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4시경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 앞에서 420공동기획단 주최의 최옥란 열사 추모문화제를 준비하던 한 여성활동가가 경찰의 방패로 복부와 사타구니를 가격당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이기태 기자>

‘도대체 촛불 문화제와 장애인 문화제가 뭐가 다릅니까?’

경찰이 광화문 등지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 문화제는 허용하면서 인근에서 열린 장애인 문화제는 강제 진압해 지탄을 받고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공동기획단(이하 420공동기획단)은 지난 26일 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공연장 앞에서 ‘최옥란열사 2주기 추모제’를 진행하다가 경찰이 “불법집회”라는 이유로 참가자 82명을 강제 연행하는 바람에 문화제를 중단해야했다.

특히 경찰은 지난 26일 오전부터 6개 중대병력을 투입해 이날 행사 진행에 필요한 무대설치 작업을 방해하고, 무대설치에 필요한 물품을 모두 압수해갔다. 연행과정에서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여성 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욕설, 구타 등을 행사했으며, 오마이뉴스 기자를 연행하려는 등 언론의 자유도 보장하지 않았다.

420공동기획단은 다음날인 27일 같은 장소에서 지난밤 진행하지 못했던 문화제를 다시 열었으나 경찰이 ‘정치적 발언이 너무 많다’ 등의 이유로 또 다시 문화제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수차례 강제 해산을 경고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문화제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420공동기획단이 두 번째 문화제 개최를 시도한 27일 비슷한 시각, 인근 차도에서는 대통령 탄핵반대 촛불문화제가 열렸으나 경찰은 이 문화제에 대해서 ‘정치적 발언이 너무 많다’는 등의 이유로 ‘강제 해산’을 경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420공동기획단은 29일 오후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화제 폭력진압에 대한 종로경찰서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

420공동기획단은 성명서를 통해 “이미 몇 주 동안 야간에 많게는 수십만 명 이상이 참여한 광화문 탄핵반대 촛불문화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던 경찰이, 겨우 100여명이 참여한 추모문화행사에는 수 백 명의 경찰을 동원해 폭력적으로 진압했던 의도에 대해 우리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420공동획단은 “당일 폭력진압의 주체였던 종로경찰서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와 책임자인 종로경찰서장의 문책을 요구하고, 개악된 집시법을 남용해 폭력 진압을 정당화하는 것에 대해 경찰 측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도 경찰이 최옥란 열사 추모제를 강제로 진압한 것에 대해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비례대표 1번을 받은 심상정 후보는 “민중을 폭력으로 억압하는 경찰은 필요 없다. 차별철폐와 장애인의 권익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이 사회보장 예산을 축소하고 장애인의 집회를 폭력으로 짓 밟는다”고 비판했다.

민노당 김혜경 부대표도 지난 27일 문화제에 참가해 강제 해산 경고방송을 하는 경찰 관계자에게 “촛불문화제와 무엇이 다른데, 장애인 문화제만 강제 진압하려고 하느냐”며 강력히 따졌다.

사회당은 지난 27일 ‘집회의 자유조차 차별받는 장애인’이라는 논평을 통해 “비장애인들의 탄핵규탄 촛불문화제는 불법시비가 있긴 했어도 폭력진압을 엄두도 내지 않던 경찰들이 가까운 곳에서 같은 시간대에 열린 장애인들의 작은 추모문화제는 너무도 쉽게 짓밟아버렸다”고 비판했다.

한편 420공동기획단은 강제 진압이 벌어졌던 지난 26일 밤 현장 지휘자였던 종로경찰서 경비과장 및 정보과장을‘형법 123조 직권남용, 124조 불법체포, 불법감금, 125조 가혹행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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