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안창호 선생 ⓒ 흥사단

# 웃음 기쁨 감사는 행복 호르몬의 분출구

뉴스타트 운동의 창시자이자 유전자 의학 전문가라는 이상구박사가 히트를 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의 건강 주제는 웃음이었던 것 같다. 웃으면 뇌하수체에서 엔돌핀이 팍팍 솟아나서 건강해진다는 것이었다.

사람의 몸은 마음가짐에 따라 체내에서는 전혀 다른 물질이 생성된다고 한다. 분노, 불만, 공포를 느끼면 몸을 해치는 아드레날린(adrenaline) 호르몬이 분비되지만 웃음, 기쁨, 감사, 매사에 긍정적 사고를 하면 엔돌핀(endorphin)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나온다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런 과학적인 이론은 몰랐어도 웃음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 웃으면 젊어진다는 일소일소일로일로(一笑一少一怒一老) 라는 말이 있고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다.

암울했던 일제 시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우리 민족을 '훈훈한 마음, 빙그레 웃는 낯'으로 만들기 위한 미소운동을 펼쳤다. 도산은 웃음을 방그레, 빙그레, 벙그레로 나누었는데 갓난이의 방그레, 젊은이의 빙그레, 늙은이의 벙그레를 우리 민족이 가져야 할 본연의 웃음이라고 강조하였다.

이처럼 웃음이 좋다는 것을 우리 선조들도 알고 있었고 현대 과학에서도 엔돌핀은 스트레스, 긴장, 분노, 초조 등을 크게 완화시켜줌으로 심장마비를 비롯한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더 없이 좋은 명약이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명약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그 명약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몰라서 온갖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계산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한평생 웃는 시간은 43시간이라는데 한국인들은 평균 37시간밖에 웃지 못한다고 한다.

왜 이렇게 웃음에 인색한 것일까. 돈 한푼들이지 않고 아무 기술이 없어도 누구나 웃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웃는데도 기술이 필요한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을 직업으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그들을 광대라 했다. 오래 전 장소팔 고춘자 같은 만담가가 있었다. 이주일 같은 코미디언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웃기는 사람을 개그맨 또는 개그우먼이라 부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일상에는 코미디언이나 개그맨이 없어도 웃을 수 있는 일은 도처에 늘려 있다. 2003년 11월 7일 오전 국회에서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렸다. 한나라당이 제출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에 관한 특검법안 처리와 관련해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고등학교 선배인 이영로씨를 법안에 '특칭(지칭)'하는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던 강금실 법무부장관이 혼잣말로 '코미디네 코미디'라고 했는데 아뿔싸 이 혼잣말이 CBS 녹음기에 고스란히 잡혔던 것이다. 강금실 장관은 이 일로 곤욕을 치른 것으로 아는데 과연 강금실 장관의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국민투표에 붙여보자.

탄핵에서 풀려난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을 예수의 부활에 비유한 것도 웃기는 일이거니와 서울시를 하나님에게 바친다는 이명박 시장도 한편의 코미디다. 얼마 전부터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서프라이즈(seoprise)는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를 위한 사이트였다. 그런데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민주당이 열린우리당으로 갈라지면서 민주당을 위한 동프라이즈(dongprise)가 생기더니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김대중 선생을 위한 남프라이즈(namprise)가 나타났다. 이제 어떤 사람들이 북프라이즈를 만들까 생각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

대학생 조직은 한총련이라고 한다. 한총련의 본래이름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다. 우리 사회에는 언제부터인가 이렇게 줄여서 쓰는 말이 많다.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의문사위'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다. 처음 열린우리당이 나왔을 때 언론에서는 열우당이라고 했다. 열린우리당을 줄여 쓰면 열우당이 맞는데 열린우리당에서는 우리당을 고집했다. 우리당이라니. 열린우리당 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결코 우리당이 될수 없다. 그들은 우리가 아니고 남이기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사이트에서 열린우리당을 '벌린당'이라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딴나라당이라 불리는 한나라당이 오마이뉴스에 딴나라당 당명을 공모한다는 광고를 낸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정치판이 아니더라도 생각만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재미있는 소재가 있다. 처음 어디서 나왔는지 출처는 잘 모르겠지만 정보의 바다에 떠돌아다니는 초등학교 3학년 시험지란다. 사슴이 거울을 보고 있는 그림아래 『사슴이 □□□ 봅니다』빈칸에 알맞은 말을 써넣으라는 문제인데 한 학생이 쓴 답안지는 『사슴이 미쳤나 봅니다』였다. 물론 모범답안은 '거울을'이겠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이 답안지를 틀렸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문제에 오류가 있고 그 그림을 보고 그런 답안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재미있고 기발한 창의력인가. 필자가 보는 문제의 오류란 『사슴이 □□을 봅니다』라고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 바른생활에 소중한 약속이란 주제로 『다음 그림은 어떤 약속을 나타낸 것인지 써 봅시다』라는 문제가 있었다. 아마도 동생을 돌보고 있다는 답을 요구하는 것 같은데 어떤 학생의 답은 '최면을 걸고 있다'였다. 초등학교 2학년이 최면이라는 말을 알고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고 아무튼 배꼽을 잡을 일이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도처에 웃음거리가 널려 있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이 파는 웃음이란 게 아마추어보다 재미가 없어서 필자는 TV코미디프로그램은 잘 보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7월 4일) 저녁 우리 딸이 '개그콘서트'를 보자고 했다.

