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인권적 관점에서의 특수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용 도서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특수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교과서와 교과과정이 일반학교 학생들의 교과서 및 교과과정에 비해 열악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원대 정동영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원회 11층 배움터에서 개최한 ‘인권적 관점에서의 특수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용 도서 관련 간담회’에서 “특수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용 도서 등은 비장애학생들의 교육환경과 비교할 때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대책 마련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 주장의 근거로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 및 교과과정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이 일반학교 교과용 도서 및 교과과정에 투입되는 예산에 비해 훨씬 적고, 이에 따라 특수교육 대상자들이 접할 수 있는 교과서와 부교재 등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특수교육 교과서 열악…예산 제대로 편성하지 않아

이날 간담회에서 전해진 바에 따르면, 일반학교의 교과용 도서의 경우 초등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대부분 국정도서로 개발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의 교과용 도서는 대부분 검정도서로 개발되고 있다. 반면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는 모두 국정도서로 개발되고 있다. 특수교육 대상자가 전체 초·중등학교 학생의 0.8%에 불과해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를 시장에 맡겨 제작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국정교과서로 제작되는 초등학생의 일반교육 교과서와 비교해 봐도,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는 그 수가 매우 적다. 초등학생을 위한 일반교육 교과서는 총 137권이고 CD는 3종인 반면 초·중·고등학교의 장애인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교과서는 총 25권이고 CD는 2종이다.

교과용 도서뿐 아니라 보조자료도 부족하다. 정동영 교수는 “장애학생들은 지속적인 반복학습과 보충학습을 필요로 하는데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기본교육과정에 보조자료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올해부터 3개년 사업으로 특수교육 기본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용 도서의 보완자료를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 교수는 “국립특수교육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보완자료는 국정도서는 물론 검정도서·인정도서에도 해당하지 않아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의 고시 내용에 문제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대학교 정동영 교수. ⓒ에이블뉴스

정 교수는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각종 통계를 인용해 지적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2008년 3월 공고한 ‘국정 교과용 도서 연구개발기관 공모’에 따르면, 특수교육 기본 교육과정의 교과용 도서의 개발 내용은 교과서 25권, 보조자료 2종, 지도서 9권이었고, 그 개발비용은 교과서와 지도서가 권당 4,100만원, 보조자료는 종당 2,000만원으로 총 15억 7,400만원이었다.

반면 교과부가 2007년 3월 공고한 ‘초등 1, 2학년 교과용 도서 연구개발기관 공모 안내’에 따르면, 일반 초등 1~2학년 교과용 도서의 개발 내용은 교과서 28권, 보조자료 8종, 지도서 21권이었고, 그 예산은 교과서와 지도서는 권당 5,000만원, 보조자료는 종당 2,000만원으로 총 26억 1,000만원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의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의 개발 예산이 초등학교 1~2학년의 일반교육 교과용 도서 개발 예산의 60%에 불과한 것이다.

예산 부족은 또 다른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일반교육 교과용 도서는 대부분 학년별·학기별로 나뉘어 100페이지 내외로 개발되지만, 장애학생을 위한 기본 교육과정의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는 대부분 300페이지 내외로 개발되고 있다. 결국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의 교과서에 비해 3배나 무거운 교과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특수교육 교과과정 세분화 하고 예산·인력 충원해야”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정 교수는 특수교육 교과과정을 세분해야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일반 초등학교의 교과과정은 학년별로 나뉘어져 있지만, 특수학교의 교과과정은 초·중·고 등 3단계로만 나뉘어져 있다. 이것을 대상별로 세분화해 초등학교 1~2학년을 1단계로, 3~4학년을 2단계, 5~6학년을 3단계 등으로 나누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의 종류 다양화 ▲교과서 개발 시 1, 2학기 구분 ▲전자 교과서 개발 ▲관련 규정 및 지원체제를 정비 등의 과제를 풀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를 푸는 열쇠는 교과서 및 교과과정의 개발비를 인상하는 것. 정 교수는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는 일반교육 교과용 도서보다 분량이 많고 대부분 삽화나 사진으로 구성돼 개발비도 인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 교수는 “2008년 말부터 국립특수교육원 내 교육과정 및 평생교육팀에 속한 전문직 3명이 특수학교 교과용도서의 편찬 및 수정에 관한 업무를 겸무로 담당하고 있다. 이는 특수교육 교과용 도서를 연구·개발하고 관리하기에는 미흡한 인력”이라며 관련 조직 및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가야대 오세웅 교수는 “의무교육대상자에게 국가가 필요 적절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하는 것은 매우 큰 문제다. 특수교육 학생은 학년기 전체 학생의 5%로 추정되는데, 현재 실제 특수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은 1%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나머지 4%의 특수교육을 받아야 할 학생들이 일반 교실에 방치돼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특수교육 대상자들에 대한 지원을 보다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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