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활동보조 시간 도중 휴게시간이 생긴다고? 그럼 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문애린 사무국장.ⓒ에이블뉴스DB

오는 7월부터 장애인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 부여로 인한 정부의 대책이 발표된 이후 현장에서는 후폭풍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대책이 현실성이 없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비스를 이용하는 중증장애인에게 전가된다는 것. 이로 인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근로‧휴게시간 특례업종에 다시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7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 대책’을 마련, 오는 7월부터 본격 근로‧휴게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사업복지사업에 대한 방안을 발표했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당장 7월부터 활동지원기관은 활동지원사의 근무시간에 따라 4시간일 경우 30분, 8시간일 경우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을 근무시간 중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돕는 사업 특성상 아무런 대안 없이 적용하면 중증장애인의 생존권 문제 등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장애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온 바 있다.

이에 정부는 고위험 최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3가지 방안을 마련해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험 최중증장애인 활동지원사 휴게시간 준수를 위해 교대근무 독려 방안.ⓒ보건복지부

■두 명이 겹쳐서 근무, “장애인이 외출하면?”

크게 활동지원사 두 명이 겹치는 교대근무, 가족 활동보조 예외 적용, 대체인력 지원 등 3가지 대책인데 장애계에서는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입 모아 말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복지부가 내놓은 대안은 중증장애인도, 활동지원사도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장애인이 집에만 있지 않고 여행도 갈 수 있고, 외출도 할 수 있는데 두 명의 활동지원사가 겹쳐서 교대로 쉬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고미숙 사무국장도 “복지부가 고민을 참 많이 한 대안인 것 같은데 3가지 대안이 현실적으로 안 된다. 두 사람이 겹쳐서 교대근무하게 되면 8시간 일할 것을 1시간 임금보존 못 받고 9시간으로 늘려서 일해야 하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시간을 떼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붙여서 사용해야 되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 대체인력 확보 방안.ⓒ보건복지부

■“1시간 위해 가족 희생”, “청년일자리 실효성 글쎄”

가족 활동보조 적용에 대해서도 최용기 회장은 “가족이 근로기준법을 지켜주기 위해 모든 사회생활을 내려놓고 집에만 있어야 하겠냐”, 고미숙 국장도 “제도 취지상 맞지 않고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대안인 청년일자리를 활용한 대체인력 지원도 뚜렷한 해결책은 아니다. 복지부는 34세 이하 미취업 청년 175명이 한 명당 2~5명의 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을 책임지도록 설계했다. 단, 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 전에 가사, 신변처리, 복약 등 소관 업무를 완료해야 한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정영만 활동보조위원장은 “임시적인 청년일자리가 과연 실효성 있겠냐. 1시간 하려고 청년들에게 수입을 보장해야 하고, 집집마다 장애인들을 찾으러 다녀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이상진 사무총장은 “과연 청년들이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역할 수행을 잘 할 수 있을까. 대체인력이 적절히 활용될까. 당장 6개월의 단기 계약직을 청년들이 선호할까란 고민이 있다”면서 “지방 쪽의 경우 채용은 더더욱 힘들 것 같다. 그 피해는 중증장애인이 보지 않겠냐. 적절히 활용될지에 대해서 현장에서도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특례업종에 장애인활동지원사업을 포함시켜달라는 청원.ⓒ홈페이지 캡쳐

■누구를 위한 근로기준법 적용, “특례 포함해 달라”

이렇다 보니 차라리 근로기준법상 근로‧휴게시간 특례업종에 장애인활동지원사업만 예외적으로 다시 포함시켜달라는 주장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몇 개의 제안이 올라온 상태다.

학령기 장애아를 가진 학부모인 A씨는 “활동지원사 근무특성상 장애인이 원하는 시간에 필요에 의해서 융통성 있게 지원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갑자기 4시간 근무 후 30분 쉬어야 한다면 그 30분 동안 장애인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냐”면서 “이용자를 두고 휴식하러 자리를 비우는 지원사 또한 없다. 누구를 위한 법이냐”고 지적했다.

또 “활동지원사의 근로환경이 어렵고 힘들다고 알고 휴식 또한 필요하다”면서 “근로기준법 특례로 지정해서 초기의 시행목적에 맞게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은 현재 413명이 동의한 상태다.

1급 뇌병변장애인 고 모씨도 “외출 시 장애인콜택시로 이동할 때 활동지원사랑 같이 있는데 대체 어디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냐. 쉬는 동안 행선지에 도착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면서 “휴게시간은 전혀 현실성 없다”고 피력했다.

‘손가락 시인’ 지체장애인 정상석 씨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최중증장애인들은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별따기가 되어버렸다”면서 “근로기준법상 주 40시간이라는 숫자는 사무직이나 생산직, 산업체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지, 중증장애인을 돌봐주시고 수고해주시는 활동지원사 선생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다시 특례업종으로 포함시켜서 안정된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청원에 힘을 보탰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총연합회 정영만 활동보조위원장도 “현재 활동보조시간은 100% 근로하는 시간이 아니라 휴게시간도, 대기시간도 적절히 있다. 시간 내내 장애인 발 들어주고, 물먹여주지 않지 않냐”면서 “지금 인터뷰 하는 시간동안도 활동지원사는 대기하면서 쉬는 시간이다. 충분한 휴게시간이 있음에도 의무적으로 휴게시간을 부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복지사업 속에 직업군을 분리해서 활동지원의 경우 특례업종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 장애인 활동지원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이용자 입장에서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특례업종에 포함시켜달라는 주장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래도 근로기준법을 지켜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복지부가 제안한 대안이 맞지 않다는 것을 계속 문제제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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