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옹호하며 "외눈으로 보도하는 언론들이 시민 외에 눈치 볼 필요가 없이 양눈으로 보도하는 뉴스공장을 타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자 발달장애인 동생이 있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장애 혐오 발언”이라며 사과를 요구했고,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수준 이하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은 국어사전의 용례를 들며 ‘외눈’이 시각장애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이라는 뜻도 있다면서 장애인 비하 논란이 매우 억지스럽다며 유감이라고 했다.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외눈’이 장애인 비하인가 아닌가로 논란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사안의 본질은 제쳐두고 ‘외눈’이 장애인 비하 발언이 아니라며 추미애 전 장관을 옹호하는가 하면, ‘외눈’은 장애인 비하 발언이라며 장혜영 의원과 이상민 의원을 편들기도 했다.

삼락생태공원에 핀 이팝나무꽃. ⓒ이복남

추미애 전 장관은 ‘외눈’이 국어사전에도 있다면서,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은 ‘외눈’이라는 신체적 특성에 관한 단어를 편향성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았고, 이에 반해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양눈’으로 세상을 똑바로 본다고 주장했다. ‘외눈’과 ‘양눈’을 비교한 자체가 이미 외눈보다 양눈이 더 낫다는 전제를 깔고 있음은 간과한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은 두 개의 눈 즉 양눈을 가지고 있지만,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두 눈 혹은 한눈을 잃으면 시각장애인이 된다. 그런데 두 눈은 물론이고 한눈을 잃은 시각장애인이라고 해서 세상을 편향되게 비뚜로 보지는 않는다.

세계적인 석학 헬렌 켈러가 세상을 편향되게 비뚜로 보았을까. 일찍이 세종대왕도 시각장애인이었고, 전 백악관 참모 강영우 박사도 시각장애인이다. 정화원 전 국회의원도 시각장애인이고, 김예지 현 국회의원도 시각장애인이다. 이들은 모두 ‘외눈’이 아니라 두 눈을 다 보지 못한다.

누구 말처럼 ‘외눈’으로 보는 세상이 편향되었다면, 양눈을 다 못 보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그들은 아예 세상을 볼 수 있는 감각조차 없어야 말이 되지 않을까.

물론 ‘외눈’이 국어사전에도 나와 있고,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가 없었다고 한다면 그 말은 사실일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더 큰 문제다. 추미애 전 장관은 ‘외눈’의 의미를 편향된 시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을 뿐 아니라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 없이 그야말로 ‘무심코’사용했을 것이다.

문제는 ‘무심코’이다. 평소에도 장애인을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없이 여겼으면 ‘무심코’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걸핏하면 사용하는 ‘절름발이 행정’이니 ‘꿀 먹은 벙어리’를 남발하는 사람들도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는 조금도 없고 자신도 모르게 ‘무심코’사용했을 뿐이라고 변명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제기한 내용. ⓒ에이블뉴스DB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는 장애 비하 발언을 한 21대 현직 국회의원 곽상도·이광재·허은아·김은혜·조태용·윤희숙 총 7명을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에이블뉴스, 2021-04-20 )

여기서 제기한 내용은 ‘외눈박이, 절름발이, 집단적 조현병, 꿀 먹은 벙어리’ 등인데 이런 말을 사용한 사람 중에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로 일부러 그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외눈박이, 절름발이, 집단적 조현병, 꿀 먹은 벙어리’라고 말했다. 모두가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는 조금도 없음에도 ‘무심코’ 사용한 말이다.

국어사전에 기재되어 있다고 해서 그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현재 시각장애인들이 제일 듣기 싫어하는 비하 용어는 ‘봉사’다. 그런데 봉사는 조선시대 벼슬 이름이고 우리가 잘 아는 심청전에서 심청이 아버지도 봉사였다. 국어사전에 있고 그 뜻이 벼슬 이름이었으므로 ‘봉사’를 사용해도 괜찮다는 것일까.

그들은 장애인 비하 목적이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 속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관한 생각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무심코’에 너무 관대했다.

이번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가 제기한 소송은 문제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상대로 원고 1인당 100만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것이다. 그리고 국회의장에게는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으로 국회법과 윤리강령을 위반한 국회의원에 대해 징계권을 행사할 것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 신설 등 적극적 조치를 청구했다고 한다. (에이블뉴스, 2021-04-20 )

추미애 전 장관은 이미 ‘외눈’을 편향적이고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했고, 무엇보다도 장애인을 비하할 의도 없이 ‘무심코’ 사용했다는 것은 이미 그의 무의식 속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므로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사죄해야 마땅하거늘 오히려 자신의 말을 오독했다고 유감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

‘입이 보살’이라는 속담이 있다. 무심코 한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이렇듯 언어는 그 자체가 어떤 주술성을 지닌다는 믿음에 의해 생긴 말이다. 코로나로 인해 온 국민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좋은 말 긍정적인 말로 아픈 마음들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많은 사람의 가슴에 오히려 비수를 들이대다니.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해서 더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남편은 고향 정읍에서 변호사로 활동한다고 했다. 그런데 추미애 전 장관의 아들 서 모씨가 ‘엄마찬스’ 논란으로 시끄러울 때 서 모씨의 아버지가 장애인이므로 아버지와 공동명의로 장애인 차량을 운전한다고 했었다.

결국 추미애 전 장관은 ‘뉴스공장’에 대해서는 ‘외눈과 양눈’을 사용하면서도 장애인에 대한 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고, 그리고 내 남편의 장애도 사회에서 말하는 장애와는 무관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너무나 어이없고 황당한 ‘내로남불’이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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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이 행복하지 않는 한 나 또한 온전히 행복할 수 없으며 모두 함께 하는 마음이 없는 한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평등하게 공유할 수 있는 열린사회를 건설해야 한다. 쓸모 없음을 쓸모 있음으로 가꾸어 함께 어우러져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사랑으로 용서하고 화합하여 사랑을 나눔으로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복남 원장은 부산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하늘사랑가족상담실을 운영하고 있다.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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