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적장애 3급인 A(36, 여)씨는 통장을 관리해주겠다는 지인 B씨의 말을 믿고 자신의 통장을 맡겼다. 그러나 B씨의 제안은 A씨가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노린 의도적 접근이었다.

B씨는 A씨의 통장과 카드 비밀번호를 받아들자마자 예금통장의 돈을 빼내려 했다. 다행히 A씨의 통장은 신탁에 가입돼 있었고 5천여만 원의 자산을 지킬 수 있었다.

서울시복지재단 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와 KEB하나은행이 ‘신탁제도’를 처음으로 활용, 업무협약을 통해 상반기부터 장애인 자산 보호망 구축에 나선다고 25일 밝혔다.

은행이 장애인 금전재산에 ‘신탁법’상의 신탁을 설정, 통장을 투명하고 안전하게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시는 가족, 친지, 시설장, 지인 등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사기, 횡령과 같은 피해에 쉽게 노출돼 있는 장애인들의 재산을 보호하고 금전적 피해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첫 보호 대상자는 서울시 내 A사회복지법인 산하 17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에서 거주하는 70여명이다.

‘신탁법’에 따라 KEB하나은행이 ‘수탁자’가 되어 장애인 70명의 자금을 관리한다.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을 관리하는 A사회복지법인 사무국은 신탁관리인, 일종의 ‘통장지킴이’ 역할을 맡는다.

장애인 명의 신탁통장에서 돈을 인출할 때, 은행과 법인 사무국 두 차례의 검증과정을 거치게 해 금융 안전 강도도 두 배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신탁은 ‘위탁자(재산을 제공하는 사람)’와 ‘수익자(신탁이익을 얻는 사람)’가 다른 타익신탁 방식이 아닌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이용자 본인이 ‘위탁자’이자 ‘수익자’가 되는 자익신탁으로 운영한다.

이렇게 되면 장애인들이 언제든 질병 등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립자산을 형성하는데도 도움을 받게 된다.

서울시복지재단 내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시설과 지역사회에 있는 장애인의 개별 특성에 맞는 신탁제도를 개발‧운영하는데 필요한 법률적 지원을 하게 된다.

본격적인 신탁서비스는 5월부터 이용자 재산조사 및 신탁계약서 체결 등의 실무절차를 거쳐 상반기내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광식 KEB하나은행 신탁부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신탁제도가 자산가들을 위한 상속설계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스스로 재산을 지키기 어려운 취약 계층을 위한 보호기제로서 사회적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주원 공익법센터 변호사는 “대표적인 독립적 재산관리 수단인 신탁제도는 장애인, 아동, 노인 등 취약계층의 재산보호수단으로 활용할 여지가 높음에도 국내에서는 이를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며 “운영절차가 상대적으로 복잡한 후견제도를 보완한 특화된 서비스를 통해 향후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장애인, 노인 및 아동 등 취약계층 전반으로 대상 확대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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