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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억5천만 장애인의 인권 보루 구축

장애인권리조약안 완성…9월 유엔총회 상정

8차 특위 마지막 날 극적 타결…“축제의 날”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06-08-27 03:10:22
국제장애인권리조약안 완성의 산파 역할을 한 돈 멕케이 의장이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제장애인권리조약안 완성의 산파 역할을 한 돈 멕케이 의장이 마지막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긴 여정이 모두 끝이 났다. 25일 오후 드디어 산고 끝에 국제장애인권리조약안이 완성됐다. 오는 9월 유엔총회에 이를 상정, 통과되면 총 20개국 이상이 서명하고 30일이 지난 후부터 발효된다. 이 조약은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진다. 이날 조약안과 함께 선택의정서안도 채택했다. 여기에는 조약안에 담지 못한 개인진정과 조사절차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총 10개국 이상이 서명하고 30일이 지난 후부터 발효된다.

25일 하루는 각본 없는 드라마

마지막 날은 그 누구도 끝을 예상할 수 없는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25일 오전 회의까지 마치고도 ‘과연 오늘 조약안을 완성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굵직굵직한 이슈들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 멕케이 의장은 이날 오전 회의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속도로는 2주 동안 다시 모여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제 양보하고 합의하고 결정을 해야 한다”며 각국 정부대표단들이 유연한 자세를 취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돈 멕케이 의장은 오후까지 조약안 채택을 마무리한다는 목표아래 오전 회의에서 국제모니터링과 관련한 조항 7개와 조약의 비준, 유보, 시행 등 행정적인 사항을 담은 조항 10개를 통과시키고, 총 18개의 조항이 담긴 선택의정서안까지 채택했다.

그래도 오후 회의에서 처리해야할 과제는 산적했다. 장애의 정의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장애인의 법적 권한은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외국군 점령상황이라는 표현은 포함할 것인가 등 하나같이 난제만이 남았다.

서로 손을 잡고 국제장애인권리조약 마지막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장애여성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로 손을 잡고 국제장애인권리조약 마지막 회의를 지켜보고 있는 장애여성들. <에이블뉴스>
필연적 선택 과정 속에서 희비 엇갈려

폐막 1시간여를 남겨두고 오후 5시쯤 재개된 회의에서는 순식간에 남겨진 조항들의 운명이 갈렸다. 막 비공식 협의를 끝내고 본회의장에 도착한 결과물들을 마지막 심판대에 세우고 최종 판단을 내려야했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장애 정의는 결국 제2조 ‘개념 정의’에 포함되지 못했다. 다만 ‘전문’과 제1조 ‘목적’에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을 명시하는 문구를 삽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장애의 정의가 양쪽으로 분산됐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제12조 ‘법 앞에서의 평등권 인정’ 내용 중 ‘법적 권한’(legal capacity)라는 용어에는 주석이 따라붙었다. 이는 장애인의 법적 행위능력을 일부 제한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중국, 러시아 등은 환영했지만, “장애인의 권리를 제한한 것”이라며 반발한 곳도 적지 않았다.

제17조 ‘개인의 존엄성 보호’는 ‘장애인의 존엄성을 보호해야한다’는 포괄적인 사항을 적시한 1항을 남겨두고 모든 것이 삭제된 채 통과됐다. 조약안에 ‘비자발적인 치료’라는 근거를 둘 것이냐, 말 것이냐는 갈등이 조항이 애초 의도했던 목적까지 날려버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장애여성조항 확정될 때 가장 큰 박수

장애여성조항이 단독조항으로 확정될 때는 가장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전 세계 장애여성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만끽했고, 감격에 겨워 눈물을 보였다. 제6조 ‘장애여성’은 2개 조항이 유지됐고, 국가의 적극적인 이행의무를 촉구하는 문구도 삽입됐다.

하지만 조약안 곳곳에 포진됐던 ‘gender’(사회학적 성 개념)라는 용어가 ‘sex’(생물학적 성 개념)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전문에 있었던 ‘젠더에 기반한 메인스트림’이라는 용어도 삭제되는 아픔을 겪어야했다.

제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의 ‘장애인은 [그들의 성정체성 경험], 성적 또는 기타 친밀한 관계의 영위, 부모의 역할 경험에 대해 동일한 기회를 가진다’라는 문구도 논란을 견디지 못하고 아예 삭제됐다.

제25조 건강권의 ‘sexual and reproductive health services’(성적 생식적 건강 서비스)라는 문구는 ‘services’(서비스)라는 용어를 삭제하면서, 문맥을 다시 다듬는 선에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낙태권 인정 등의 오역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가장 마지막까지 풀지 못한 쟁점은 바로 ‘외국군의 점령’(foreign occupation)이라는 표현 문제였다. 강대국와 약소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가운데, 결국 전자 표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전문에만 포함시키는 것으로 결론을 내려졌다.

