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의 장애학생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피해학생을 '의사표현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등 비하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이재규 대구대 총장.

장애인 학생이 기숙사 동료 학생들로부터 폭행과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어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과 관련해 해당 대학 총장이 장애인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고되고 있다.

대구대에 입학한 A씨(남·21세·지체장애1급)는 지난해 9월부터 약 3개월간 기숙사 동료로부터 폭행과 성폭력을 당하는 등의 고문에 가까운 가혹행위를 당했다. 이러한 A씨의 사정은 그가 고통에 못이겨 자살을 기도하면서 뒤늦게 지난 11월에야 알려졌다.

이에 대구대측은 지난달 16일 대구대 본관 회의실에서 이 대학에 재학 중인 20여명의 장애인 학생들과 이재규 총장 등 학교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폭행등의 피해를 입은 장애학생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구 DPI가 에이블뉴스에 제공한 녹취록에 의하면 이 총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 학교의 동아리 중에 장애 학생들을 도와주는 학생들을 나는 천사라고 생각한다. 누가 그런 학생들하고 놀기를 원하겠느냐”며 “그러다가 좀 지나침이 있어 소송까지 당했는데 여러분들은 한번쯤은 뒤집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총장은 “피해 학생은 내가 듣기로 자기 의사 표시를 거의 잘 못한다고 들었는데 앞으로 우리 학교가 장애 학생들을 특례입학을 시키더라도 정말로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입학을 시켜야 하느냐, 그런 생각도 했다”면서 “전혀 수학 능력이 없는 사람을 우리가 사랑이란 마음으로 데려와서 본인도 나중에 불행해지고 주변에 도와주려 했던 학생들도 이렇게 되면 어떤 정상적인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과 같이 있으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DPI 윤삼호 정책부장은 “피해 학생이 자살까지 기도했던 사건을 이 총장은 학우들끼리 같이 놀다가 벌어진 ‘좀 지나친’행동 쯤으로 보고 있다”며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그동안 대구대는 진상조사는커녕 사건을 은폐하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윤 부장은 “이 총장은 상식 밖의 논리로 가해학생들을 ‘천사’에 비유하고, 피해 학생을 ‘자기 의사 표현도 거의 못하고 수학 능력도 전혀 없는 사람’으로 비하하고 있다”며 “296명의 장애인 제자들이 ‘수준 이하’지만 대구대가 사랑을 베풀어 데려온 학생들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윤 부장은 “현재 용인 집에 머무르고 있는 A씨는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계속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자신들의 제자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에 어쩌면 평생동안 상처가 될 일을 겪고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 이 총장은 알 턱이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피해학생 A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학교측에 수차례의 진상 규명을 요청했으나 학교측이 이를 방치했다며 대구대를 상대로 지난 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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