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증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민주당 이상호(맨좌측) 서울시의원 당선자와 한나라당 고만규(맨우측) 서울시의원 당선자. 부디 장애인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기 바랍니다. ⓒ에이블뉴스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승리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장애인당사자 후보들도 대거 당선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당사자는 승리했습니까?

에이블뉴스가 장애를 갖고 있거나 장애인관련 경력을 가진 후보자들을 집계했더니 200명 조금 넘었습니다. 이중 당선된 사람은 106명이었습니다.

역시 민주당이 가장 많았는데요. 약 60%에 해당하는 61명의 장애인당선자가 민주당에서 나왔습니다. 장애인당선자 10명 중 6명 정도는 민주당 소속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한나라당은 두 번째로 많았는데요. 30명이었습니다. 이밖에 무소속은 7명, 민주노동당은 6명, 자유선진당과 국민참여당에서 각각 1명씩 장애인 당선자가 나왔습니다.

이번 선거부터 장애인추천보조금이라는 것이 생겼는데요. 장애인 후보를 많이 추천한 정당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인데요. 유일하게 민주당이, 2억원이 넘는 보조금을 챙기기도 했습니다.

장애인당선자 106명 중 21명이 비례대표로 당선이 됐습니다. 비례대표는 장애인계 대표성을 인정받아 발탁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는 한나라당이 가장 많았습니다. 11명이었고요. 민주당은 7명이었고, 민주노동당, 자유선진당, 국민참여당이 각각 1명이었습니다.

비례대표 장애인당선자 21명 중 광역의원은 총 7명이었고, 나머지 14명은 기초의원이었습니다. 광역의원의 경우,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특별시의원으로 한나라당 고만규 곰두리봉사협회장, 민주당 이상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사가 당선이 됐습니다.

인천광역시의원으로 박순남(59) 인천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이 당선됐고, 광주광역시의원으로 정병문 광주장애인총연합회장이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공동대표가 당선됐습니다.

부산과 대전에서는 시각장애인 의원이 나왔는데요. 부산광역시의원으로 이경혜 부산시각장애인연합회장이 당선됐고, 대전광역시의원으로 이영옥 대전점자도서관장이 당선됐습니다.

이외에 제주특별자치도의원으로 당선된 박주희 후보는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팀장을 지낸 국민참여당 제주도당 여성위원장입니다.

비례대표 당선자 중에 주목할 만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상호 서울특별시의원 당선자입니다. 이 당선자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사로,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으로 활동해온 장애인 자립생활 운동가 1세대에 속하는 인물입니다.

이 당선자의 의회 진출이 의미 있는 것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진일보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2010지방선거장애인연대가 전국적으로 활동을 했는데요.

지방선거장애인연대측은 각 정당들에게 장애인당사자를 당선권 내에 배정하라고 촉구하는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습니다.

그리고 민주당이 정당 역사상 처음으로 이러한 요구에 화답을 했습니다. 지방선거장애인연대측에 총 3명의 장애인계 대표를 추천해달라고 요청을 해온 것인데요. 3명 중 1명으로 추천된 이상호 후보가 최종 선택을 받아서 결국 서울특별시의회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다.

장애인단체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를 선택해서 적극적인 지지 선언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행위를 두고 일부 장애인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즉, 당선될 것 같으니 미리 줄서는 것이라는 비판입니다. 장애인정책을 두고 협상을 벌이지 않았다면 맞는 지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모든 후보들에게 질의서를 보내서 답변을 받아 평가해 장애인정책이 가장 훌륭한 후보를 골라서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의 지지 선언도 있었습니다. 이는 장애인정책을 놓고 협상을 벌인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장애인 참정권 대책은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접근할 수 없는 투표소가 설치되는가하면 점자형 선거공보는 면수 제한까지 이뤄지고 말았습니다. 실제 투표 현장에서는 투표소 입구의 높은 턱 때문에 투표를 하지 못하고 되돌아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편의시설의 미비로 다른 사람에 의해 들려서 투표를 하는 광경도 목격됐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투표소의 장애인 접근성 문제에 목소리를 높인 장애인당사자 후보들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장애인을 대표해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이 정작 장애인들이 투표할 수 없는 환경에 대해서는 지적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번 선거부터 장애인당사자 후보자들이 활동보조인 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진일보한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장애인복지법에 의해 등록된 장애인후보자가 선거운동기간 동안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았다면 그 비용을 지자체로부터 보전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예비후보자의 활동보조인 비용 지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요. 현재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상 예비후보자의 선거비용은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장애인계에서는 예비후보자의 활동보조인 비용도 지원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까지 됐는데, 과연 어떠한 결정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묻습니다. 과연 이번 선거에서 장애인당사자들은 승리한 것일까요? 5.31지방선거 당시로 잠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당시 기사를 찾아보니 지역구의 경우 한나라당에서 26명, 열린우리당에서 3명의 장애인당선자가 나왔습니다.

비례대표의 경우 한나라당은 10명, 열린우리당은 3명, 민주당은 2명으로 총 15명이었습니다. 총 44명의 장애인당선자를 낸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106명의 장애인당선자를 냈으니 숫자로만 보면 장애인당사자의 승리가 맞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장애인을 많이 추천한 정당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과 중증장애인 후보자가 활동보조인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는 정책적 배경 위에서 이뤄진 결과여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인계 구석구석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보면,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장애인당선자들 중에서 정작 장애인을 위해서 일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은 의문으로 남습니다. 장애인을 위해서 어떠한 일을 했는지 알 수 있는 길도 없었습니다. 모니터링 시스템도 부재했다는 것입니다.

장애인당사자의 정치세력화가 의미가 있으려면 장애인을 위해서 일한다는 전제가 깔려야하는 것인데요. 그 전제가 없다면 숫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장애인을 위해서 일하지 않는다면 장애가 있든 없든 장애관련 경력이 있든 없든 큰 의미가 없습니다.

일단 선거는 끝이 났지만, 장애인 참정권 대책이 후퇴한 것과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개선 방안을 찾아내야할 것입니다. 어느 장애인은 투표도 못하는 현실인데, 어느 장애인은 배지를 달았다고 우쭐해서야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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