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3일 경기도 시흥시청 앞에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장애인 부모들.ⓒ에이블뉴스DB

2021년 끝자락인 12월 28일, 경기도 시흥에 사는 장애인부모들로 구성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 위원회(이하 추진위)가 “학교 가는 길을 만들어달라”면서 특수학교 설립을 압박한 결과, 임병택 시흥시장이 드디어 응답했다.

시흥거모공공주택지구 내 3000여 평의 장애학생을 위한 첫 특수학교 부지를 확정, 오는 2025년까지 개교할 계획인 것. 지난 6월 23일, 추진위 출범 이후 6개월만의 성과다.

현재 인구 51만 명의 시흥시에는 유치부부터 고등부 학령기까지 약 900여명의 장애학생들이 살지만, 특수학교는 한 곳도 없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1시간 이상 원거리 통학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추진위 소속 장애인 부모들은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을 보장해달라며, 시청, 교육청, 그리고 시흥시민에게 호소해왔다. 8월 무더위 속 한 달간 시흥시청 앞 릴레이 1인 시위도 펼쳤다.

2021년 6월 23일 시흥시청 브리핑룸에서 진행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이블뉴스DB

“학령기가 시작되면서 우리 지역 장애 학생들과 부모들에게 특수학교에 갈 선택권은 한 번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다른 선택으로 인근 도시에 있는 특수학교를 지망하는 학생도 있지만, 배치 후에도 1시간 이상의 원거리 통학을 감수하고 남보다 일찍 통학 길에 오릅니다. 어느 집 아이는 잠도 덜 깨고, 어느 집은 휠체어나 보조기까지 챙겨서 새벽에 학교 가는 길을 나섭니다.”(6월 23일 추진위 출범 당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촉구를 위한 호소문 中)

시와 교육지원청은 특수학교 설립에 앞서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교육지원청은 시, 장애인 부모들로 구성된 TF팀을 꾸려 실무협의를 진행했으며, 그 성과로 특수학교 설립의 첫 단추를 끼게 된 것.

임병택 시흥시장이 12월 24일 자신의 SNS릍 통해 장애학생 특수학교 설립부지 확정 발표 소식을 알렸다.ⓒ페이스북 캡쳐

이 소식은 임병택 시흥시장이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장애학생 특수학교 설립부지 확정” 발표를 하면서 알려졌다.

임 시장은 “거모공공주택지구내 3000여평 부지를, LH와 오랜 협의 끝에 드디어 확보했다. 향후 교육지원청과 협력해 2025년까지 꼭 개교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 시장은 지난 20년간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해온 장애인 부모들에 대해서도 미안함을 표하기도 했다.

“지난 날, 시흥시청 앞 1인 시위와 수많은 간담회등을 통해 특수학교 설립을 눈물로 호소해주신 부모님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그리고 뜻있는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많이 미안했습니다. 이제 특수학교 설립부지가 확정되었기에, 이를 중심으로 시흥시 장애학생 교육과 장애인복지를 위한 더 좋은 정책 수립하고 실천하겠습니다.”(임병택 시흥시장)

28일 임병택 시흥시장과 면담을 진행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위원회. 박희량 공동대표가 축하 화분을 전달하고 있다.ⓒ추진위제공

장애인 부모들 또한 임 시장의 ‘깜짝 발표’에 “만세”를 외쳤다. 애초 추진위 소속 장애인 부모들은 특수학교 부지 확정이 지지부진하다며, 28일 ‘끝장 시위’를 계획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결국 임병택 시장의 ‘깜짝 발표’에 집회 대신 부지 선정에 대한 축하를 나누는 면담이 이뤄졌다. 이날 면담은 추진위 소속 8명의 장애인 부모들이 참석해 약 1시간가량 진행됐다.

28일 임병택 시흥시장과 면담을 진행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 추진위원회 소속 장애인 부모들.ⓒ추진위 제공

면담에 참여한 추진위 감사 조지연 씨(46세, 여)는 “시장님께서 2025년 설립될 특수학교는 지금 현재 없는 미래형 특수학교로, 미래적 특수교육 환경을 담아 설립하겠다고 하셨다. 믿음직스럽다”면서 “앞으로 응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지역이 됐으면 좋겠다”고 환하게 웃었다.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해인 2025년에 조 씨의 자녀는 고등학교 3학년이 된다. 그는 “그때 (특수학교)맛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면서 “당장 내 아이가 특수학교를 다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수학교 자체가 생긴다는 것은 그 지역이 장애인에 대한 존중과 함께하려는 의지가 있다는 표면적인 상징이다. 이 학교가 생김으로써 아이가 성년기와 노년기를 제대로 존중받으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특수학교 설립부지 확정 소식이 그저 ‘첫 단추’일 뿐이라고도 했다.

조 씨는 “2025년에 정말로 개교되려면 더 뜨겁게 추진위가 활동해야 한다. 땅은 마련됐으니 설계부터 시작해서 100~200억원의 예산 문제가 남아있다. 교육부에서 어떠한 순서보다도 우선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 가는 길’이 참으로 어려운데, 그래도 빠른 결정이 난 것 같아 기쁩니다. 특수학교가 없어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가족들에게도 이 소식이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추진위는 내년 1월 TF팀 회의, 교육청 면담 등을 진행하며, 본격적인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힘쓸 예정이다.

경기도 시흥시청 앞에서 시흥시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장애인 부모들.ⓒ에이블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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