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체육계에서 시작된 학교폭력 의혹이 연예계를 덮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스포츠 선수를 비롯하여 가수, 탤런트 등 연예계에 학교폭력 및 왕따 의혹이 터지고 있다. 학교폭력의 가해자 이름이 거론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서 피해자들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들은 학교폭력 의혹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속사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교폭력이 사실로 확인되면 출연 중이던 작품에서 하차하고, 광고 역시 내려지는 상황에서 금전적 손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탤런트 지수나 가수 진달래처럼 학교폭력을 순순히 인정하고 출연 중이던 무대에서 내려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의 탤런트는 ‘아니오’로 일관하고 있다. 그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피해자들은 진심 어린 사죄를 원했었기에 소속사나 본인의 ‘아니오’에 2차 3차 폭로로 이어지고 있다.

학교폭력(이하 학폭)의 가해자와 피해자는 일대일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학폭 가해자는 일진의 두목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이고, 피해자는 돈 없고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다. 학폭 피해자들의 증언은 그야말로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누가 한번 터뜨리자 봇물처럼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학폭 피해자의 증언은 대부분이 비장애인들이었다. 그래서 필자도 그냥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지적장애인 A 씨가 자신이 피해자였다고 직접 나서서 증언한 것이다.

‘검사내전’에서 학폭 가해자 아들과 아버지. ⓒjtbc

지적장애인 A 씨는 1년 넘게 B 씨로부터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고 이야기했다. A 씨는 “복도나 교실, 옥상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때리고 욕을 했다.”고 했다. “고2 때는 B 씨가 커터칼을 라이터로 달군 뒤 팔뚝 같은 곳을 지졌다”며 다른 친구들도 같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A 씨 이야기는 많은 언론에서 앞 다투어 보도했지만, 그러나 B 씨의 소속사는 A 씨의 증언이 사실무근이라 했고 B 씨도 의혹을 부인했다. 그래서 B 씨가 학폭 가해자인가 아닌가로 진실 공방을 하고 있지만, 우리들에게는 사실인가 아닌가는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일반학교에서 장애인이 학폭의 피해자가 되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1990년 이전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연탄 연료를 사용했다. 연탄 연료는 다 사용하고 나면 연탄재만 남는다. 당시 연탄재는 겨울이면 눈 오는 날 눈길을 덮어 미끄럼을 방지하기도 했지만, 연탄을 갈다가 잘못해서 연탄재가 깨어지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연탄이나 연탄재는 어딘가에 부딪히면 잘 깨어지므로.

오래 전 어느 시각장애인 어머니는 필자를 만나서 눈물로 하소연했다. “아이들이 봉사봉사 하고 놀리는 것이 제일 듣기 싫습니다.” 그 어머니에게 봉사는 조선시대 벼슬 이름이라는 것이 무슨 위로가 되겠는가.

그 시절 학교에서 봉사라고 놀림을 받았던 한 시각장애인은 가슴에 한이 맺혔다. 그래서 자신을 놀리던 한 아이가 지나는 길목 옥상에서 기다렸단다. 연탄재를 들고서.

“그 애가 지나가는 낌새를 채고 연탄재를 냅다 던졌습니다.”

그 애는 연탄재를 정통으로 얻어맞고는 울면서 간 것 같다고 했다. 그 후 부터는 다른 아이들도 놀리는 것이 잠잠해 졌다나.

번외의 잡설이지만, 연탄재 사진을 하나 찍으려고 했더니 어느 집에서 연탄을 사용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가까운 연탄구이 집을 찾아서 2~3군데 가 봤는데 연탄구이집도 연탄을 사용하지 않고 착화탄(번개탄)을 사용하고 있었다. 연탄은 석탄으로 만들고 착화탄은 연탄이나 숯불을 피울 수 있는 불쏘시개로 사용하므로 불이 잘 붙는 톱밥이나 숯가루로 만든다는데 요즘은 연탄 대신 사용하는 착화탄이 나오는 모양이다. 다행히 정말 연탄구이를 하는 집을 발견해서 연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연탄재. ⓒ이복남

시각장애인은 물론이고 지체장애인들도 놀리고 때리고 달아나기 일쑤였다.

