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에요. 저쪽으로 가세요.”

급하게 장애인 화장실을 찾아 올라가던 나에게 뒤에서 누군가가 그랬다. 생리적 현상을 해결하자는 생각에만 몰두하다 보니 방향을 잘못 찾은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화장실 표시를 봤지만, 거기에는 분명히 휠체어 이용자도 들어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조금 전 나에게 “저쪽으로 가라”고 얘기했던 사람은 휠체어 마크와 여자 화장실 표시만 보았을 뿐, 그 옆에 함께 그려진 남자 화장실 표시를 같이 보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도 있는지를 잘 몰랐다 죄송하다”는 사과로, 웃으며 넘어갈 수 있었지만, 남녀 공용 화장실이 낯설지 않은 휠체어 이용자와, 야영지의 임시 화장실에서도 남녀가 분리된 화장실을 사용하는 비장애인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해프닝이었다.

현재 개량 공사가 진행 중인 지하철 2호선 대림역 장애인 화장실 역시, 지난 6월 공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남녀가 같이 사용해야만 하는 곳이었다. 화장실 내부는 휠체어 2대가 나란히 들어가서 방향을 돌리더라도 여유가 있을 만큼 넓었지만,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스스로 올라갈 수 없을 정도로 가파른 경사로, 여기에다 출입문 역시 여닫이 식으로 되어 있고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 스스로 보행을 할 수 있는 장애인이 아니면 열고 닫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었다.

그렇다면 공사 완료 후 이곳의 모습은 장애인 당사자들이 편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곳으로 바뀌게 될까? 시설을 개선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불편사항으로 지적되었던 일들에 대한 완벽한 개선이나 취약 사항의 보강 등을 뜻했다. 이 부분에 대해 고객의 소리를 활용하여 공사 주관부서인 서울메트로에 답변을 요청했다. 아래는 질문과 답변이다.

안녕하세요? 궁금한 것이 있어 글을 드립니다.

다름이 아니라, 2호선 대림역의 화장실이 보수 공사를 위해 9월 말까지 페쇄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사 완료 전에 남, 녀 공용으로 설치되었던 장애인 화장실은, 공사 완료 후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대림역 장애인 화장실은, 다른 장애인 화장실에 비해 넓은 크기로 휠체어 이용자들에게 상당히 만족스러움을 주기는 했으나, 남녀 공용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출입문 또한 수동으로 되어 있어 많이 불편했었습니다. 공사 완료 후에는 장애인 화장실의 모습이 어떻게 변할지, 장애인 화장실은 남녀 공동으로 설치가 될지 궁금합니다.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처리부서 : 디자인건축팀 처리자 : 권오범

처리완료일 : 2010.07.28 처리자메일 :

서울메트로에서는 현재 지하철 117개역 화장실 환경개선공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서울시에서 주관하고 있는 여성이 살기 좋은 도시 만들기 프로젝트 추진계획과 병행하여 화장실 칸수 부족 및 장애인 화장실이 공용되어 있는 역사에 대하여 여성화장실 칸수 증설(남여비율 1:1 또는 1:1.5) 및 장애인 화장실 남,여 구분, 출입문 자동문으로 교체,각종 편의시설(비데, 비상벨, 파우더룸 등)을 설치하는 공사입니다.

참고적으로 화장실 공사는 2009년까지 33개역을 완료하였고, 2010년 현재 대림역을 포함하여 22개역을 환경개선중에 있으며 연차적으로 지하철 전 역사 화장실의 불편개소에 대하여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답변을 받은 다음날 담당부서로부터 답변을 확인했는지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답변에 경사로 보강 문제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어 물어보니 기존보다 경사로를 낮춰 설치한다고 했다. 아예 경사로 자체를 없애는 것은 가능하냐고 하자, 시설 문제로 그 부분은 어렵단다.

공사 완료 후에는 대림역 화장실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게 될지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겠지만, 이제 적어도 대림역만큼은 “여기는 여자 화장실이에요”라는 말은 듣지 않게 될 것이다.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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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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