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본 법률안은 활동지원제도의 ‘기본원칙’을 신설(제2조의2)하고, 만65세 미만이지만 노인장기요양 수급자라는 이유로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박탈함으로써 ‘헌법불합치결정’을 받았던 ‘제5조 제2호’에 대한 개정 내용을 담고 있다.

‘기본원칙(제2조의2)’ 신설, 활동지원제도의 권리 중심적 변화를 기대한다.

‘활동지원급여’가 장애인의 욕구와 사회적 환경에 기반하여 산정되어야 하며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제공되어야 한다는 의무 원칙의 신설, 장애인에 대한 보편적 사회보장의 원칙을 인정한 국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본 기본원칙의 신설을 통해 활동지원제도가 장애인의 권리와 욕구를 반영하는 사회보장 제도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함께 통과된 제5조제2호(신청자격)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와 아쉬움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만65세 미만 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에 대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이 적용되도록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복지 지형에서 장애인의 권리와 국가의 ‘임의적 기준’이 양립하기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법이 명시한 ‘임의적 기준’이, ‘헌법불합치결정’으로 선언된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수립될 수 있도록, ‘기본원칙 신설’이라는 결단을 보여준 국회가 함께 노력해줄 것을 기대해본다.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반쪽짜리 계획,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한편의 촌극이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보건복지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만65세 미만 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헌법 불합치결정을 이끌어낸 과정과 판결 이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사안의 본질이예산을 이유로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 권리와 자립의 기회를 박탈해온 국가의 차별과 폭력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으며, 그로 인한 피해를 보상하고 권리를 바로 세우기 위해 장애인의 ‘사회서비스 변경 권리’가 필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제시해왔다.

하지만 보건복지부는 당사자의 서비스 변경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장애계와 법조계에 찬물을 끼얹는 계획을 발표하고 말았다. 발표된 계획은 신설 될 기본원칙조차 위반하는 내용으로, 보건복지부는 개정법률안이 공포도 되기 전에 장애인을 기만하는 촌극을 벌였다.

보건복지부는 만65세 미만 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에 대해 현행 65세 도래자에 대한 ‘보전급여’ 방식을 도입할 것을 확정하였으며, ‘25,368명의 당사자 중 약 2,700명이 이를 통해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다. 이들 중 사실상 중증장애인에 해당하는 장애인은 약 6800명(1등급 3,553명, 2등급 3,219명)으로 추정된다. ‘헌법불합치결정’에 대한 이행 계획으로 전체 당사자 중 10%만 지원하겠다는, 반쪽짜리도 될 수 없는 계획을 발표하는 보건복지부의

촌극, 또다시 국가가 정해주는 방식대로 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보건복지부의 태도에 우리는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만65세 미만 장애인에 대한 보전급여 도입은 변주된 차별과 폭력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가 확대 적용을 발표한 현행 ‘보전급여’ 조치는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렸던 사안, 활동지원 수급자가 만65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노인장기요양 대상자로 강제 전환되고 그로인해 서비스 시간이 대폭 감소하는 문제를 일부 해소하기 위한 시범사업으로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만65세가 도래한 장애인으로 하여금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 판정을 위한 종합조사와, 노인장기요양 시간 판정을 위한 심사를 모두 받게 하고, 활동지원제도에서 노인장기요양을 차감한 시간이 60시간 이상인 경우, 즉 종합조사 최저구간인 15구간 이상일 경우 추가적으로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법률상 장기요양 수급이 우선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일종의 패널티를 부여받은 채 활동지원 서비스에 대한 수급 자격을 심사받는 것이다. ‘수혜자에 대한 패널티 부과 조치’의 성격에 가깝기 때문에 진입장벽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으며,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목적이 다른 양 제도를 함께 이용해야 하는 조건은 필연적으로 일상의 연속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실제 활동지원 수급자로서 2021년에 만65세가 도래하는 장애인 1600명 중 보전급여 대상자로 선정된 사람은 70명에 불

과했고, 보전급여 탈락에 따른 활동지원 수급 박탈로 지자체의 추가지원조차 끊어지는 사례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는 만65세 미만 장기요양 수급 장애인에 대한 보전급여 도입으로 그동안 서비스를 받지 못 한 2700명이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예상 효과를 선전하지만, 이는 ‘헌법불합치결정’의 의미를 의도적으로 소거하는 기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이번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그동안 국가의 폭력 행정으로 피해를 입은 25,000명의 장애인과 가족을 또 다시 차별하겠다고 공인한 것과 다름없다. 특히 이번 보건복지부의 발표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교묘하게 벗어나려는 의도에

기반하기 때문에 더욱 악의적이다. ‘보전급여’라는 행정 조치의 본질이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 권리를 국가가 통제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결과적으로 ‘헌법불합치결정’에 전면적으로 위배되는 방침이다.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을 중단하고 만65세 미만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라.

보건복지부가 행정적으로도 복잡하고 불편한 보전급여 방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바로 예산이다. 보건복지부는 만65세 도래자에 대한 개선 논의에서도, 본 사안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재판 과정에서도 양 제도 간 칸막이의 목적이 ‘예산’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노인장기요양과 장애인 활동지원 사이의 극심한 급여량 차이 때문에 선택권이 부여될 시 대다수가 활동지원제도로 전환 유입할 것이 우려된다는 점을 재판관과 국회에 호소해 왔다.

그 모든 입장을 수렴했음에도 불구하고 재판관 전원은 ‘합리적 이유가 없이, 노인성 질환 장애인을 차별함으로써 헌법상의 평등 원칙을 위배했다’고 판결했다. 이는 곧 예산 절감을 비롯한 행정상의 명분이 장애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국가가 소요 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장애인과 가족에게 강제해온 차별과 폭력의 고리 중 하나를 끊어내고 기본권 보장에 기반 한 사회 보장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하나의 이정표를 제시한 중요한 사건이 바로

2020년 12월 23일 ‘헌법불합치 결정’이었다.

‘헌법불합치결정’으로 보건복지부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동안의 불합리한 제도 운영으로 복지 사각지대에서 ‘버텨야’ 했던 존재들의 삶과 일상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해 답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매달, 매년 반복되는 중증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이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지 잘 알고 있다. 활동지원법 제5조제2호로 대변되는 국가의 차별과 예산 중심의 복지 정책, 실제의 삶은 참담하지만 수혜자라는 제도적 낙인이 유발하는 심리적 위축과 공적 지원의 공백은 장애인과 가족

을 복지 절벽으로 밀어내고 있다.

‘보전급여’ 방식은 노인성 질환 장애인에 대한 또 하나의 차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다. 우리는 중증장애인의 수급 자격조차 보장할 수 없는 이 반쪽짜리 제도, ‘헌법불합치’라는 중대한 결정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근거로 장애인의 주체적 결정과 선택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보건복지부의 계획에 단호히 거부하며, 강력하게 요구한다.

보건복지부는 만65세 미만 장애인에 대한 보전급여 도입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이라는 현행 법률의 목적, ‘장애인의 욕구와 다양한 사회 환경을 반영해야 한다’는 신설 될 기본원칙에 부합하도록 장애인의 활동지원 권리, 사회서비스 선택 권리를 온전하게 보장하는 방향으로 기행 계획을 전면 수정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2년 5월 31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전국장애인부모연대

한국장애포럼(KDF)/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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