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학생들로부터 폭행과 성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지체장애1급 학생이 학교측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학교측이 이를 묵살했다며 해당 대학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경북에 위치한 모 대학에 재학중인 A씨가 지난해 9월부터 기숙사 친구 3명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 및 성폭력을 당해 학교측에 수 차례 진상 규명을 요청했으나 학교측이 이를 방치했다”며 경북의 모 대학을 상대로 지난 4일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정서에 따르면 A씨(남·21세·지체장애1급)는 지난해 9월부터 같은 과 동기이면서 함께 기숙사방을 쓰게 된 친구 B씨와 다른 친구들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고 성적 모멸감을 당해왔다.

이들은 A씨를 한밤중에 깨워 성추행 등 비인간적인 행위를 서슴치 않았으며, 뇌성마비 장애로 인해 부자유스러운 표정의 A씨를 흉내내며 카메라폰으로 촬영해 보여주는 등 A씨에게 모멸감을 주는 행동을 상습적으로 자행했다.

또한 이들은 A씨의 만류에도 전동휠체어에 강제로 동승하기를 여러 번, 전동휠체어 고장으로 4일 동안 크러치로 다니다 넘어져 손가락이 찢어지기도 했다.

이 밖에도 A씨에게 수시로 교문 밖 슈퍼에서 간식과 담배를 사오도록 요구했으며 종종 피임도구까지 사올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이들은 일본에서 구입한 성인용품을 A씨에게 시험하는 등의 비인간적인 행위를 일삼아왔다.

그러나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부모님이 알면 속상해 할까봐 알리지 않고 생활해 오다 지난해 11월 견디다 못해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A씨의 어머니는 “어떻게 3개월 동안이나 다른 사람도 아닌 믿고 의지했던 같은 학과 친구들이 그렇게 한 학생을 유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조차 관심도 없었던 대구대측 모든 관리자들의 안일함에 분노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피해학생은 사건 후유증으로 학교를 휴학 중이며 가해학생들은 경찰에 의해 2명이 불구속입건, 1명이 무혐의처분을 받아 검찰의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정하 간사는 “이번 사건은 대학측이 장애학생을 모집만 해놓고 학습여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서 생긴 것 같다”면서 “학교측에서 장애학생에 대한 생활상의 어려움을 지원하지 않다 보니 장애학생이 다른 친구들의 도움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권력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간사는 “이러한 관계로 인해 평이한 교우관계가 아니라 비장애학생은 장애학생에게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의식이 박혀있는데 간혹 이런 의식이 이번 사례처럼 나쁘게 발전하기도 한다”며 “학교가 장애학생을 뽑을 때는 이 학생이 학교 생활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이나 차별 등이 존재하지 않게 충분한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진정대상이 된 대학측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처음 소식을 접한 뒤 바로 가해학생들을 불러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증거물을 찾는 등의 진상조사를 벌였다"면서 "그 뒤 12월 1일 진상조사위원회를 조직해 진상규명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지극히 사적인 공간인 기숙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에 미처 세세하게 확인을 하지 못했다"면서 "진정서에 대해서는 진정서의 세부 내용을 모르기 때문에 학교측에서 뭐라고 입장을 표명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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