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갈등이 난무 하던 온 세계는 하나의 쟁점으로 모처럼 합의를 이루어 내는 양상이다. 그 발단은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에 목이 잔인하게 짓눌려 질식해 죽어간 사태다.

심지어는 대체로 조용한 편인 미국의 교민들도 ‘우리는 연대합니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제도적 인종차별을 끝내야 합니다.’라고 외치며 시위에 참여한단다.

새삼 인종차별과 장애인 차별의 성격이 너무나 유사하다는 생각을 굳게 한다. 그 외에도 한국인을 포함한 유색인종, 동성애자, 탈 북민, 이주노동자도 들어간다. 어떻게 그 양상이 유사한가를 한번 짚어보고자 하는 것이 오늘 기고문의 핵심이다.

더 구체적으로 인종차별과 장애 차별·편견의 차이점과 유사점은 무엇이고, 우리가 향후 해야만 할 과제가 무엇인가를 규명해 보자는 것이다. 일단 차별과·편견을 동의어로 설정해 본다.

그 지긋 지긋한 인종에 대한 편견과 차별시작은 400여년 역사를 넘어서는 흑인 노예시대로 거슬러 간다.

영국의 브리스톨 시에서는 영국 노예상의 거물 도날드슨의 동상이 강물로 끌려들어갔다. 장애에 대한 편견의 역사는 훨씬 더 길다. 심지어는 성경에도 장애를 불편하게 묘사했고 고대 그리스의 스파르타에서는 용병으로 쓸모없는 장애아들을 절벽 아래로 던졌다.

챨스 다윈으로 시작된 우생학은 훨씬 뒤 근대 시대의 유물이지만 COVID-19 사태 하에서 국제 장애계의 성토가 쏟아지는 것도 동시에 주시해야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최근 장애인정책리포트 ‘코로나19, 도미노처럼 무너진 장애인의 삶’을 발간, 그들의 간절한 외침을 기록했다'고 에이블뉴스가 전한다.

이러한 자료는 영문으로 준비 되어 세계 장애계와 공유되어야 마땅하다. 이들의 외침은 인종차별에 대한 외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열악한 노동 현장에서 불가피하게 당한 장애인의 죽음을 신문기사의 제목대로 '사회적 타살'로, 이동권 부족으로 집안에 갇힌 장애인과 시설에 장애인들을 '사회적 감옥'에 갇혀 있다고 했었다. 그들의 숨 막히는 죽음 직전의 삶은 인종 차별로 밀려 난 온 세계의 조지 플로이드와 다를 게 없다.

독자들께서는 편견이나 차별의 경험이 있나요? 몇 가지 이야기를 전한다. 영국에서 석사학위를 마치고 서울의 모 대학에 이력서를 내었다가 장애를 이유로 실격했다. 가까운 교수님께서 귀 뜸 해 줬다. 그래서 독일로 건너가 프랑크 프르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하다가 호주의 8대 명문인 퀸즈랜드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호주는 백호주의의 잔재가 있었지만, 대학은 안전했고 장애 차별은 없었다.

한번은 영국대학의 서점에서 책을 사는데, 제가 제일 앞에 서 있는데도 저를 제치고 뒷사람 먼저 서빙을 했다. “그 순간 이것은 인종 차별이다” 하는 생각과 함께 분노가 치밀었다. 그 순간 ‘칼이라도 있으면 콱 찌르겠다는 충동이!’ 제가 생각해도 끔찍했는데, 허구한 날 인종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의 분노를 알겠다.

한국사회의 학벌, 출신학교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같은 맥락이며, 바로 얼마 전 제가 간여하는 ‘글로벌 블래씽’ 대 북한사업NGO에 익산에서 평생을 한센인으로 보내신 할머니께서 7 천만 원 거액의 기부금을 내시면서 '이 헌금 속에서 한센병에 걸려 평생 혐오와 차별의 아픔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오히려 기쁨으로 아신다'는 말을 했다.

인종차별에는 온 세계가 뭉치는데, 우리 주변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 혐오를 그대로 눈감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인종차별과 장애인에 대한 편견/차별과는 무엇이 다르며 유사한가?

편견·차별은 어떤 특수 집단에 대한 비합리적이고 실제적인 경험에 기반 하지 않은 선입관인데, 인종 차별은 인종에 기반 한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불공평한 권력의 분배이다.

사회학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색인종에 대한 인종차별은 고용의 기회, 주거, 경찰의 부당한 폭력의 가능성 증대 등을 지적했다.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온갖 불합리와 분노와 다를 게 없다. 구태여 경찰의 폭력이 아니라도 사회로부터 당하는 온갖 ‘시선의 폭력’ 학교, 놀림과 혐오 등의 ‘언어의 폭력’ 시설, 빈곤, 가정 내에서의 학대와 폭력.

우리는 여기에서 여러 형태의 제도화 된 차별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정의당에서 국회에 ‘차별금지법’을 상정하겠다고 한다. 기존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어떻게 하라고, 옥상옥인가? 새 법이 중요한 게 아니고 이행을 하겠다는 분명한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인종, 장애차별은 일련의 가치, 규범, 정체성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사회적 집단 간의 배제와 소속감을 결정하게 된다. 차별과 편견은 아래의 상황에서 그 기반을 굳히는 경향이 있다. 즉, 집단 간 서로 다른 가치관 혹은 갈등이 있는 경우, 타 집단의 시각·관점이 다를 경우, 정체성 자체가 어떤 특수집단에 속한다는 판단, 결과적으로 한 집단이 타 집단을 차별·혐오 하게 된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

인종, 장애 차별·편견을 개선하기 위해선 대개는 사회일반이나 대중매체, 그리고 특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이 그 주축을 이루었다.

그러나 차별은 아동기에서부터 학습된다. 아동기에서는 집단 간의 차이와 같은 점을 빠르게 이해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애 예술인, 유색의 아동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특히 학교 활동을 통한 학습은 긍정적 가치관을 함양하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아동, 청소년대상이 중요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하는 학교대상 인권교육에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아 통합어린이집, 유치원, 완전한 통합교육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좋은 관계의 형성은 편견을 없애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관계의 형성은 편견의 강도를 낮춰주지만 편견과 좋은 관계는 결코 동일한 것이 아니므로 사회적 화합과 함께 바로 이해되어야 하는데, 사실 이 방면의 연구는 많지 않다.

아마도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차별. 혐오, 편견으로 인한 고립, 배제, 고질적 실업, 학대와 구박, 불평등한 기회에 신뢰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자료는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피해의 본질과 그 정도에 대한 이해를 높여서 변화에 대한 결과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즉, 측정연장이 있으면 차별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를 알게 한다. 아무리 훌륭한 장애인 정책도, 편견, 차별, 불평등-빈곤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면 효과적이고 성공적일 수 없다.

편견과 차별은 삶의 기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며, 장애인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 그들의 자존감, 그들의 광범위한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더구나 평등과 불평등에 대한 타인의 인식은 더 심한 차별과 편견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평등을 지향하고 인권을 향상시키는 것은 이러한 개념들을 어떻게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차별, 편견, 혐오가 없는 사회와 평등권은 쟁취해야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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