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인권리보장지역사회네트워크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내 공공근린시설을 대상으로 장애인차별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주민센터에 업무를 보러 갔다. 서류를 작성하는데 무슨 말인지 어렵고 어떻게 작성하는지 몰라 직원에게 필담으로 ‘수화통역사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경찰서, 도서관, 우체국, 구청 등 어느 공공시설을 가든 수화통역사가 없었다.”

“보조견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 그런데 병원 관계자가 세균이 감염된다며 보조견의 출입을 막았다. 병원에서 시각장애인이 혼자 진료를 받을 수 있나? 병원 화장실을 가려고 해도 유도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아 혼자서 화장실도 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주민센터, 파출소, 구청, 우체국 등 여러 공공시설을 다녔다. 그 때마다 화장실을 들렀는데, 어느 곳은 장애인화장실 문이 잠겨 있어 직원이 열쇠로 열어줄 때마다 기다려야 했고, 어떤 곳은 남녀화장실 구분이 없었다. 또 어떤 곳은 화장실에 청소도구가 가득 쌓여 있어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다. 어떤 곳은 입구가 너무 좁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었고, 어떤 곳은 턱이 있어서 접근할 수 없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인권리보장지역사회네트워크가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서울시내 공공근린시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장애인차별 모니터링에 참가했던 장애인당사자 모니터링 요원들의 육성이다.

두 단체는 25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진행한 장애인차별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하고, 모니터링 대상인 총 625개의 공공근린시설 중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597곳(96%)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체·시각·청각장애 등 장애유형에 따라 3가지 분야로 나뉘어 실시됐다. 지체장애인 영역의 장애인차별조사에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 중랑장애인자립생활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가 참여했고, 시각장애인 영역 차별조사에는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가 참여했다. 장애인정보문화누리와 한국농아인협회는 청각장애인 차별여부를 조사했다.

모니터링 결과, 경찰서, 공권, 공공도서관, 세무서, 보건소, 파구청, 지하철역사 등 공공근린시설의 장애인차별 현황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조임숙 공동대표가 장애인차별 모니터링 참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서울시내 공공근린시설 597곳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장애인단체들의 진정서. ⓒ에이블뉴스

이들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체장애인 영역의 경우 조사대상 주민센터 57곳 중 48곳이 장애인 전용 컴퓨터 시설 및 대체입력장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었다. 또한 지하철역사 49곳은 모두 열차와 승강장 사이 높낮이 차이가 크고 이동식 발판이 없어 휠체어 장애인이 탑승하기에 위험했고, 장애인 화장실이 모두 남녀공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각장애 영역에서는 조사대상이 된 버스정류장 41곳 모두 점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것이 확인됐다. 또한 이 중 39곳에는 음향신호기 앞 점형블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우체국의 경우 조사대상인 17개 우체국 중 주출입구에 점자안내판이 설치 된 곳은 1곳뿐이었고, 촉지도식 안내판과 음성유도장치가 설치된 곳은 하나도 없었다.

청각장애 영역에서는 조사대상인 우체국 47곳 중 FM보청기가 설치된 곳은 5곳, 전자문자 안내판이 설치된 곳은 3곳뿐이었고, 화상전화기가 설치된 곳은 1곳뿐이었다.

공공도서관의 경우 조사대상 3곳 모두 FM보청기기, 화상전화기, 전자문자안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모니터링에 참가했던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은정 활동가는 “‘장차법 만들어지고 나서 장애인들이 살기 좋아지지 않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데 여전히 밖에 나가면 계단 때문에 접근하지 못하는 곳이 있고,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광진구 용마초등학교 버스정류장의 경우에는 버스정류장이 도로 중앙에 있고, 버스정류장에 가려면 육교를 이용해야 한다. 육교를 철거하라고 2006년부터 요구하고 있는데 광진구청은 그 때마다 내년에 철거할 예정이라고만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거부와 차별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개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조임숙 공동대표는 “장차법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 모니터링 결과를 보니 장애인편의시설이 제대로 마련된 공공근린시설은 4%밖에 되지 않는다. 이 결과를 보니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장애인편의시설이 마련된 공공근린시설은 40%밖에 되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입장에서 장애인편의시설을 보면 서 진정으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만들었는지, 눈가림 식으로 만들었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든 시설을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복지국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장애인권리보장지역사회네트워크가 장애인편의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서울시내 공공근린시설 597곳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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