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음악 하는 장애인 당사자들로 구성된 ‘아르테문화복지회’ 김진 대표가 경상남도 특수교육원에서 강의가 있다면서 같이 좀 가 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사실 물었다기보다는 같이 가서 취재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음악 하는 장애인 두 명이 같이 간다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김진 대표가 같이 가자고 한 날짜가 8월 10일이었다. 그런데 9일 오전에 김진 대표가 전화해서 개인적 재난이 발생했다고 했다.

“그래서 말인데 저 대신 특수교육원에 강의를 좀 맡아 주십시오”

필자와 박송이 씨와 토크. ⓒ이복남

그동안 필자도 가끔 장애인에 대한 이해나 인식개선을 위해서 외부 강의를 해 왔으나 10여 년 전부터는 외부 강의는 사양했다. 나이도 있고 후진양성을 위해서.

그런데 이번 강의는 필자가 아니면 마땅히 할 만한 사람이 없고 더구나 필자가 아는 시각장애인 두 사람이 출연할 것이므로 별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했다.

필자가 혼자 하는 강의라면 그런대로 할 수 있겠지만 다른 출연자가 두 명이나 있으므로 적어도 입은 맞춰봐야 할 게 아닌가.

경남 특수교육원은 밀양에 있었다. 밀양으로 떠나기 전 덕천교회에서 만나서 입을 맞춰보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필자가 준비한 원고가 아니라 김진 대표의 원고이기에 더듬거릴 수밖에.

필자는 오늘 출연한 피아니스트 박송이 씨의 차를 탔다. 그리고 성악가 정찬우 씨는 피아노 반주 선생과 같이 다른 차를 이용했는데 부산에서 밀양 특수교육원까지는 1시간 정도 걸렸다.

경상남도 교육청 특수교육원에서는 “2022 통합학급 담임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8월 10일부터 12일 양일간 아침 9시 30분부터 저녁 4시 50분까지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프로그램 속에 “장애공감 토크 콘서트”에 ‘아르테문화복지회’ 김진 외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3개 반인데 마지막 공감 콘서트는 3개 반이 합쳐서 한다고 했다.

오늘 강의를 하기로 예정된 ‘아르테문화복지회’ 김진 대표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해 부득이 필자가 대신하게 되었다고 인사를 했다. ‘아르테문화복지회’는 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음악 단체이다.

강의하는 필자. ⓒ이복남

첫 출연자는 피아니스트 박송이 씨였다. 불을 꺼 달라고 했는데 주최 측과 전달이 잘못되었는지 불을 일부만 껐다. 굳이 그럴 필요야 없겠지만 시각장애인이므로 불을 꺼도 상관이 없으니까.

피아니스트 박송이(1992년. 3세 선천성 전맹) 씨는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며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송이 씨의 첫 번째 연주는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였다.

문) 박송이 씨가 첫 번째 곡으로 트로이메라이를 연주한 이유가 있을까요?

답) 슈만의 트로이메라이는 서정적인 곡으로 어린이 정경 중에서 유명한 곡인데 보통 꿈이라고 합니다. 슈만은 독일인인데 저도 한 때 서정적인 독일이 좋아서 독일로 유학을 하러 갔다가 건강이 악화하여서 귀국하였습니다.

문) 박송이 씨는 부산 사람인데 청주맹학교를 다니셨네요. 피아노를 하게 된 계기와 청주맹학교를 다니게 된 사연이 있을까요?

답) 피아노는 어렸을 때 장난감 피아노로 엄마가 좋아하던 예스터데이 같은 곡을 치던 것을 보고 엄마가 피아노를 배우게 하셨고, 엄마가 여기저기 알아보니 지인들이 청주맹학교를 추천해서 청주맹학교를 다니게 되었고, 그곳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오늘날까지 피아노를 하게 된 것 같습니다.

박송이 씨의 두 번째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3악장입니다.

