인처럼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나?

한 : 공동 주거지에서 도우미들과 같이 생활하면서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준다. 어떻게든지 그들을 사회의 원 안으로 끌어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즉, 한국적 인식으로는 ‘이들의 손을 놓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선 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절대 희망을 놓지 않는다. 이런 사회를 살면서 내가 느낀 건 ‘인간의 생명을 고귀하다’는 진리다.

욜 : 장애인을 고용하면 회사엔 혜택이 있나? 가령, 보너스금을 지급한다던지.

한 : 없는 걸로 안다.

욜 : 장애인들에게 주는 연금 등의 재원은 어디서 나나.

한 : 노동청이나 사회복지기관 등 큰 회사에서 국가에 내는 금액이 있다. 이 금액에서 일정 부분이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또 복권기금도 장애인을 위해 쓰인다.

욜 : 장애인 고용 및 연금혜택은 잘 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실생활에서 그들이 느끼는 사소한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면, 그들은 불행할 거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 동감이다. 그래서 독일은 그런 부분까지 해소해주려고 노력한다. 예컨대 내가 사는 데는 1940년대 건물이었다. 전부 계단이었다. 6년 전에 우리 아파트로 장애인 부부가 이사왔다. 그러자 갑자기 계단을 전부다 휠체어를 탈 수 있도록 개조했다. 또 두 분을 위해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하나 더 만들었다. 모든 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욜 : 정부에서 해주는 건가?

한 : 그렇다.

욜 : 그 한분을 위해서 개조를 하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드는 것 같다.

한 : 살다 보면 누구나 장애를 만날 수 있다. 그 때마다 그들에게 “장애시설이 있는 곳으로 가라”고 하기 어렵다. 즉, 우리는 잠재적 장애인이다. 그래서 시설을 확충하는 건 우리를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욜 : 40여 년 간 이 나라의 장애인 복지를 보셨다. 이런 입장에서 한국에 조언해주신다면. 아니면 ‘이건 꼭 해라’하는 게 있으면 조언해 달라.

한 : 거창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자그만한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예컨대 독일은 장애인들을 위해 공중전화를 낮게 설치한다. 공중화장실도 장애인들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물허가가 안 난다. 또 버스도 저층으로 돼 있다. 이처럼 거창한 것부터 하려 하면 안 된다.

욜 : 독일이 이렇게 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쓰는 원동력을 무엇이라고 보는가.

한 : 독일 역사를 보면, 2차 나치 때 유대인 외에도 많은 장애인들을 몰살했다. 거기에 대해서 이 사람들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 이런 게 있어서 더욱 장애인 복지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욜 : 마지막 질문이다. 이 자리에 온 청년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한 : 인간의 권리가 장애인이라고 해서 덜 한 게 아니다. 장애 때문에 위축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이번 독일 방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한국에 가서 꿈을 펼치길 바란다.

욜로팀이 한인회장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이날 모임에는 한인회 회원 2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혜

*이글은 ‘2013 장애청년드림팀 6대륙에 도전하다’, ‘욜로’팀의 심지용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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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에 5년간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2013년 12월부터 1년 간 KBS <사랑의 가족> 리포터로, 2017년 5월부터 약6개월 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 문제를 취재해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다. 장애 청년으로 살며 느끼는 일상의 소회와 장애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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