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울장애인여성인권연대 회원들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와 반성폭력위원회 배복주 위원장을 규탄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장애인이동권연대 후신)가 성추행을 당한 여성장애인의 2차 피해 조치 미흡 사태 관련 해명과 사과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서울장애여성인권연대(이하 연대)는 17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이동권 투쟁 영상인 ‘버스를 타자’ 내용 중 16년 전 자신을 성추행한 A씨의 모습이 나와 삭제를 요청했지만 4개월이 되도록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 관련된 해명은 피해당사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당사자에게 직접사과 없이 언론 보도에 떠밀려 사과와 조치를 운운하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사태를 정리하면 박지주 씨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교육을 위해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에서 투쟁영상 ‘버스를 타자’를 입수했다. 2017년 9월 경 영상을 상영했고, 그 영상을 본 순간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 16년 전 자신을 성추행, 퇴출 당한 당시 장애인이동권연대 사무국장 A씨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박 씨는 2017년 12월 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와 배복주 반성폭력위원장에게 각각 통화와 문자로 “버스를 타자”에 A씨가 출연한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도록 삭제를 위한 조속한 논의와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박 씨는 이를 공론화 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전장연은 11일 홈페이지에 “박지주씨의 “버스를 타자”에 A씨가 출연한 부분을 삭제해달라는 요구에 대한 해명과 사과” 내용을 게재했다.

2017년 12월말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와 배복주 전장연 반성폭력위원장은 각각 통화와 문자로 박지주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박지주 씨는 이번에 발표한 글을 통해서 "피해자가 직접 전화했음에도 (박경석 대표는) 이를 다시 조사해 보고 문제가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는 라는 발언은커녕, 오히려 가해자가가 누군지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취지가 다릅니다.

박경석 대표는 박지주씨와의 통화과정에서 오히려 “감독이 고인이 된 상황에서 지금 당장 혼자서 판단하기 어려워서 답을 주기가 어렵고, 요청사항에 대해서 반성폭력위원회에 제소하면 조직적으로 논의하고 책임 있는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는 취지로 통화하였습니다.

또한 박지주씨는 배복주 반성폭력위원장에게 문자를 통해서 “반성폭력위원회 참여와 긴급회의신청을 요청하며, 회의 주제로 이동권 투쟁 관련 영상자료에서 엄00의 모습이 담긴 부분에 대한 삭제 요청건”이라고 연락하였고, 배복주 위원장은 “반성폭력위원은 중앙운영위원 인준사안이라 중운위에서 판단하며, 사건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하며 담당활동가와 이메일 주소를 안내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박지주씨의 요청이 이메일로 접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상 삭제 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였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03년에 제기된 A씨 성폭력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고, ‘버스를 타자’라는 영상에 A씨의 모습이 담겨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사건의 피해자인 박지주씨가 요청할 때까지 영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수정할 계획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또한 2017년 말, 피해자가 엄00이 나오는 영상을 삭제하기 원한다는 뜻을 인지한 이후에 박지주씨가 이메일로 각 언론사와 단체에 공개적으로 제기를 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 시간 고통 받았을 박지주씨에게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이제라도 조직적으로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고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전장연은 또한 하루 뒤인 지난 12일 ‘2018년 제2차 중앙운영위원회’에서 박 씨가 요구한 영상 ‘버스를 타자’ 원본의 수정을 제작 권한이 있는 다큐인에 요청하고, 회원단체는 수정이 될 때까지 ‘버스를 타자’ 영상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연대는 전장연의 해명과 관련 박경석 대표와 배복주 반성폭력위원장은 피해자의 요구사항을 잘 알고 있었고, 두 사람 모두 과거 성폭력 사건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위치였던 상태에서 이메일로 접수가 안 돼 논의되지 못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는 입장이다.

(왼쪽부터)서울장애인여성인권연대 박지주 대표, 서울장애인여성인권연대 안은자 사무총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연대에 따르면 박지주 씨는 지난해 12월 3일 문제해결을 위해 전장연 홈페이지를 방문했고, 반성폭력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에 위원회의 구성과 활동방식에 대한 문의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에게 했으나 답변은 받지 못했다.

이 활동가로부터 답을 듣지 못한 박지주 씨는 12월 5일 박경석 대표에게 전화를 했고 반성폭력위원회 배복주 위원장에게 연락을 하면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같은 날 오후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사무국장에게 "조용히 처리하고 싶으니 가해자 영상 부분만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일주일 정도가 지났을 무렵 박지주 씨는 사무국장으로부터 ‘반성폭력위원회에 (문제의 영상 속 성폭행 가해자 삭제 건) 이야기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전장연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이 없자 박지주 씨는 배복주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담당 활동가에게 관련 내용을 메일을 보내달라는 답을 받았다.

여기에 박지주 씨는 박경석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해당 영상을 삭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박 대표는 판단이 안선다, 감독은 죽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변 받았고, 재차 영상 삭제를 요구하자 ‘끊자’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가 종료됐다.

박지주 씨는 "전장연은 15년간 가해자가 담긴 영상을 교육 자료로 사용했고 박경석 대표는 문제 제기를 묵살했다. 성폭력 2차 피해를 방조한 배복주 위원장의 작태를 보면서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배복주 위원장이 발표한 성폭력 2차 가해 지목에 대한 입장에도 진심어린 사과가 없었다”면서 “오히려 우리와 연대하는 관계자에게 전화해 이미 끝난 사건이라며 회유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박지주 씨는 “몇 마디 문장으로 사과를 다 했다고 생각한다면 15년 가까이 성폭력의 아픔을 겪는 피해자를 이해 못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여성장애인연대 안은자 사무총장은 “전장연은 지난 11일 사건이 공론화되자 입장문을 보내왔다”면서 "두 사람은 당시 사건 발생했을 때 개입했고, 사건을 너무 잘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메일로 접수하지 않아 논의를 하지 못했다는 것은 궁색한 변명"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연대는 박경석 대표와 배복주 위원장에게 피해 당사자인 박지주 씨에게 진심이 담긴 직접적인 사과와 함께 현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여기에 배복주 위원장의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민원을 청와대에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