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발에 참여하고 있는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김태완 상임대표. <에이블뉴스>

현재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초안문서에 담긴 조항은 모두 25개. 지난 2일과 3일에 걸쳐 다뤄진 장애인교육권 조항은 25개 조항 중 가장 긴 조항이다. 돈 맥케이 의장은 웬만하면 반나절(약 3시간) 안에 끝내는 논의를 한나절 이상이나 이 조항에 할애하기도 했다.

될 수 있으면 강하게 간결하게 담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조약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이 조항이 가장 길다는 점, 두 배 이상의 시간이 할애돼서 토론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장애인에게 있어 교육권은 매우 중요하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이 제정되고, 이를 우리나라가 비준하면 우리는 반드시 지켜야하는 의무가 생긴다. 하지만 과연 우리나라는 얼마나 준비가 됐을까? 장애여성 단독조항을 제안하며 장애여성의 인권보장을 외치고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는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일까?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지역사회 내에서 통합적이고 접근 가능한 교육(유아 및 취학전 교육에 대한 접근을 포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국가는 보장해야한다.” 장애인교육권 조항의 한 부분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나라는 이 문구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지난 7월 19일 교육부가 공개한 2005년 특수교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으로 추정되는 장애학생 10명 중 4명이 특수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장애유아의 경우 10명 중 7명이 유치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교육을 받아야할 우리나라 장애인 10명 중 4명에게 통합적이고 접근 가능한 교육의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유아의 경우는 10명 중 7명이 통합적이고 접근 가능한 유치원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제장애인권리조약이 제정된 상태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나라는 장애인교육권 침해 국가가 되는 것이다.

3일 오후 유네스코 대표가 장애인교육권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미국 뉴욕 유엔빌딩에서 장애인교육권 보장에 대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을 때인 3일 오전 대한민국 인천시에서는 장애학생 부모, 교사, 학생 등 6명이 삭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9일째 농성을 진행하고 있던 인천장애인교육권연대 소속 회원들이다.

인천교육권연대는 현재 14가지 요구사항을 내걸고 있다. 특수교육예산 6% 이상 확보, 모든 공립 및 병설유치원에 특수학급 신설, 특수교육대상자가 있는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특수학급 설치 및 신·증설, 특수학교 및 특수학급 학생에게 전담인력과 전담공간이 확보된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전면 실시 등이다.

이는 모두 장애인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꼭 이행돼야할 조치들이다. 바로 이 문구를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이다.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은 그들의 지역사회 내에서 통합적이고 접근 가능한 교육(유아 및 취학전 교육에 대한 접근을 포함)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국가는 보장해야한다.” 현재 유엔에 모여 있는 전 세계 어느 정부대표단도 논의 과정에서 이 문구에 대해 반대하는 국가는 없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하지 않을까? 인천교육권연대 등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조치들을 이행하든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특별위원회에서 자랑스럽게 반대를 외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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