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조 당시부터 장애인 탑승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무궁화호(RDC) 열차.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지난 4월 25일 동대구역에서 휠체어를 이용해 열차에 오르려던 이용객이 추락하는 사고가 있었다. 3월 초부터 끊임없이 안전 문제가 제기되었던 룰 경사로를 오르려다 발생한 사고였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무궁화호(RDC) 열차는 KTX 산천과 같이 코레일에서 신규로 도입한 열차가 아니라 기존에 포항-동대구, 군산-익산 등 단거리 노선에 주로 투입되던 통근열차 (CDC)를 출입문 및 외부 단열제 등을 보강해 무궁화호로 새롭게 개조시킨 열차로, 만약 개조 단계에서부터 휠체어 장애인의 안전한 탑승을 고려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코레일, 개조 당시부터 출입문에 대한 보강 부분은 없었다

지난 2007년 11월 열차운행 시각을 전면 개편하면서 경의선, 서울-문산, 간 열차와 경원선 동두천-소요산 구간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운행하던 통근열차(통일호)의 운행을 중단시키고, 이 열차들을 무궁화호 열차로 개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통근열차는 2004년 고속열차가 개통되면서 기존 통일호라는 열차명을 바꿔, 통근열차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운임은 통일호 열차의 운임을 그대로 받고 있었던 때였다. 그런 열차를 어떻게 무궁화호로 변경할 것인지에 대해 필자는 2008년 1월 코레일에 답변을 요구했다.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통근열차를 어떻게 무궁화호로 개조할 것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당시부터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에 대한 문제는 제외되어 있었다. 아래는 코레일의 답변이다.

안녕하세요? 정현석 고객님!

저는 코레일 고객의소리 담당자입니다.

철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고객님께서 문의하신 내용의 답변을 드립니다.

저희 코레일에서는 열차 운행체계의 개편에 따른 통근열차(CDC) 운행조정 및 경원선 복선 전철화 개통으로 소요편성 감소 등 여유차량이 발행되어 새로운 상품개발 및 고객편의시설을 개량하기위하여 통근열차의 개조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 개조사항

- 객실 내 고객서비스 설비

의 자 : 무궁화호 객차 수준 또는 그 이상

승강문 : 기존 승강문 활용(4개소중 2개소 폐쇄)

장애인 설비 : 의자 및 휠체어 고정장치 설치 - 소음방지 설비 보강

차체 하부 구조 변경, 차체 객실 측장 구조 변경, 단열재 두께 보강,

객실 내 통로문 설치 등 소음방지 설비 보강

- 서비스 룸

단구간 운행으로 화장실, 소변실, 세면대 등은 MC1에 설치

- 외부 도색

신개념에 맞는 CI 선택

현재 개조공정은 마무리단계에 이르러 2월 중순정도면 새롭게 태어난 무궁화형동차를 보실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적어도 위 답변에서만큼은 휠체어 장애인의 안전한 탑승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2년 4개월이 지난 현재, 개조형 무궁화호 열차는 KTX 산천과 함께 장애인들의 탑승이 어렵고 위험한 열차로 꼽힌다.

지금에서야 뒤늦은 후회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열차의 개조 당시부터 휠체어 장애인의 안전한 탑승을 강력히 요구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장애인들은 항상 불만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그렇게 해서 조금씩 승객으로서의 권익을 찾아 나섰다면 위험한 롤 경사로를 이용하다 추락하는 사고는 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당한 권리라면 당당히 요구해야 마음껏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사고는 다시 한 번 깨우쳐주고 있다.

*이 글은 현재 경기도 광명시에서 살고 있는 독자인 정현석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