“축하하고, 감사하고”…기립박수 이어져

국제장애인권리조약안을 담은 보고서가 채택되자 기립해 박수를 치는 각국 대표단.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국제장애인권리조약안을 담은 보고서가 채택되자 기립해 박수를 치는 각국 대표단. <에이블뉴스>
총 50개 조항이 담긴 조약안과 총 18개 조항이 담긴 선택의정서안을 담은 제8차 특별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바로 7시50분께. 회의장을 가득 메웠던 참가자들은 모두 일어나 자축의 박수를 보냈다.

돈 멕케이 의장은 “이 회의가 일생의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시민사회 장애인단체 에서도 좋은 결과를 도출하게 한 것에 대해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 날 진행이 순조롭지 못했지만 필연적인 과정이었다. 힘든 여정을 통해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엔총회 대표가 참석해 각국 참가단들을 격려했고, 이어 유럽연합을 대표해 핀란드, 아랍연맹을 대표해 수단, 아프리카를 대표해 카메룬, 이외에 미국, 태국, 코스타리카, 요르단, 자메이카,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조약안의 완성을 축하하고 서로를 격려하는 발언을 쏟아냈고, 기립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전 세계 장애인 엔지오들의 연합체인 IDC(International Disability Caucus)를 대표해 키키 노르스토름씨는 "조약의 제정은 35년 전부터 시작됐다. 두 차례 제의가 있었지만 기각 당했고, 세 번째 제의가 받아들여져 여정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IDC가 만들어져 조직적인 노력을 할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장애인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조약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우리 장애인들도 인간으로서의 근본적인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며 "6억5천만명의 장애인들이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도록 각 국가들이 조속히 성실하게 이행해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그녀의 발언이 끝난 이후 각국 정부대표단들은 엔지오들의 방청석을 향해 일어나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축제의 뒤풀이는 한국이 맡았다. 이날 회의를 모두 마친 후, 한국DPI는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에서 내년도 DPI세계대회의 한국 개최를 알리는 리셉션을 개최했고, 각국 참가단들은 한국 음식을 나누며 조약안의 완성을 자축했다.

다음은 조약안에 담긴 조항들.

전문, 제1조 목적, 제2조 개념정의, 제3조 일반원칙, 제4조 일반의무, 제5조, 평등과 차별금지, 제6조 장애여성, 제7조 장애아동, 제8조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 제9조 접근성, 제10조 생명권, 제11조 위험상황, 제12조 법 앞에서의 평등권 인정, 제13조 사법 접근성, 제14조 개인의 자유와 안전, 제15조 고문 또는 잔혹,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 및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16조 착취, 폭력 및 학대로부터의 자유, 제17조 개인의 존엄성 보호, 제18조 이주의 자유, 제19조 자립적 생활과 사회통합, 제20조 개인의 이동, 제21조 의사표현의 자유와 정보접근성, 제22조 사생활 존중, 제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제24조 교육, 제25조 건강, 제26조 재활, 제27조 근로 및 고용, 제28조 적정 삶의 기준과 사회적 보호, 제29조 정치와 공적 생활 참여, 제30조 문화생활, 레크리에이션, 여가생활과 스포츠 참여, 제31조 통계와 자료 수집, 제32조 국제협력, 제33조 국내적 시행 및 모니터링, 제34조 장애인인권위원회, 제35조 당사국 보고서, 제36조 보고서 고려사항, 제37조 당사국과 위원회 협력, 제38조 위원회와 다른 기구와의 관계, 제39조 위원회의 보고서, 제40조 당사국 회의, 제41조 수탁, 제42조 서명, 제43조 약속 동의, 제44조 지역적 통합 조직, 제45조 시행, 제46조 유보, 제47조 수정, 제48조 폐기, 제49조 접근 가능한 포맷, 제50조 최신 문서.

외국군의 점령이라는 표현을 놓고 전자표결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외국군의 점령이라는 표현을 놓고 전자표결까지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에이블뉴스>
유엔총회 대표가 직접 참석해 조약안의 완성을 축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유엔총회 대표가 직접 참석해 조약안의 완성을 축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전 세계 엔지오들을 대표해 키키 노르스토름이 마지막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전 세계 엔지오들을 대표해 키키 노르스토름이 마지막 발언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키키 노르스토름씨의 발언이 끝나자 전세계 엔지오들을 향해 각국 대표단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키키 노르스토름씨의 발언이 끝나자 전세계 엔지오들을 향해 각국 대표단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에이블뉴스>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DPI세계대회 만찬에 참가해 전 세계 장애인들이 조약안의 완성을 자축했다. <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열린 DPI세계대회 만찬에 참가해 전 세계 장애인들이 조약안의 완성을 자축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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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소장섭 기자 (ablenew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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