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은 냄새가 진동하던 울산의 여천천이 생태하천으로 재탄생했다.

울산 남구는 지난 2010년 3월에 생태하천으로 거듭난 여천천을 준공과 동시에 시민들에게 공개한 바 있다.

이 여천천은 울산남구 신정동에서 삼산동까지 길이 5.7㎞의 도심을 흐르는 남구의 중심하천으로 그동안 유수지 부족과 아파트와 상가 등지에서 오수가 유입돼 죽음의 강으로 불렸었다. 하지만 2007년부터 270여억원의 국비와 시비, 구비를 투입해 환경개선 사업을 벌여 물새 떼가 날아드는 친환경 하천으로 되살려 냈다.

이 하천에는 낮에는 폭포처럼 떨어지는 워터스크린에서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밤이 되면 110개의 LED 조명이 만들어내는 영상워터 쇼도 감상할 수 있다. 또 3.4㎞에 이르는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군데군데 놓인 돌다리, 세 가지 각기 다른 느낌의 분수 등 서울 청계천에 못지않은 다양한 모습들을 갖추고 있다.

가파른 경사로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들은 생명을 건 산책을 해야한다. ⓒ박경태

이런 여천천에 어찌된 일인지 장애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남구 신정동에 사는 김모(32세, 지체장애인1급) 씨는 혼자서 산책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여천천을 찾았다가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

여천천에는 경사로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지만 완만한 경사로가 아닌 가파른(약 40°)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경사로를 통해 진입하기에는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사고가 발생했다. 가파른 경사로를 내려오던 휠체어가 멀리서 달려오는 자전거와 정면으로 부딪치면서 휠체어 장애인이 약 3주 진단이 나오는 사고를 당했다.

실제로 여천천의 구조가 사고를 유발하게 한 책임도 있어 보였다. 즉 가파른 경사로의 끝부분에는 자전거 도로가 위치하고 있어 경사에 의해 내려오던 휠체어가 바로 자전거 도로에 진입하게 되고 달려오던 자전거가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를 낸 것이다.

이는 설계당시부터 장애인의 편의증진은 안중에 없었던 결과로 문제는 또 있었다.

여천천 제1교 대암교의 모습. 높이 160cm로 안전포장이 미흡하다. ⓒ박경태

여천천은 10여개의 다리가 있는데 제1교(편의상 롯데마트부근 다리)의 높이가 160cm정도에 불과해 이를 잘 인식할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은 산책을 나왔다가 병원으로 가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위험천만한 시설물에 안전 조치는 간단한 스펀지 2개를 부착한 것이 고작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부모회의 한 관계자는 “롯데마트부근 다리의 구조를 현실적으로 높일 수 없다면 기존의 스펀지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탄력성이 더 좋은 소재로 교체하고 그 위에 안전 전구를 설치해 위험을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휠체어가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경사로가 설치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천천은 현재 휠체어가 혼자 내려갈 수만 있고 다시 올라올 수 없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향의 강으로 이번에 선정되어 조경 및 분수와 다리만 설치하지 말고 장애인의 편의시설을 더 설치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관할 남구청의 건축과는 “고향의 강 설정으로 현재 설치하고 있는 다리에는 장애인들이 스스로 산책이 가능한 경사로를 확보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여천천의 시설물 설치 시에 장애인에 대한 편의시설을 우선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천천 산책로의 시작부분에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박경태

*박경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