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들이 지난 대선에서의 장애인 참정권 차별사례 27건에 대해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대통령 선거 당일 투표소에 갔습니다. 투표소 출입구부터 휠체어를 이용하는 걸림돌이 있더군요. 바로 경사로 옆에 떡 하니 자리하고 있던 장애물이였습니다.

분명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투표소에 장애인이 투표소에 올 것이라고 통보 했을텐데, 아무런 조치를 해놓지 않았습니다. 투표장에 들어가는 문 또한 휠체어가 들어가기에 너무 좁아 불편했습니다. 겨우 비집고 들어가서 기표대로 갔는데, 투표용지 고정 장치도 없어 잘못 찍을까 조마조마 하며 힘들게 투표했습니다. <지체장애, 여성, A씨>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배포한 점자 공보물의 경우 점자를 읽을 수 없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바코드도 삽입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문자도 같이 병기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은 누구의 도움을 받더라도 그 공보물만으로는 정보를 제공 받을 수 없었습니다. <시각장애인, 남성, B씨>

이들은 참정권을 보장 받지 못해 ‘차별’을 받았다는 장애인 당사자들이다. 지난해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투표소의 출입구에 턱이나 계단으로 인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접근 조차 불가능하고, 점자공보물 부재 등으로 참정권 보장을 받지 못해 차별을 겪은 사례는 어김없이 속출됐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13개 장애인단체는 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선에서 참정권을 보장 받지 못한 지체장애·시각장애·발달장애인 당사자의 피해사례 27건에 대한 진정서를 인권위에 접수했다.

앞서 장애인지역공동체는 대구지역의 장애인차별 8건에 대해 별도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진정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장애인 및 관계자들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적극적인 차별 여부 조사와 차별 시정 권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시정을 요구했다.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미 팀장이 발언자로 나서 대선 당일 당한 참정권 차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특히 진정인 당사자로 참석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수미 팀장은 “대통령 선거 당시 투표를 하려고 투표소에 갔는데, 장애인이 접근하기 힘들게 바닥에 비닐이 깔려있었다. 휠체어를 밀면 비닐도 함께 밀려서 한참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클러치를 짚고 다니는 분들일 경우 나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표대에는 전혀 휠체어를 타고 들어가서 투표용지에 찍을 수 없을 정도였다. 좁고 높아서 뒤에서 다 보이는 상황이었다”면서 “장애인화장실도 미닫이 문이기 때문에 들어갈 수 없거나, 혹은 들어간다고 해도 너무 좁아 실제 사용 할 수 조차 없었다. 장애인이 투표 할 수 있도록 참정권이 보장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배려하지 않은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정미영 회원도 대통령 선거 당일의 상황을 회상하며,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미영 회원은 대선 당일 투표를 하기까지 수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에이블뉴스

정미영 씨는 “처음으로 대통령 선거를 한 만큼 매우 뜻 깊었지만, 정당한 편의가 마련되지 않아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정씨는 “들어가는 입구에만 점자블록이 되어 있고, 그 안에는 점자블록이 없어 투표하기 전부터 문제였다. 보조용구가 투표용지에 비해 너무 커서 그 구멍에 안 들어가 당황했었다. 반만 찍혀도 무효표로 처리 되니까 조마조마했다”며 “점자공보물도 12월 초에 받지 못해 확인해봤더니 이미 다 보낸 상태라는 말을 들었다. 재요청해 투표일인 전날 받았다”고 전했다.

정씨는 또한 “내가 투표소에 가니 관계자들이 몹시 당황해 했다. 나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어떻게 조치를 취하는 게 좋겠냐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재차 물어보는 것을 보면서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시각장애인이 된 것이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그 날 만큼은 너무 속상하고, 마음 아팠다”고 씁쓸한 마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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