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어 탑 퍼’는 휠체어를 차에 싣고 내리기 어려워 도움을 받아야 했던 원태씨의 생활을 바꿔 놓았다. ⓒ제이넷티비

미국에서 김종배 박사가 운전하고 다녔던 차량은 전동휠체어째 탑승해 손이 불편해도 혼자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보조장치가 장착되어 있다. ⓒ제이넷티비

휴대전화 하나를 살 때도 사용자 후기부터 꼼꼼히 읽어본 다음, 매장에 가서 제품을 보고 또 보며 살까 말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애인 보조기기는 가격은 헉, 소리나게 비싸면서 어디 참고할만한 사용자 정보가 없다. 전시관 같은 데로 가서 구경부터 하려 해도 멀기도 멀 뿐더러 불편한 몸으로 찾아가기가 쉽지 않다.

주변에 자신과 비슷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 장애인이 편리한 물건을 사용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견물생심 눈으로 보게 되면 “저런 것 나도 하나 있었으면” 기꺼이 얄팍한 지갑을 열어 써보는 데까지 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해 본 다음의 소감은 “진작 사용했더라면” 이렇다.

다큐 ‘날개를 달자(www.jnettv.co.kr)’. 한국장애인방송 ‘제이넷티비’에서는 장애인들의 삶을 바꾼 장애인 보조기기에 대한 이야기를 방송한다. 단순히 장애인 보조기기의 기능적인 면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로 인해 활기차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담았다.

한 달에 한 편씩 방송하는데, 지난 16일 방송된 첫 편에서는 ‘장애인 자동차’를 다뤘다.

혼자서 휠체어를 자동차에 싣지 못하는 미경씨는 외출할 때마다 "자동차가 알아서 휠체어를 싣고 내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고민에 빠진다. 미경씨와 달리 원태씨는 ‘체어 탑퍼’라는 장치로 출근길을 상쾌하게 열고 있다. 버튼 하나로 도와줄 사람을 마냥 기다려야 하는 답답함에서 벗어난 것이다.

옥순씨는 핸드컨트롤 차를 운전하게 되면서 인생 계획을 새롭게 세웠다. 이동의 자유를 통해 많은 장애인들과 만나게 되었고 도전할 인생 목표가 생긴 것이다. 양 팔이 불편한 재현씨는 발로 운전하는 족동차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손과 팔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운전에 대한 희망은 삶에 대한 희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장애인들이 운전을 하려는 이유는 뭘까. 재활공학을 연구하러 미국으로 떠났던 김종배 박사는 전신마비 장애인임에도 특수 보조장치가 달린 차량으로 스스로 운전해 출퇴근했다. 미국의 첨단 장애인 차량 보조기기와 차량 지원 혜택을 몸으로 체험했던 것이다.

고국에 돌아온 그는 우리나라 장애인 자동차 지원정책에 새 바람을 일으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동의 자유는 새로운 도전을 낳고, 기술은 장애인의 능력을 확장시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예다나 기자는 ‘장애 경력 19년’을 자랑하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입니다.

“장애인에게 제일의 경력은 장애 그 자체”라고 말하는 예다나씨는 22세에 ‘척추혈관기형’이라는 희귀질병으로 장애인이 됐다. 병을 얻은 후 7년 동안은 병원과 대체의학을 쫓아다니는 외엔 집에 칩거하는 세월을 보냈다. 그리고 8년간은 장애인복지관에서 일했다. 그 동안 목발을 짚다가 휠체어를 사용하게 되는 신체 변화를 겪으며 장애 경중에 따른 시각차를 체득했다. 장애인과 관련된 기사와 정보를 챙겨보는 것이 취미라면 취미. 열 손가락으로 컴퓨터 자판을 빠르게 치다가 현재는 양손 검지만을 이용한다. 작업의 속도에서는 퇴보이지만 생각의 틀을 확장시킨 면에선 이득이라고. 잃은 것이 있으면 얻은 것도 있다고 믿는 까닭. ‘백발마녀전’을 연재한 장애인계의 유명한 필객 김효진씨와는 동명이인이라서 부득이하게 필명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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