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디지털벨리12층 5호에 입주에 있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출입문은 터치식 자동문이다. ⓒ박종태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관장 은종군, 이하 옹호기관)이 입주해 있는 서울시 금천구 벽산디지털벨리 관리사무소가 장애인 편의 시설 설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장애인단체의 입주가 되는 지 여부를 입주자 대표와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옹호기관은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만들어져 지난달 27일 벽산디지털벨리 1205호에 문을 열었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위탁운영을 맡았다.

주요역할은 우선 장애인 학대 예방 관련 연구 및 인권 실태조사를 수행하고, 장애인학대 관련 통계를 생산‧분석해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기초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장애인학대 판정도구 및 지표도 개발해 지역사회의 인권침해 현황 파악을 위한 실태조사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옹호기관이 장애인들의 권익 옹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함에 따라 장애인들의 방문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벽산디지털벨리 1층과 12층의 남녀장애인화장실 등의 편의가 미흡한 상황이다.

2일 점검한 결과 남녀장애인화장실은 남녀비장애인화장실 내부에 설치돼 있어 성별이 다른 활동보조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출입문도 여닫이로 손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이 이용하기 힘들고, 문고리 잠금 장치도 이용하기 힘들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세면대, 용변기 등받이, 비상호출벨이 없으며 자동 물 내림 자칭 대신 눌러 사용하는 버튼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이용이 힘들다. 휴지걸이도 용변기에 앉았을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됐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세면대를 사용해야 하는데, 양쪽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성별을 알 수 있는 점자표지판이 없다. 점자블록의 경우 1층은 벽면 앞바닥이 아니라 출입구 가운데에 설치됐고, 재질로 물기가 묻으면 미끄럽고 불빛이 반사돼 저시력 장애인이 인지하기 힘든 스테인리스다. 12층의 경우 점자블록이 미설치됐다.

엘리베이터 점자버튼 앞바닥에도 스테인리스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어 시각장애인의 불편이 우려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에는 점자블록설치와 관련해 가로, 세로 30cm를 표준형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 점자블록의 색상은 원칙적으로 황색을 사용하되, 바닥재의 색상과 비슷해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다른 색상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실외에 설치하는 점자블록의 경우 햇빛이나 불빛 등에 반사되어 눈, 비 등에 미끄러지기 쉬운 재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옹호기관 은종호 관장은 "장애인화장실 때문에 여러 건물을 찾아보았지만 이곳을 얻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 각 건물은 개인소유로 되어 있으며, 관리사무소에 공문으로 장애인 편의 개선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벽산디지털벨리 관리사무소는 아파트형 공장으로 장애인단체가 어떻게 들어 왔는지 모르겠고, 입주가 되는 지 건물 입주자 대표하고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장애인 편의 시설 개선에 앞서, 옹호기관의 입주 자격이 있는 지 따져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은종군 관장은 "위탁운영 하는 연구소의 사업자등록증에 제조도 있고, 사전에 협의해 입주했기 때문에 (입주 자격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벽산디지털벨리 입주 현황을 보니 간호학원, 한국홍보진흥공사, 한국다문화가족협회 등이 입주해 있는 상태다.

1층과 12층 남녀장애인화장실 내부는 공통적으로 세면대, 용변기 등받이, 비상호출벨이 없으며 자동 물 내림 자칭 대신 눌러 사용하는 버튼이 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이용이 힘들다. 휴지걸이도 용변기에 앉았을 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설치됐다. ⓒ박종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세면대를 사용해야 하는데, 양쪽에 손잡이가 설치돼 있지 않아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 넘어져 다칠 위험이 있다. ⓒ박종태

남성비장애인화장실 내부 소변기에는 손잡이가 설치돼 있다. ⓒ박종태

1층 남녀비장애인화장실 입구 벽면에는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만져 성별을 알 수 있는 점자표지판이 없다. 점자블록도 벽면 앞바닥이 아니라 출입구 가운데에 설치됐고, 재질로 물기가 묻으면 미끄럽고 불빛이 반사돼 저시력 장애인이 인지하기 힘든 스테인리스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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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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