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특수교육에서는 장애를 여전히 생물학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행동주의 관점에 기초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을 기초로 아동을 파악하고, 겉으로 보이는 행동적 문제를 교정하려고 한다. 이러한 제한적 사고 방식이 여전히 주류로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발달장애 아동의 도전 행동 중재와 학습을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ABA(응용행동분석)와 긍정적 행동지원은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ABA와 긍정적 행동지원의 가장 큰 한계는 환경과 행동 차원에서 일어나는 정서・행동적 문제를 단순히 환경과 행동을 바꿔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행동과 환경을 고치려고 하는 ABA 및 긍정적 행동지원으로는 결코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 조금씩의 기능적인 발전을 볼 수 있어도 정신적인 후유증을 남기거나 단기간의 효과에 그치고 만다. 즉, 더 이상 치고 올라갈 수 없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동안 현장에 있으면서 느낀 점은 발달장애 학생들이 보이는 특이한 행동이나 문제들은 겉으로 볼 때는 행동적인 문제들로 보여도 사실은 잠재의식에서 기인하는 문제들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진정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행동을 고치는 것이 아닌 마음, 즉 잠재의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의 정신은 크게 의식과 잠재의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의식은 평소 깨어있을 때 우리가 하는 생각들이며, 잠재의식은 의식 아래에 있는 영역으로 무의식적,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담당한다. 의식은 우리가 평소 하는 생각들이며 잠재의식은 마음이다.

발달장애 아동이 보이는 여러 정서・행동적 문제들은 쉽게 말해 잠재의식에 그러한 마음이 내재적으로 습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잠재의식에 그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마음이 세팅되어있는데 이를 배제한 채 의식적으로만 또는 행동주의 기법으로만 고치려고 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ABA나 긍정적 행동지원은 잠재의식(신념, 가치관)을 바꿔주려는 것이 아니라 문제 행동의 원인이 되는 환경을 수정해주고 문제행동을 바람직한 대체행동으로 바꿔주는 행동 수정 요법이다. 따라서 단순히 기능을 습득하고 일시적으로 행동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지는 몰라도 심리적인 부작용이 있거나 장기간의 효과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진정한 행동 개선을 위해서는 환경을 수정해 주거나 강화물을 써서 행동을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의식, 즉 아이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바꿔주어야 한다. 그래야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고 반영구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러면 그러한 행동을 유발하는 아이의 잠재의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아동이 졸릴 때나 잠들기 직전, 또는 잠에서 깨기 직전에 아동에게 바라는 치료적 메시지들을 들려주는 것이다.

평소 잠재의식은 의식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가 약간 졸린 상태가 되면 서서히 활성화된다. 이처럼 잠재의식이 활성화되는 약간 몽롱한 상태를 트랜스 상태라고 한다. 즉, 트랜스 상태는 일종의 몽롱한 상태 또는 혼란함을 느끼는 상태로, 의식 아래에 있는 잠재의식이 활성화되는 상태이다. 트랜스 상태에서 입력된 메시지는 그대로 각인되어 잠재의식을 변화시킨다.

잠에 들기 직전, 또는 잠에서 깨기 직전이야말로 아주 훌륭한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이다. 따라서 이때를 이용해 아동에게 바라는 메시지, 긍정적 메시지, 원하는 상태 등을 녹음해서 들려주면, 또는 귓속말로 들려주면 이를 아동의 잠재의식에 더 빨리 각인시킬 수 있다. 잠재의식에 한번 각인된 메시지는 아이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변화된 의식은 자연스러운 행동 변화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주의집중력이 짧고 산만한 아동에게는 잠자리에 들 때나 잠에서 깨기 직전 조용한 명상 음악과 함께 “점점 차분해진다.”, “자리에 잘 앉아 있는다.”, “넌 잘 하고 있어.”, “~잘 할 수 있어.”, “주의집중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어.”, “오늘도 차분하게 지낼 수 있어.”, “점점 차분해지고 있어.” 등으로 살짝 속삭여주거나 녹음한 내용을 들려주면, 아동의 잠재의식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언젠가는 각인된다. 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은 바로 이때인 셈이다.

신생물학의 세계적 학자인 브루스 립튼(Bruce Lipton)은 평소에는 1년 동안 매일 100번씩 말해야 효과가 있다면, 잠이 들 때나 잠에서 깰 때는 녹음을 듣는 것만으로도 비교할 수 없이 빠르게 잠재의식이 바뀌게 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잠재의식에 한번 각인된 이미지나 생각은 어떻게든 아동의 의식과 행동에 자동적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잠들기 전에 변화를 바라는 메시지들을 조용히 속삭여주고 깨기 전에도 이러한 메시지들을 옆에서 지속적으로 들려주면, 그 내용이 신기하게도 잠재의식에 새겨진다.

매일 말로 하기는 번거롭고 힘들므로, 잔잔한 명상 음악과 함께 “OO는 차분하다.”, “OO는 주의집중을 잘한다.”, “OO는 팔을 깨물지 않는다.” 등의 원하는 메시지들을 녹음해서 들려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자폐성장애 및 지적장애 아동의 인지 능력이 심하게 떨어진다고 해서 이들이 신념이 없거나 정체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의 인지 수준과 상관없이 잠재의식은 본능에 따라 움직이고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이러한 말의 뜻을 다 이해하고 조금씩 변화하려고 한다.

자폐성장애 아동의 겉으로 보이는 의식(생각)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유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잠재의식은 꾸준히 사회적으로 교감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기능하기에, 꾸준히 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쓰면 발달장애 아동의 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잠들기 직전, 잠에서 깨기 직전 등 자연스러운 트랜스 상태에 있을 때, 이를 놓치지 말고 원하는 메시지, 긍정적 메시지들을 넌지시 들려줘 보자.

잠재의식이 변화되어야 자연스럽고 반영구적인 진정한 행동 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는 일상적인 환경에서 아동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잠재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그런 효과적인 대화법과 심리치료 기법들이 발달장애 아동의 중재와 특수교육에 적용되어야 한다.

*이 글은 특수교사(교육학박사, 교육심리・상담 전공) 이진식(https://blog.naver.com/harammail75)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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