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막휴게소 다목적화장실(2016년 사진). ⓒ배융호

최근 다목적 화장실 또는 가족사랑화장실이 늘어나고 있다. 장애인, 노인, 임산부, 어린이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다목적화장실에 대한 오해로 인해 장애인들의 불편은 오히려 가중되고 있는 점이 문제다.

다목적화장실 또는 가족사랑화장실은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이나 인클루시브 디자인(Inclusive Design)의 가족화장실(Family Restroom)에서 그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이나 인클루시브 디자인의 가족화장실은 이성 간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가족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의 남자화장실은 남자만 갈 수 있고, 여자화장실은 여자만 갈 수 있다. 그래서 가족 간에 함께 가야 할 경우에는 이용이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서 아빠가 딸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화장실, 엄마가 아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화장실,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갈 수 있는 화장실,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갈 수 있는 화장실, 장애인이 아내 또는 남편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 함께 갈 수 있는 화장실이 바로 가족화장실인 것이다.

최근에는 성소수자의 이용을 위해서는 가족화장실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가족화장실의 전제 조건이 있다. 그것은 남자화장실 내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칸이 있고, 여자화장실 내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칸이 별도로 있다는 조건 아래 가족화장실은 추가로 설치된다는 점이다.

이 가족화장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다목적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최근에는 가족사랑화장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문제는 이 화장실들이 추가로 설치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족화장실은 기존에 남녀화장실 내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칸이 별도로 있다는 전제 아래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다. 기존의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은 가족 간에 필요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늘어나는 다목적 화장실은 대부분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을 대체하고 있다. 즉, 장애인용 화장실이 사라지고 다목적 화장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다목적 화장실에 대한 첫 번째 오해이다. 다목적 화장실은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의 대체가 아니라 추가로 설치되어야 한다.

김포공항의 가족화장실(2015년 사진). ⓒ배융호

다목적화장실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다목적 화장실을 종합화장실로 만드는 것이다.

가족화장실은 장애인, 노인, 영유아동반자가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장애인용 픽토그램만 부착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휠체어 사용자가 대변기 전면과 측면으로 접근할 수 있는 충분한 유효거리, 세면대와 대변기 앞에서 회전이 가능한 회전 공간, 대변기 좌우에 기준에 맞는 손잡이, 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장애인이 이용하기 편리한 세면대 등이 모두 갖춰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동휠체어 사용자를 포함한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하기에 충분한 공간의 확보이다.

그런데 다목적화장실 또는 가족사랑화장실을 만들면서 화장실에 관련된 모든 것을 갖춘 종합화장실로 만들고 있는 것이 문제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 유아용 대변기, 소변기,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세면대, 유아용 세면대 등이 설치되어 넓은 화장실이 매우 비좁아진다.

다목적화장실은 장애인도 이용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아용 대변기는 추가될 수 있지만 그 외의 시설은 최소화해야 한다. 유아용 대변기가 추가되는 만큼 공간은 더 넓어져야 한다.

이처럼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이 다목적 화장실이 되고, 다목적 화장실은 종합화장실이 되면서 정작 장애인은 화장실 이용이 어려워졌다.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칸이 별도로 없기에 장애인은 노인, 영유아동반자와 화장실을 나눠 써야 한다. 나눠 쓰는 것은 좋지만 급하게 이용해야 할 경우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거나 전혀 이용을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종합화장실이 되면서 예전보다 공간이 좁아져서 휠체어 사용자는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한다.

다시 말해서 좋은 취지의 다목적 화장실이 장애인의 접근권을 침해하고 화장실 이용마저 오히려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원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먼저, 남자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화장실과 여자 장애인이 이용가능한 화장실을 설치하고, 그리고 추가로 다목적 화장실 또는 가족사랑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독립형 장애인 화장실을 남녀 별도로 만들 수 없다면, 최소한 일반화장실 내에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대변기칸을 남녀 각각 설치하고 다목적 화장실을 설치해야 한다. 아니면 다목적 화장실의 수를 장애인, 노인, 영유아 동반자가 함께 이용할 만큼 늘려야 한다.

그리고 다목적 화장실의 최우선 이용자를 휠체어 사용자로 고려하여 화장실의 크기와 공간이 휠체어가 이동하고 회전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이런 전제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장애인화장실을 다목적화장실로 바꿔간다면, 다목적 화장실의 증가는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화장실의 감소와 장애인 접근권의 침해를 의미할 뿐이다.

*이 글은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이사 배융호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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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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