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이 성폭력 범죄 형량이 매우 낮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성폭력 생존자에게 듣는다' 설문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자 전체(133명)의 81.2%인 108명이 성폭력 범죄의 형량이 매우 낮다고 답변했다. 성폭력 범죄 형량이 '보통이다'를 포함해 낮지 않다고 응답한 경우는 18.8%(25명)에 불과했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 83.4%는 '가해자가 법적 처벌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고 답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31.6%는 가해자의 형사처벌을 위해선 '현행법 개정'이 가장 변화돼야 한다고 답했으며, 28.5%는 '사회문화적 인식', 18.4%는 '재판부의 인식', 19.4%는 '검찰·경찰의 인식'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33.7%)들은 가해자에 대한 합당한 처벌은 '처벌수위를 더욱 높게 한 강력한 법에 따른 벌금이나 징역'이라고 답했으며, 생존자에 대한 사죄(17.7%), 가해자 신상공개(13.2%), 가해자의 범죄에 대한 사회적 낙인(9.7%) 등의 순의 응답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성폭력 범죄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한 주장들도 제기됐다.

조두순 사건의 피해아동 아버지인 송재호 씨는 "사건 당시 내가 죄인취급을 받고, 병원 내 2차 피해도 많았다. 피해자를 위한 원스톱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는 사실도 나중에서야 알았다"며 "여자 경찰이 와 있었지만 (성폭력 담당이 아닌) 지능수사대서 근무하는 분으로 성폭력에 대한 도움을 준건 없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닌 게 전부였다"고 회상했다.

송 씨는 "성폭력 범죄자에게는 어떠한 처벌로도 용서 안된다. 피해자 가족들은 사형보다도 더 엄한 처벌이 있다 해도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올바른 성문화와 예절교육이 강화되도록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이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2차 피해에 대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는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성관계 이력을 질문하고 가해자와 마주해 모욕과 폭언을 당하는 상황을 방치하며, 피해자가 직접 범죄 피해를 재연하도록 방치한 부분 등에 대해 법원이 국가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는 2차피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로 △피해자에 대한 서면을 통한 피해자 권리 고지 △피해자와의 연락방식, 가해자 접근 제한 조치신청권, 가명수사신청권 등에 대한 조사의무 부과 △가해자에 대해 2차 피해를 방생시키지 않도록 경고하는 서면 교부 △법원예규, 규칙 등에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구체적 규정의 확충 및 입법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이사는 "2차 피해의 근본 요인이 되고 있는 친고죄 폐지와 최협의의 폭행과 협박 증명을 요구하는 강간의 판단기준의 폐기 등 법제도의 개선이 요구된다"며 "공무원의 불법행위를 판단할 때 성폭력 2차 피해의 구조와 특징을 이해하고 피해자의 경험을 고려해 국가책임의 해석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전했다.

판사로 6년간 재직했던 오지원 변호사는 "범행 직후 피해자가 일찍 와서 증언한다면 피해자나 가해자의 기억도 선명하기 때문에 훨씬 판결하기 쉽다. 하지만 (피해자가 법정에 서기까지) 기본 6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 시간이 흐른 뒤 증언해봤자 (판결이 어려워져)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 변호사는 "양형을 높이려면 빨리 심리가 이뤄지게 하고 판사가 빨리 피해자를 만날 수 있게, 조사도 빨리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달에 수십건의 사건을 맡으며 매일 사건을 접하는 판사들은 지칠 수 밖에 없다"는 오변호사는 "법만 있고 처벌은 강하고 피해자들은 힘들고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분노만 있다"며 "일주일만에 대책을 만들고 양형을 높여봤자 소용없다. 단계적으로, 본질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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