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67세, 뇌병변장애 3급 판정)씨가 왼손의 세 손가락은 강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두 손가락만 겨우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나홀로 병상에서 앉아 ‘장애등급 결정서’만 매만지고 있는 김영광(67세, 뇌병변장애 3급 판정) 씨. 현재 처해진 상황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어느덧 서서히 죽음을 준비해야 될 나이. 멀리서 보아도 그에게는 홀로 감당하기 무거운 짐을 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순일곱의 그를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해 장애등급재심사를 받은 뒤부터 모든 게 변했다고 털어놨다. 재심사에서 뇌병변장애 1급에서 3급으로 등급이 하락됐다. 왜 3급인지 전혀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뇌병변장애 3급’이 너무나 무거운 ‘짐’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1급에서 3급으로 하향, 나락으로 떨어지다

그는 첫 장애등급심사를 받은 지 7년 뒤인 지난해 재심사를 받게 됐고, 같은해 10월 26일자로 ‘뇌병변장애 3급’이라는 통보가 담긴 ‘장애등급 결정서’를 받았다.

장애등급 결정서에는 “제출된 경과기록지상 2005년 퇴원기록지상 실내에서 지팡이 보행한다고 기재된 점, 치료경과, 동명의 자료상 이동 양상, 우측 상지 근위약 및 근강식 정도, 치료상의 뇌병변 양상과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우측 팔의 모든 손가락 사용이 불가능해 이를 이용한 일상생활동작의 수행이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로 3급 결정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 같은 결과는 의사가 작성한 수정바델지수(Modified Barhel Index) 점수와 상반된다. 의사는 2급에 해당하는 총 44점의 소견을 냈지만 국민연금공단은 인정하지 않았다.

‘내 몸이 3급밖에 안 된다고?’ 재심사 결과 부당

그는 뇌병변장애 3급은 너무나 부당한 등급이라고 주장한다. 1급 판정 때 보다 더 장애가 심한 상태인데, 오히려 하락됐다는 것. 예로 1급 판정을 받았을 당시 50m 보행이 어렵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현재는 보행조차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영광씨는 보행할 수 없어 수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 수동휠체어에 탄 채 왼 발로 바닥을 밀고, 왼손의 약지와 소지 두 손가락으로 휠체어 바퀴를 끼어 밀고 있다. ⓒ에이블뉴스

그는 환자 침대에서 화장실로 이동 할 때 약 1m 조차도 홀로 이동 할 수 없었다. 우측편마비로 오른쪽은 전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수동휠체어에 탄 채 왼 발로 바닥을 밀고, 왼손의 약지와 소지 두 손가락으로 휠체어 바퀴를 끼어 밀면서 이동하는 상황이었다.

현재 김씨는 왼손의 두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지만, 미세한 움직임조차 불가능 한데 어떻게 사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고 전했다.

실제 왼손의 약지(네번째 손가락)와 소지(다섯번째 손가락) 두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을 뿐, 전반적인 일상생활에서의 사용은 불가능했다.

김씨는 “당뇨와 혈압의 합병증으로 뇌경색이 와서 오른쪽 절반이 모두 마비 됐다.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강직통증으로 인해 팔 다리가 오그라들면 세 발자국도 못 걷고 주저앉는 게 일 수”라고 호소했다.

이어 “1급을 받을 때 만 해도 마비된 팔, 다리도 자꾸 굳어지기 때문에 이를 악 물고 지팡이로 짚고, 벽을 기대며 몇 발자국씩 움직이기도 했다. 이젠 왼쪽 다리마저 관절통으로 제대로 일어날 수도 없는 상태로 악화됐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 두 손가락 밖에 안 된다. 등급 하락으로 인해 내 생활이 다 망가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를 증명 하듯 그는 의사가 작성한 수정바델지수 ‘보행(ambulation)’에서 ‘전혀 할 수 없다’는 0점을 받았다.

장애등급 하락은 김씨에게 또 다른 위기로 찾아왔다. 내분비내과, 흉부외과, 재활의학과 등 총 5개의 외래진료를 받고 있는 그는 최소 한 달에 1회 이상 정기적인 진료를 위해 외출이 필요한 상태다.

김씨는 “합병증으로 인해 안과, 내과, 재활의학과 등 여러 곳을 다녀 외출이 잦은 편이다. 휠체어에 앉은 채 장애인콜택시에 타고 다녔는데 3급으로 하향되면서 이제 이용조차 할 수 없다. 당장 장애인콜택시 마저 이용을 못하면 어떻게 하냐. 수급자로 홀로 살아오는데 무슨 돈이 있어 차를 불러 외래진료를 다닐 수 있겠냐”고 말문을 흐렸다.

그동안 1~2급 지체·뇌병변 장애인 등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해 병원 진료를 받아 온 그에게는 등급 하락에 따라 장애인콜택시 이용을 하지 못하는 것은 더 없는 위기였던 것.

