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뇌병변장애 2급 김영수(가명) 씨는 지난 5일 황당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우체국 카드를 지난주 화요일 발급해 서울 미아동으로 보냈는데, 두 번이나 반송됐다는 내용이었다.

김 씨는 아무래도 이상해서 확인 차 자신의 이름과 주민번호부터 물었는데 상대편에서 이름과 주민번호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어 김 씨는 “우체국 카드를 만든 적이 없다”고 답변하자, 상대편에서 “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경찰서로 신고해야 카드 발급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는 전화를 먼저 끊었다.

약 7분 정도가 지나서 서울경찰청이라고 하면서 한 여성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 여성은 “우체국 직원이 신고를 했다”면서 “우체국 거래를 하지 않으면 어느 은행을 거래하느냐”고 물어왔다. “주로 농협을 거래한다”고 하니 이번에는 “그럼 통장이 몇 개냐”고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물어왔다. 통장 번호까지 물어볼 기세여서 김 씨는 그냥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상대방 전화를 확인 해보니 우체국을 사칭해 처음 걸려온 전화번호는 008-8675-63820351번이었고, 서울경찰청을 사칭해 걸려온 두 번째 전화는 001-8613-854275074번이었다. 모두 해외에서 걸려온 사기전화였다.

김씨는 너무나 황당해서 국민신문고에 사연을 올렸더니 관할 경찰서 경찰관이 전화를 걸어와서 “글을 잘 올려주셨다”면서 “잘 대처를 하셨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에이블뉴스 장애인신문고로 사연을 올려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이런 전화가 걸려오면 받지 말고, 사기 조심을 하라고 글을 올렸다”며 “황당한 사기전화를 보도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런 사기 전화는 전화를 받았는데, 저처럼 멋모르고 전화가 걸려오면 받을 장애인들이 많이 있을 것 같고, 어지간한 사람들은 정보를 알려줄 것 같아서 미리 조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제보를 했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 선포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사칭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 거리에 나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우정사업본부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사칭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 거리에 나가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우정사업본부

김 씨가 받은 사기전화는 대표적인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례이다. 우체국 카드 반송을 운운하는가하면 ‘○○우체국입니다. 소포가 도착하여 반송예정입니다. 다시 듣고 싶으시면 0번, 안내를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십시오’라는 ARS 사기전화가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우정사업본부측은 “소포, 택배 등의 우편물 도착과 반송 예정을 ARS 전화로 안내하고 있지 않다”면서 “ARS로 걸려오는 전화는 100% 사기 전화이니 즉시 끊고 가까운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고 우체국에 문의전화를 걸어온 경우가 2008년에는 월 2만6천건이었는데, 2009년에는 2만건대로 줄어들었고, 2010년 들어서는 월 5천건 정도가 접수되고 있다.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은 계속되고 있는 것.

우정사업본부는 2009년 4월부터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본격적인 예방활동을 벌이고 있다. 거리 캠페인을 벌이는가하면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돌아다니면서 피해예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우편물 운송차량과 우체국택배 상자, 우체국 창구에도 관련 안내문을 부착해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고, 보이스피싱을 막은 사례를 언론에 알려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대처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공익광고협의회에 요청해서 공익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피해를 막는 예방활동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서 자동이체를 막아 수십억 원의 피해를 예방했지만 여전히 보이스피싱이 계속되고 있어서 예방활동에 더욱 더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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