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가 의장단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진행방식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사진은 우리나라 엔지오 참가단과 정부대표단이 협의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가 에콰도르 대사 루이스 갈레고스(Luis Gallegos)씨를 의장으로 하는 의장단의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3일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에서 ‘국제협력’(International cooperation)에 대한 토론을 마친 이후, “제목과 구조, 3조의 ‘정의’, 25조의 ‘모니터링’은 오는 8월 제4차 특별위원회로 넘기고, 마지막 날인 내일에는 비공식 협의(Informal consultation)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비공식협의에서는 각 조항별로 사회자를 두어 합의를 이끌도록 하겠다”며 각 조항별 사회자를 발표하고, 의사봉을 두드리려고 시도했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은 “비공식협의를 진행하게 된 것에 대해서는 감사드리나 그동안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정 과정에서 큰 기여를 해온 엔지오가 이후 일정에는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멕시코는 “비공식협의 절차에 대한 명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비공식협의가 엔지오에게 닫혀지는 것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 카타르, 태국이 계속해서 의장단에게 비공식협의 절차에 대해 따지면서 “엔지오 참여 여부를 명확히 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비공식협의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의장단 회의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지만, 내일 회의에 엔지오는 참가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엔지오 참가 불가에 대해 의장단의 입장이 공개되자 유럽연합은 “그동안의 엔지오의 공헌을 생각할 때 굉장히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비공식협의에서도 엔지오의 참가는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이번 결정을 제고해 달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곧바로 캐나다가 “비공식협의에 엔지오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캐나다는 회의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의장단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이렇게 캐나다가 엔지오에 대해 강력한 지지발언을 하자 약 100명의 엔지오 참가자들은 일제히 박수를 쳐서 환호했다.

뉴질랜드도 “현재 시점에서 비공식협의로 회의가 옮겨간다면 각 조항의 협상에 있어서 난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며 “장애인조약은 법과 정책에 관련된 것들이고, 이러한 논의는 엔지오의 참가의 의해서 이뤄져야한다”고 발언했다.

하지만 뉴질랜드는 “엔지오에게는 발언권은 없지만 절차를 지켜볼 권리는 있다”며 엔지오 발언권 문제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태국은 “엔지오의 참여를 보장하지 않고, 적극적인 엔지오의 활동을 요구하는 본 조약의 정신을 달성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항의했다. 예멘은 “정치적인 결정”이라며 엔지오 참가 보장을 요구했고, 유럽연합도 또다시 엔지오 참가 불가 결정을 제고해달라고 항의했다.

이후 지속적으로 멕시코,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나라에서 ‘비공식협의’에 대한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아프리카대륙 나라를 대표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유엔총회 결정에 따르면 엔지오 참가 문제에 대해 각 국가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대표만 참여하는 것으로 되어있다”며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렇게 논란이 계속되자 멕시코에서는 “잠시 휴회를 한 후 결정하자”고 요청했고, 의장단은 이를 받아들여 휴회를 선언했다. 휴회가 선언되자 회의장을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부대표단은 각 지역별로 간이 회의를 열었고, 엔지오들도 옹기종기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방향은 논의했다. 이때 한 국제 엔지오에서 “상황에 이렇게 돌아가는데, 왜 한국정부에서는 아무런 말도 없느냐”며 물어왔다.

그동안 물밑에서는 ‘비공식협의’에 대해 아시아지역의 일부 국가가 엔지오가 참가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키스탄, 말레이시아에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추진연대에서는 우리나라 정부대표단 관계자에게 “한국정부가 엔지오 참가에 대해 지지 발언을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아시아지역 회의에서 엔지오 참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기회를 봐서 발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곧바로 다시 회의가 시작됐고,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의장단 회의에서 내일 회의는 모든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공식협의로 진행하기로 했다”고 발표, 이날 논란은 모두 마무리됐다.

이렇게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각 정부 및 엔지오 참가단 사이에서는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이 의장단 회의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사항을 독단적으로 발표해 물의를 빚었다”며 의장의 독단성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이곳저곳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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