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재난 복지부동’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모습.ⓒ에이블뉴스

서울 강서구 가양동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중증장애인 김선심 씨(54세, 뇌병변1급, 여)가 에어컨, 선풍기 가동 없이 찜통 속에서 매일밤 불구덩이에 빠져있다.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과 고개를 양옆으로 돌리는 것 외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선심 씨는 좁은 11평의 임대아파트 침대에 누워 벽걸이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폭염을 버티고 있다.

선심 씨가 받고 있는 활동지원은 국비 402시간, 서울시 추가 197시간 총 599시간정도다. 하루 24시간을 받기에는 약 120 시간 정도 모자르다. 대략 한 달 15일 이상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약 12시간 동안 활동지원사 없이 생활하는 셈이다.

이에 혼자 있는 밤에는 선풍기 마저 혼자 끌 수 없어, 혹여나 과열돼 불이날까봐 베란다 문만 열고 매일밤 고비를 넘긴다. 쿨매트 또한 이미 써봤지만, 스스로 체위를 바꿀 수 없는 선심 씨는 더 위험한 상황에 놓일까봐 이마저도 포기했다.

“에어컨 있어도 못 틀어. 불 날까봐 무섭고. 불 나면 나만 죽는 게 아니야. 이 아파트가 다 죽지. 그래서 선풍기를 못 써.”

노들장애인야학은 6일 김선심 씨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통해 밤에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결국 폭염이 극심했던 지난 1일 사단이 났다. 지난밤 활동지원사가 베란다 창문만 열어놓은 채 선풍기와 현관문을 닫고 퇴근한 후, 다음날 아침 출근하니 선심 씨는 녹초가 돼 있던 상태였다.

고집이 센 그는 바로 병원에 가지 않고, 하루 더 참았다. 그날은 서울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며 폭염이 극심했던 날이기도 하다.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던 그는 다음날 2일, 눈이 풀린 채로 병원에 찾았다. 의사의 진찰 결과 선심 씨의 체온은 38.6도씨에 육박했다.

‘약물치료 및 보존적 치료 중이며 향후 안정시 까지 24시간 간병 또는 경과에 따라 검사 및 입원을 요함’ 의사의 진단서까지 발급받은 그는 더 이상 혼자 지내는 밤이 무서웠다.

바로 진단서를 갖고 근처 주민센터에 활동지원 24시간을 요청했으나, ‘지원방법이 없다’며 끝내 거부 당한 것.

현재 서울시는 2015년부터 100명을 대상으로 활동지원 24시간을 지원해오고 있으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여전히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에는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8월 기준 지자체를 통해 24시간 활동지원을 받고 있는 장애인은 총 401명으로, 서울, 광주, 경기, 충북, 전남 외 지역에는 1명도 없다.

긴급 구제 진정서를 들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에이블뉴스

노들장애인야학은 6일 김선심 씨가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을 통해 밤에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 진정을 제기했다.

노들장애인야학 박경석 교장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에게는 일상이 폭염이다. 임시방편적 대책이 아닌, 일상이 위험한 최중증장애인이 홀로 밤을 지내기 위해선 복지부가 24시간 활동지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즉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상임대표도 “사람들은 더울 때 전자제품이 있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중증장애인들은 전자제품이 과열됐을 때 어떤 조치도 할 수 없고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저 또한 선풍기를 켜놓고 잠을 들 수가 없다”면서 “중증장애인에게는 폭염이 재난을 넘어 생명의 위협”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선심씨는 굉장히 당찬 여성이지만, 혼자 사는 중증장애여성으로서 공포감 때문에 너무 더워도 현관문을 열 수 없고 혼자서 선풍기를 켜지 못하고 마음껏 도와달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중증장애인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고 당당하고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조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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