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6일 자폐성 장애자녀를 둔 어머니가 자녀와 함께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인천 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국내 항공사 여객기에 탑승했다가 기장으로부터 승객 등의 안전을 이유로 이륙 전에 내릴 것을 강요받았다는 사연이 알려져 논란이 되었다.

이에 해당 항공사는 급히 “당사는 다른 모든 승객과 동일하게 자폐성 장애가 있는 승객의 경우에도 탑승에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안전 운항이 저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모든 승객의 안전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승객 하기(항공기에서 내림)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였다.

과연 해당 항공사의 변은 정당한 것인가?

해당 항공사는 자폐성 장애인의 탑승에 제한을 두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은 자폐성 장애인을 차별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차별금지법)』은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제1항 제1호에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19조 제4항에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동 및 교통수단 이용에 있어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단편적 기사만으로 해당 항공사가 자폐성 장애인을 차별하였다고 정확히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사 내용만으로 유추해 보면 항공사는 자폐성 장애인을 차별하였다고 볼 수 있다. 항공사는 자폐성 장애인이 탑승할 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의 책임을 자폐성 장애인에게 전가하고 있다.

자폐성 장애인의 어머니는 탑승 수속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신의 자녀가 자폐성 장애인임을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승무원을 포함한 항공사 직원 그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았거나 자폐성 장애인의 장애 특성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자폐성 장애인은 새로운 환경과 낯선 사람을 만날 때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그로 인해 돌발행동을 할 수도 있다. 아마도 탑승을 거부당한 자폐성 장애인도 항공기라는 낯설고 비좁은 공간에서 연이어 탑승하며 계속 오가는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며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그래서 항공기 밖으로 뛰어나갔을 것 같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승무원들의 대응이었다. 뛰어나가는 자폐성 장애인을 낯선 남성 승무원이 쫓아간 것은 자폐성 장애인을 놀라게 하고 더 많은 스트레스가 쌓이도록 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자폐성 장애인은 다시 항공기에 탑승한 후에도 놀란 마음과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해서 좌석에 앉지 못하고 계속 배회하였을 것이다.

만약 승무원을 포함한 항공사 직원들이 자폐성 장애의 특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자폐성 장애인이 안전하게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였다면 자폐성 장애인은 돌발행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폐성 장애인이 탑승할 때 다른 승객들이 오고 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제일 마지막에 탑승하도록 지원하고, 탑승한 후에도 환경에 적응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배려해 주었다면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자폐성 장애인이 항공기를 탑승하고 여행할 때 차별을 받지 않도록 지침이나 매뉴얼을 만들어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민간항공국(the Civil Aviation Authority)의 ‘장애인 지원에 대한 항공사 지침(Guidance for airline on assisting people with hidden disabilities)’이 대표적이다. 이 지침에는 장애를 이유로 항공기 탑승을 거부해서는 안된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운항과 승객의 안전을 위해 부득이하게 거부해야 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의료적 진단 및 안전 규제 절차와 같은 명확한 정보에 입각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의 경우 먼저 탑승하는 것이 좋지만 자폐성 장애인과 같이 스트레스에 민감한 경우 맨 마지막 탑승하도록 지원하는 것과 더불어 좌석도 심리적 안정을 위해 창가 좌석으로 변경이 필요할 경우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항공사는 승무원을 포함한 모든 직원에게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 특성과 그에 따라 필요한 지원에 대해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국내에는 이와 같은 자폐성 장애인의 지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지침이나 매뉴얼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우리 사회는 드라마 캐릭터인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변호사 우영우에 열광을 하고 있으며, 서로 다투며 현실 속 우영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자폐성 장애인을 배제하고, 차별하고 있다.

우영우에 열광하고 현실 속 우영우를 찾기 이전에 모든 자폐성 장애인이 우영우처럼 사회에서 차별받지 않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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