당뇨병으로 인해 하루에 1번은 인슐린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이 조차도 스스로 할 수 없어 현재 같은 병실에 있는 환자에게 도움을 받고 있다.

그는 “두 손가락으로 인슐린 주사기조차 잡고 주사기를 누를 수 없어 매번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안으로 임대아파트를 분양 받게 되는 김씨는 ‘활동보조서비스’ 조차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고통스럽기만 하다.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자립생활은 불가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환자복의 단추 조차 스스로 끼우지 못하는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재심사의 부당함을 알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희망도 물거품 되버리게 만든 장애등급 재심사

결국 김씨는 지난해 11월 중순 해당 동 주민센터에 장애등급 이의신청을 했다. 이후 12월 초 국민연금공단 지사의 직원은 재활병원으로 나와 육안으로 김씨의 몸 상태를 살펴보고, 사진도 찍어갔다.

그동안 의료기관의 재활의학과·신경외과·신경과 전문의가 장애진단을 할 수 있었지만, 2011년 4월부터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심사에 대한 업무를 맡아오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장애등급심사센터가 의사 소견과 제출 서류를 토대로 자문회의 등을 개최해서 장애판정기준을 해석한 뒤 장애등급을 결정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그는 이의신청을 통해 등급이 상향돼 마음껏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되길 소망했다. 또한 몇 달 뒤면 분양받은 임대아파트에서 당당하게 홀로 살아갈 것이라고 작은 희망을 꿈꾸었다. 제발 그렇게 되길 기도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2일 동 주민센터 사회복지사로부터 ‘이의신청이 기각됐다’는 구두상의 답변만 들었다.

김씨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향후 병원이 아닌 내 보금자리에서 당당히 활동보조서비스도 받고 장애인콜택시도 편하게 이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김씨의 희망은 물거품 되어 버렸다.

김영광씨가 받은 ‘장애등급 결정서’. ⓒ에이블뉴스

‘내 몸은 3급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김씨는 현재 행정심판을 준비 중이다. 장애등급 결정서 통보를 받은 뒤 90일 이내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의신청도 해 본 김씨는 행정심판만이 본인이 해 볼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재로 지체장애를 이미 갖고 있었던 김씨는 중복장애 합산 예외 조항에 대해서도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김씨는 “산재로 5개 손가락이 기계에 절단돼 이미 지체장애 3급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뇌경색으로 뇌병변장애를 갖게 된 것도 서러운데, 내가 갖고 있는 장애를 모두 인정해주지 않으니 억울할 뿐”이라고 말했다.

장애등급 판정기준을 살펴보면 ‘지체장애와 뇌병변장애는 합산할 수 없다’고 명시 돼 있다. 뇌병변장애(포괄적 평가)와 지체장애(개별적 평가)가 중복된 경우에는 뇌병변장애 판정기준에 따라 장애정도를 평가한다.

단, 지체장애가 상위등급이고 뇌병변장애가 경미한 경우는 지체장애로 판정 할 수 있다.

또한 장애 부위가 다르거나 장애 원인이 다를 경우는 중복장애로 가능해 등급상향이 아닌 장애인연금 등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은 김씨에게 부여된 뇌병변장애 3급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공단 장애인지원실 장애심사기획부 관계자는 “2012년 3월 3일자에 지팡이를 짚고 보행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도 첨부되어 있었고, 9월에 촬영한 동영상에서도 마비된 우측 팔을 위로 들거나 올릴 수 있는 부분을 확인 할 수 있었다”면서 “주장하는 좌측 손가락은 (동영상에서) 불편해보이기는 하다. 말씀하신대로 주로 사용하는 손가락이 넷째, 다섯째 손가락이긴 하지만 완전마비로 보이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좌측 엄지, 검지손가락이 불편하다고 하시는데, 관절총운동범위와 한 팔의 3대 관절 중 2개 운동범위가 50% 이상 감소됐을 경우 원인과 부위가 상이함에 따라 지체장애 5·6급은 받으실 수 있지만, (지체장애 등급을 받을 만큼) 그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근력이 남아있어서 인정받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의사가 작성한 수정바델지수 44점도 다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소변조절도 많은 도움이 필요한 2점, 보행도 전혀 할 수 없어 0점으로 체크되어 있었는데, 실제로는 각각 8점을 받을 정도로 수행하는 시간은 오래걸리지만 가능하셨다. 그래서 44점이 아닌 56점으로 보고 3급으로 판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의 경우) 처음 장애판정을 받을 때 일상생활 능력 등이 고려되지 않은 채 의사의 소견만 갖고 뇌병변장애 1급을 받았다"면서 "현재 수정바델지수와 개별적 장애특성을 고려해봤을 경우 뇌병변장애 3급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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