문) 박송이 씨는 부산예술고등학교를 나왔는데 어떻게 부산 예고를 가게 되었습니까?

답) 부산예고 콩쿠르에 입상하여 진학하게 되었고 시각장애인이 저밖에 없었지만 별 어려움 없이 공부할 수 있었고 여러 군데에 외부 콩쿠르에 나가서 입상도 했습니다.

연주하는 박송이 씨. ⓒ이복남

박송이 씨는 지난 7월 19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개최한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 스페셜K 부산 본선에서 클래식 부분 금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날 연주한 슈베르트 즉흥곡 을 다시 한 번 들어 보시겠습니다.

이번에 연주하신 박송이 씨와 다음에 나올 정찬우 씨는 장애인 당사자 단체인 ‘아르테문화복지회’ 회원이고 대표는 오늘 강의하기로 예정된 김진 대표도 시각장애인입니다.

김진 대표는 부산 맹학교를 졸업하고, 부산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는데 부산점자도서관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안마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송이 씨는 맹학교를 나오지 않아서 안마사 자격이 없고 정찬우 씨는 부산 맹학교를 나왔기에 안마사 자격이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현재 우리 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직업이 안마사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정 안되면 정찬우 씨는 안마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박송이 씨는 할 수가 없습니다. 안마사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박송이 씨나 정찬우 씨가 음악을 전공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음악을 직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아르테문화복지회’ 김진 대표는 음악 하는 장애인들이 음악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테너 정찬우 씨를 모시겠습니다.

정찬우 씨(1995년. 선천성 전맹)는 고신대학교 교회음악과 및 동 대학원 성악을 전공(석사)하시고 현재는 고신대학교 국제문화선교학과 4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문) 정찬우 씨는 부산맹학교 초등부 시절부터 왕성한 공연 활동을 한 것으로 아는데요

답) 저는 맹학교 방과 후 수업에서 판소리를 배우고 있었는데 어렸을 때는 소리꾼이 되려고 했습니다.

문) 지금은 성악을 하시지만 판소리를 하셨다면 판소리 한소절을 들어 볼 수 있을까요?

답) 판소리를 안 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심청전 중에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한번 해 보겠습니다. 정찬우 씨 판소리 한 대목.

정찬우 씨는 판소리를 30초 정도 해보겠다고 했는데 1분이 넘은 것 같고 아직도 예전의 소질은 있는 것 같습니다.

문) 국악(판소리)에서 음악(성악)으로 변경하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답) 교회에서 고신대학교 안민 교수님을 만나 성악으로 전환하였는데, 안민 교수님이 지휘하신 고신대 페로스 합창단의 사직동교회 연주가 진로 결정의 동기가 되었습니다.

테너 정찬우 씨와 반주 김미경 씨. ⓒ이복남

이번에는 정찬우 씨의 전공인 테너로 오 쏠레미오(O sole mio) 들어 보겠습니다. 반주에는 고신대에서 정찬우 씨와 같이 공부하신 김미경 선생님입니다.

문) 고신대학교 학부, 대학원에서의 생활은 어떠하셨나요?

답) 고신대에서 성악을 전공하며 조수미 선생님도 만나 뵐 수 있었고, 배리어프리 오페라, 그리고 고신대학교 70주년 기념으로 공연했던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메시아’ 연습할 때 제가 박자를 길게 해서 안민 교수님이 똑바로 못한다고 야단을 치셨습니다.

저는 지휘봉을 못 봐서 박자를 놓쳤는데 안민 교수님께서 너는 눈 대신 청각이 예민하니 소리로 들으라고 하셔서 ‘메시아’ 전곡을 다 외워서 공연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찬우 씨가 두 번째 부를 노래는 그리운 금강산인데 이 노래는 조수미 선생 앞에서 불러서 칭찬받았던 노래랍니다. 정찬우 씨 그리운 금강산 독창.

