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갈레고스(Luis Gallegos) 의장이 27일 오전 회의에서 회의 진행 방식에 대해 지적하고 있는 정부대표단 관계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의 진행방식을 둘러싸고 물밑에서 떠돌던 논란이 결국 회의장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회의 4일째를 맞은 27일 오전 회의 도중 배포된 문서를 보고 유럽연합은 “우리가 7조와 관련해 제안했던 내용이 오늘 나눠준 문서에 포함이 되지 않았다”며 “오늘 나온 문서는 공식 문서로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포된 문서는 의장단이 하루 동안 진행된 회의 결과를 'Proposed Modifications'라는 이름으로 각 국가 및 엔지오의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종의 초안 수정문서이다.

유럽연합은 이 문서에 자신들이 제기했던 문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을 보자 공식적으로 문제제기에 나선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번 기회에 회의진행 방식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다”며 “쭉 한번 훑어보는 '퍼스트 리딩'(first reading) 과정에서 이런 식으로 문서가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특히 유럽연합은 “지난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각 조항별로 코디네이터가 있어서 의견들을 정리해 나갔지만, 이번 회의에서는 코디네이터도 없이 퍼스트 리딩에서 이렇게 취사선택해서 중간에 문서가 나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에라리온은 “워킹그룹 문서에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각주를 달아놓았다”며 “이러한 각주를 바탕으로 토론이 진행돼야 워킹그룹 초안에서 더 진전된 안을 만들 수 있다”며 “각 국가의 의견을 쭉 늘어놓는 식의 회의 진행은 아무런 결론도 도출해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멕시코는 “토론을 중단하고 회의진행 방식에 대해 결론을 지은 후에 실질적인 토의를 계속했으면 한다”고 말문을 연후 “의장단이 배포하는 문서에는 모든 국가들의 제안이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멕시코는 “이미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나라와 이 문제에 대한 공식 협의를 진행해 문제 의식을 공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멕시코의 발언을 지지한다. 워킹그룹 초안에 대해 별도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어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며 “회의진행 방식을 분명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번 회의의 의장을 맡고 있는 에콰도르의 루이스 갈레고스(Luis Gallegos)씨는 “의장단과 사무국은 이번 회의를 투명하게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사무국으로 말씀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오전 회의를 모두 마무리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회의진행을 맡기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의장이 밖으로 빠져나가자 일부 국가들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회의장이 온통 이 문제로 술렁거렸다. 특히 이 때는 점심시간이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어수선한 분위기는 회의가 끝날 때 까지 계속됐다.

오후에 속개된 회의에 다시 의장석에 앉은 루이스 갈레고스 의장은 “각 정부와 엔지오는 발언 시간을 지켜주고, 발언을 하면 반드시 파일로 정리해 사무국에 넘겨 달라”는 공지사항을 발표했을 뿐 논란에 대해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가장 먼저 회의진행방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유럽연합에 대해서는 ‘워킹그룹 초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유럽연합이 초안문서에 대한 부정하기 위해 먼저 말을 꺼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 정부대표단이 워킹그룹 초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면 사무국 직원들이 컴퓨터에 바로 입력해 의장석 옆에 마련된 스크린에 띄우게 된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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