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예산 확대에 인색한 기획재정부를 비판하는 장애인단체들의 모습. ⓒ에이블뉴스

3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01명 중 201명의 찬성으로 가결된 장애인연금법에 따라 오는 7월부터 도입되는 장애인연금은 기존 장애수당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장애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1급과 2급의 장애인과 3급 중 일부만이 기초급여와 부가급여를 합해 월 9만원~15만원의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예산은 1,519억1,900만원에 불과해 전체 장애인의 13%에 해당하는 32만5천명만이 장애인연금 수급권자가 된다. 결국 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겨우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장애인연금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지경이다.

장애인연금을 받게 되면 더 이상 장애수당은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장애인연금을 받는다고 소득상승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중증장애인은 13~18만원의 장애수당을 받고 있다. 만약 지자체에서 추가로 제공하는 장애수당을 더 이상 받을 수 없게 된다면 일부 지역의 장애인은 장애인연금을 받기 전보다 오히려 소득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연금 예산을 심의하고, 법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장애인계가 여러 통로를 통해서 제기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

1,519억1,900만원이라는 예산은 보건복지가족부와 기획재정부가 2010년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결정한 그대로 통과됐다. 보건복지위원회가 증액 의결한 예산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하지도 않은 채, 한나라당측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3,185억2,500만원까지 늘어났던 예산에서 무려 1,666억600만원을 쳐낸 것이다.

법안의 내용도 애초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것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중증장애인연금법에서 장애인연금법으로 '중증'이라는 단어가 빠진 채 통과됐지만, 알맹이인 연금의 대상은 1급과 2급의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과 3급의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한정됐다. 한마디로 말해서 중증장애인 중 일부만이 장애인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위원회가 추후 연금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을 열어두기 위해서 추가했던 '3급 이하의 장애인'에 대한 문구는 결국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삭제되는 이례적인 사태를 겪어야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의 핵심 내용에 손대는 일은 거의 없다.

그동안의 과정을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무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모든 것이 기획재정부가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결론이 난 것이다.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노력해야할 보건복지부 전재희 장관은 애초 보건복지부가 제안한 수준도 지키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부처간 신의 때문이라고 누차 밝혔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파워도 기획재정부 앞에서는 힘없이 무너졌다. 장애인당사자 국회의원들도 실질적으로 아무런 힘도 쓰지 못햇다.

복지부는 장애인연금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자마자 "중증장애인의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정부는 앞으로 재정 여건 및 우리의 사회보장수준 등을 고려하여 급여액을 점진적으로 인상하고 대상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그간 복지부의 태도 혹은 부처내 영향력을 보면, 장애인연금 급여액이 인상되거나, 대상자가 확대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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