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에서 유럽연합을 대표하고 있는 아일랜드 정부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국제장애인권리조약 제3차 특별위원회가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애초 워킹그룹 초안에 대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초반과는 달리 회의가 본격화될수록 워킹그룹 초안에 대한 다양한 지적사항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국제사회는 그동안 진행돼 왔던 국제장애인권리조약에 대한 각 국가와 엔지오들의 의견을 종합해 워킹그룹 초안을 작성했다. 워킹그룹에는 국가대표 27명, 엔지오대표 12명, 국가인권기구 대표 1명 등 총 40명이 공식 대표단으로 참가했다.

이번 특별위원회는 워킹그룹 초안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지만 워킹그룹 초안을 완전히 뒤흔드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와 회의가 혼선을 겪고 있다. 특히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유럽연합이다.

유럽연합은 9번째 조항을 검토하고 있는 26일 오전까지 발언권의 대부분을 사용하면서 회의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은 워킹그룹 초안의 수정 차원이 아니라 골격 자체를 뒤흔드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기조는 “워킹그룹 초안은 때로는 너무 구체적이고, 때로는 너무 일반적이어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유럽연합은 “장애인의 권리를 너무 세세하게 나열하면 오히려 역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효과를 나을 수 있다”는 등으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유럽연합 이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워킹그룹 초안의 범위를 벗어나는 의견들을 쏟아내고 있어 일부에서는 “워킹그룹 구성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워킹그룹 초안을 뒤흔드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의장단측에서는 효과적으로 회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26일 오전 회의에서 시에라리온(Sierra Leone) 정부대표는 "워킹그룹 초안에는 수많은 각주들이 달려있다. 각 국가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워킹그룹의 권고사항에 대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토론이 선행돼야한다"고 주장했다.

26일 오전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 초안위원들이 회의장 앞 로비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특히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은 “이런 식으로 이번 회의가 진행된다면 2주 동안의 회의이후에도 워킹그룹 초안에서 보다 진전된 안을 도출해 내지 못할 것”이라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25일 오후 공식 회의일정이 끝난 후 별도의 회의를 진행해 현재의 상황에 민감하게 대처해 나갈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연합에 반하는 새로운 그룹이 형성될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회의의 새로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이 회의의 주도권을 행사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유럽의 경우, 이번 조약이 제정된다면 꼭 지킨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목소리를 크게 제기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우리나라 정부와 엔지오는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대표는 각종 비공식 정부회의에 참석하며 국가의 동향을 관찰하고 있으며, 엔지오에서도 공식 일정이외에 진행되는 엔지오 회의에 참석해 가며 다른 나라 엔지오와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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