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 정부대표단 수석대표로 참여하고 있는 보건복지부 송순태 장애인복지심의관이 28일 오전 회의에서 장애여성 조항을 신설하는 제안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여성 문제가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정부대표단이 28일 오전 열린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에서 “장애여성의 차별금지와 인권보장을 위한 조항이 독립적으로 신설돼야한다”고 제안하자 각 나라사이에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이날 정부대표단 송순태(보건복지부 장애인복지심의관) 수석대표는 자립생활에 대한 조항인 14조에 대한 논의가 끝나고, 장애아동의 권리에 대한 조항인 15조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14조와 15조 사이에 장애여성에 대한 조항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송 수석대표는 “장애여성은 장애와 여성이라는 두 가지 차별을 동시에 당하는 등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기 때문에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서 그들의 문제에 대해 특별히 다뤄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장애아동의 조항이 별도로 마련된 것처럼 장애여성 조항도 별도의 조항으로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대표단이 제시한 장애여성 조항에는 총 2개의 문단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애여성은 성이나 장애에 근거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영역에서 어떠한 차별도 없이 권리와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장애여성의 인권보장을 위해 국가가 시행해야할 적극적 조치들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냐, 나미비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이 강한 지지 발언을 했으며, 남미지역에서는 유일하게 멕시코가 지지 발언을 했다. 또한 이번 특별위원회 기간동안 발언권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유엔 특별 보고관(special rapporteur), 유엔에스캅 등 국제기구에서 강한 지지 발언을 했다.

특히 세계청각장애인연맹, 랜드마인 서바이버 네트워크, 세계시각장애인연합 등 엔지오들이 일제히 우리나라 정부대표의 발언에 강한 지지를 보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유럽연합이 가장 먼저 포문을 열었고, 요르단, 예멘,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레바논, 말리, 리히텐슈타인,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등이 지지 발언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장애여성의 특수성에 대한 내용은 조약 다른 부분에 포함이 되는 것이 맞으나 조항 자체를 신설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특히 유럽연합은 “특정 장애그룹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면 그것은 전문에서 이뤄져야한다”며 “내용에는 동의하지만 새로운 조항을 신설하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장애아동 조항과 관련해서도 유럽연합은 “장애아동에 대한 조항도 삭제하고, 전문 부분에 언급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원주민 장애인들도 특별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특정 그룹의 권리들을 구별하고, 나누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권리를 담아야한다”며 “장애아동도 조약에서 담고 있는 모든 권리를 누려야하는데, 특정한 조항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권리를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송순태 수석대표는 “아프리카연합 등이 지지발언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한다. 그동안 여러 가지 조항이 다른 조항아래에 포함되어있는 것에 대해 우려해왔다. 지금 제안한 장애여성의 하위범주를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주기를 바란다. 각국 대표들이 이번 제3차 특별위원회가 끝날 때까지 문제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특별한 관심과 지원을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논란은 결론이 나지 않았으며, 나머지 조항들에 대한 검토를 모두 마친 후 다시 한번 장애여성 조항의 필요성이 검토될 전망이다.

한편 우리나라 정부대표단은 이번 장애여성 조항에 대한 제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와의 긴밀한 협의를 가졌다.

이번 회의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추진연대 초안위원회 김광이 초안위원은 “남성이 휠체어를 타는 것과 여성이 휠체어를 타는 것은 같지 않다. 예를 들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를 가진 여성이 생리를 하는 경우의 고통은 성인지적 관점으로 장애인을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며 “각 국가가 장애인 중에서도 장애를 가지지 않은 여성과 다른 장애여성을 인식하고 평등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기 위해서 ‘장애여성’이라는 새로운 조항이 신설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여성 조항 신설문제는 찬반이 극명하게 갈렸다. 아프리카 등은 지지선언을 했으며, 유럽연합(사진 오른쪽) 등은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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