문) 요즘도 여러 단체와 교회에서 초청공연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답) 코로나 전에는 가끔 사회단체와 교회에서 초청받아 공연했는데 요즘은 예전처럼 많지는 않지만, 그래서 불러 주시면 고맙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찬우 씨가 부를 노래는 콘테 파르티로(Con te partiro)입니다.

이 노래는 이탈리아의 팝페라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가 부른 ‘그대와 함께 떠나리’라는 노래인데 안드레아 보첼리는 정찬우 씨의 롤 모델이라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제10회 대한민국장애인예술경연대회 스페셜K’ 본선 부산 경연 클래식 부문에서 피아니스트 박송이 씨가 1위 금상이고, 정찬우 씨가 2위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박송이 씨는 영남권 대표로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박송이 씨의 피아노 연주나 정찬우 씨의 노래는 이분들이 유명해 지면 돈을 주고도 못 들은 연주들인데 오늘 여러분은 전부 공짜로 들으시는 겁니다. 여러분도 다 특수교육을 하시는 선생님들이시니 박송이 씨나 정찬우 씨 같은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 보시기 바랍니다.

박송이 씨 반주로 노래하는 정찬우 씨. ⓒ이복남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오늘 강의하기로 하신 김진 선생은 시각장애인이시라 본인의 이야기를 하실 예정이라고 했는데, 저는 시각장애인은 아니고 보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특수학교 선생님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저는 특수교사는 아니고 사회복지사입니다.

그러나 저도 40여 년 동안 장애인 복지를 한 사람으로 장애는 아무도 원하지 않았지만, 인구의 일정부분은 누구라도 장애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교통사고 산재 질병 등이 주요 요인인데 발달장애 등은 아직도 정확한 원인은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분 요즘 유행하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아십니까?

제법 많은 사람이 우영우를 본다고 손을 들었다.

드라마에 나오는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인데 기러기 스위스 토마토 인도인 별똥별 역삼역이라면서 거꾸로 읽으나 바로 읽으나 우영우라고 자기소개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소개나 인사법은 장애인을 희화화 시킬 만하다고 보여지고 심지어는 많은 사람이 우영우 따라 하기 유튜브도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재미 삼아 우영우를 따라 하고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천차만별이라서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지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서 어떤 부모님은 위로받고 어떤 부모님은 더욱더 절망한다고 합니다.

우영우는 변호사도 하는데 우리 아이는 왜 안 될까 하는 기대감이 그 부모들을 속상하게 하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선샌님들은 그럴리가 없겠지만 그런데 일반 시청자들은 자폐스펙트럼 장애인은 모두 우영우 같다고 생각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선생님 반에 우영우 같은 자폐스펙트럼 학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아시겠지만, 드라마 우영우를 보는 사람들은 우영우가 장애를 극복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닙니다. 장애는 평생 함께해야 하는 친구이자 적응하고 재활해서 자립하는 것이지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장애인을 이해하고 인식개선를 하는데는 나름대로 일조를 한 것 같아서 고맙고, 특히 우영우의 친구 동그라미를 비롯하여 최수연 정명석 이준호 같은 사람이 우영우를 장애인이라고해서 동정이나 시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따뜻하게 지지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장애인복지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모습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특수교육 선생님들이신데 우리 사회의 특수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찾아봐 주시고 어떤 문제가 있을 때는 당사자의 관점에서 바라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마지막 순서로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박송이 씨 반주로 정찬우 씨가 부르겠습니다.

이번 ‘아르테문화복지회’ 장애인 연주자들의 음악 토크 콘서트가 교사들에게 어떻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장애인들에 의해 주최가 되고, 중심이 되는 콘서트가 보다 많은 곳에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서울에는 장애인 당사자 음악 단체도 더러 있는 것 같은데 아직 부산에서는 이러다할 음악단체가 없어서 부산에서도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음악 관련 단체(기관)이 하루 빨리 설립되기를.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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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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