“뛸 수 없어서 고스란히 당해야 한다는 것이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목발을 사용하는 한 장애인은 자신을 때리고 놀리며 도망가는 아이를 쫓아가서 잡을 수 없음에 이를 갈았다. 대부분의 지체장애인은 팔 힘이 세다. 그래서 놀리고 때리고 달아나는 아이들이 한번 잡히기만 하면 가만 안 둔다는 것이다.

“맨날 절뚝발이라고 놀리고 달아나는 애를 한번은 잡아서 죽기 살기로 물고 늘어졌습니다.”

한 애가 놀리면 그 무리들도 덩달아서 같이 놀려 대는데 그 일이 있고부터는 다른 아이들도 슬슬 피하기 시작해서 놀리는 애들은 점차 줄어들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일반 학교에는 장애아이들이 다니는 특수반이 있다. 학교마다 무슨무슨반으로 불리는데, 가끔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전하는 이야기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 자원봉사자가 자신이 장애인을 위한 봉사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우리 학교에도 **반은 특수반이었는데 아이들이 떠들고 공부를 못하면 선생이 **반에 보낸다고 겁을 주기도 했는데 그때는 **반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교사가 장애아이들을 무슨 괴물(?)로 취급하여 비장애 아이들에게 말 안 들으면 괴물들이 사는 **특수반에 보낸다고 겁박을 하다니, 이 또한 교사들이 저지르는 학교폭력이 아닐까. 요즘이야 설마 그런 선생이 없겠지만 몇 해 전만 해도 그런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학교폭력(學校暴力)이란, 학교 내외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ㆍ유인, 명예훼손ㆍ모욕, 공갈, 강요ㆍ강제적인 심부름 및 성폭력, 따돌림, 사이버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ㆍ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ㆍ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법에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하여 조사ㆍ연구ㆍ교육ㆍ계도 등 필요한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가 열리기도 하지만 학교폭력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더구나 예전에는 신체적 폭력, 언어폭력, 성폭력, 금품 갈취, 강요 등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사이버 폭력, 집단 따돌림 등이 많다고 한다.

학교 폭력에 대해서 교육부에서도 나름대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는지, ‘제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2020-12-21)에 ‘우리나라에서 학교폭력이 여전히 심각한 교육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지가 들어 있었다. 이 같은 설문에 대해 교원 70.8%, 학생 59.9%, 학부모 79.2%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대 학교폭력예방연구소 설문조사, ’19.10.1.~15.)

학교폭력 예방 추진정책. ⓒ교육부

교육부에서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추진의 목표로 다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존중과 배려가 가득한 학교문화, 적극적 보호와 교육으로 신뢰받는 학교, 민주사회의 성장을 돕는 가정과 사회.

특히 장애학생 인권보호를 위한 학교환경 조성으로는 장애 비장애학생이 함께 어울리는 통합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장애공감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장애인권감수성 향상을 위해 유·초·중·고등학교 장애이해교육 강화 및 ‘찾아가는 장애이해교실’ 운영 지원이다.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으로 어른들의 사고는 좀 나아지는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학교폭력 문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학교폭력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분명하지만, 학폭을 가한 사람은 세월이 지나면 잊히는 것 같다. 그러나 학폭의 피해자는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고 때로는 학폭의 순간들이 트라우마가 되어 시도 때도 없이 괴롭힌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일어난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유명 스포츠 선수나 탤런트 등의 연예인이 조금이라도 우리 사회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일어난 학교폭력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이를 계기로 학폭이 좀 줄어들지는 않을까 싶기도 하다.

물론 학폭의 가해자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들이고, 반대로 학폭의 피해자는 힘없고 돈도 없는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가 누구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된다는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를 맞아 조금이라도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은 절대로 학폭의 가해자가 되어서는 아니 될 것 같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간 장애의 유무를 떠나 누구라도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증거를 수집하고, 국번 없이 117에 신고하여 학교폭력을 근절시키는데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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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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