# 근육질의 사람과 삽질하는 사람들의 비애

처음 '예술의전당'이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내용은 흰옷과 검은옷의 사람들을 두겹으로 엎드려 포개 놓고 두 사람의 연주자가 엎드린 사람들을 흰건반 검은건반으로 밟고 다니면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페달에 해당되는 사람의 머리를 발로 툭툭 차기도 했다. 사람을 가지고 이렇게 장난을 치다니 철없는 아이들이 따라 할까봐 소름이 끼치는 내용이었다.

'대단해요'코너는 강원도 시골학교의 남녀 두학생과 선생의 이야기인데 선생은 말끝마다 아이들의 머리를 쥐어박더니 나중에는 막대기로 머리를 툭툭 치는 등 우리 사회에서 용납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고 있었다.

'新동작그만'에서는 군인들의 작은키를 문제 삼았다. 우리 사회에는 키가 작아서 군대도 못가는 왜소증 장애인들이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군인이라면 키가 161cm이상 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군인의 작은 키를 문제삼아 놀려먹고 있었다. 그리고 취사병이 냉면을 만드는데 겨자가 없다니까 옥동자가 냉면 그릇에 여드름을 짜 넣어 주었다. 보고있자니 구역질이 날 판인데도 관객들은 좋아라 손뼉을 치고 웃음을 참지 못해 까르르 까르르 넘어 가고 있었다.

KBS 개그콘서트.

'사오정친구들'에서는 요상스런 복장의 세사람이 나와서 계속 동문서답을 했다. 옆사람의 이야기를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다. '어제 어떤 놈이 싸웠어' '도시락 사 왔어' '응원하자' ' 아까 응가 했어' '배 아프다 병원가자' '나 지금 병원 가야 돼' '뭐 나보고 병신이라고' 차마 듣기 거북한 말들로 말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엉뚱한 말을 하는 아이들은 수용성언어장애로 특수교육 대상자들이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A-Yo'라는 코너였다. 잘 나가는 강남의 갑부들과 막노동 잡부를 비교하고 있었다. 「난 힙합의 거장」『난 장갑을 끼고 장화를 신고 언제나 감시하는 현장소장』그들의 기술은 「랩전문 비트전문 안무전문」과『칠전문 용접전문 지게전문』으로 갈라 놓았다. 그리고 유유상종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압구정동의 갑부」와 『내 친구들은 막노동 잡부』로 갈라놓고 「근육질」과 『삽질』로 구분하였다. 그래서 이들에게 남은 것은「언제나 함께 하는 마이크」『언제나 함께 하는 디스크』란다. 세상에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먹고 노는 갑부들과 열심히 일하는 현장 노동자들을 마이크와 디스크로 비교를 하다니. 잘들논다 잘들 놀아. 몰론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누가 누구의 직업을 희화화하고 우롱해도 된다고 했는가.

'입이 보살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무심코 한 말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에 쓰는 말이다. 이렇듯 언어는 그 자체가 어떤 주술성을 지닌다는 믿음에 의해 생긴 말이다. 온 국민이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좋은 말 긍정적인 말로 아픈 마음들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비수를 들이대다니.

KBS 방송아카데미의 개그연기의 교육목표를 한번 보자. '웃음이 상실된 시대에 삶의 활기와 인간성을 회복하는 유머의 소재를 개발하고 연기하는 개그맨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개발시키며 방송사의 공채 개그 연기자로 데뷔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이론과 실기교육을 실시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 같은 교육목표를 가지고 어떻게 교육하는지 교육내용을 보자. '현대사회는 웃음이 고갈된 시대이다. 옛날의 코미디 소재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자아내지 못하고 사회의 온갖 불안한 소식들이 허무감을 더하게 한다. 심지어 허무개그가 등장하여 사람들을 허탈하게 하고 있고 이것 자체가 코미디가 되고 있다. 본 교육과정은 일상생활에 묻혀있는 사소한 것에서 기발한 개그의 소재를 발굴하여 대중에게 신선한 웃음을 선사하고 삶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게 하는 진정한 개그 연기자를 훈련시키며 방송사의 개그 공채를 통해 방송인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다고 한다면 할말이 없지만 정말 재미도 없고 웃기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슴 아픈 현실을 두고 그것을 개그라고 펼치는 개그맨이나 그들의 어설픈 쇼를 보면서 박장대소하는 관객들이 우리시대의 젊은이들이라는 것이 차마 웃을 수도 없는 비극이다.

얼마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을 금지하는 18개 영역을 발표하였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하는데 이 법안에 포함되는 18대 차별은 성별·종교·장애·나이·사회적 신분·출신지 역·출신국가·출신민족·용모 등 신체조건·혼인 여부·임신 또 는 출산·가족상황·인종·피부색·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전과 ·성적지향(동성애)·병력 등이다.

또한 몇년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추진을 위한 부산지역 공청회가 7월 8일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렸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에서 마련한 법률의 초안 제7절 문화 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제 29조 ③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포함하여 방송 언론사업자의 행위로 인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적 의식이 조장된 경우에는 차별행위로 본다.

1. 장애·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모욕하는 등의 표현 행위

2. 장애·장애인에 대한 편파 왜곡된 정보 및 이미지를 제공하는 경우 』

이 같은 차별행위의 벌칙 조항을 보면 제 100조 ② 항에 제 29조의 제 ③항에 해당하는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도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제 초안이 마련되어 부산에서부터 전국 공청회를 시작하고 있는데 언제쯤 이 법이 제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이 법이 제정되면 더 이상 개그콘서트에서 장애인을 소재로 한 개그는 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 때를 기다리며 오늘은 웃자. 고달픈 인생살이에 행복 호르몬 엔돌핀이 펑펑 솟아나도록 크게 한번 웃어 보자. 『개그콘서트가 미쳤나 봅니다.』

*이 기사는 부산일보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누구나기자로 현재 하사가장애인상담넷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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