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오늘의 기고문에서는 대만의 'Eden Foundation'을 유엔장애인권리협약(UNCRPD, 이하 CRPD) 이행과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에게 시사 할 점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대만과 CRPD 비준, 이행과는 거리가 멀고 위의 사실상 제목도 오류다. 그 이유는 중국의 정치적 압력·횡포로 CRPD에 비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만 정부는 협약을 비준한 어느 국가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자국의 협약 이행을 원칙대로 심의하고 이행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울러 Eden Foundation은 우리와 인접한 지역의 장애인복지기관이기도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다소 알려지기도 했고, 직접 방문한 분들도 있다.

우선 대만은 근 50여 년 간 일본의 식민지 영향을 받아서 아직도 모든 면에서 일본풍이 매우 강하며 우리처럼 일본에 대한 적대감도 없는 듯하다.

CRPD에 비준은 못하였지만, 우선은 유엔위원회 공식 절차대로 6~7명의 국제심의위원회 (International Review Committee)를 위촉하여 2016년 국가보고서 심의를 대만 현장에서 했고, 시민사회의 대안적·비판적 보고서도 있었다.

이를 위해서 비즈니스 클래스 비행 편으로 위원들을 초청하여 일주일간 호텔에 묵게하며, U$ 5000불의 사례를 지급한다. 아마도 활동 보조인에게도 별도로 수당이 지급 되었을 것이다. 이 심의를 위해 쟁점목록 준비와 최종권고안도 채택했다.

필자도 제네바 현장에서 대만대사와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강하게 참여를 요청 받았었으나, 결국 중국 정부의 위원회에 대한 압력으로 포기하고 말았다.

2012년에 다시 국제심의위원회가 개최되는데 필자는 더 이상 권리위원회 전문위원이 아니었지만 2011년 이미 초청을 받은 상태다.

중국의 압력에 대해서 말하자면, 중국의 보고를 심의 하던 2014년 그때에도 위원회에 압력을 가하여 본 회의장에 약 20여명의 경비원들이 회의장을 감시하도록 하였다. 아마도 유엔에서 이런 일은 유사 이래 처음일 것이다. 외교압력의 황당함도 그렇거니와 이런 일은 아주 전무후무한 일이었다고 한다.

필자는 당시 중국 국가보고서 진행 실행 간사(rapporteur)로서 중국, 특별행정지역으로 알려진 홍콩과 마카오는 쟁점목록과 2일간의 심의 후 최종권고안을 준비하는 중책을 맡았다. 세 독립구가의 보고서와 유사한 방대한 양의 문서 분량이기 때문에 어려운 과제였다. 특히 중국은 인권의 문제와 시민사회의 활동에 대해서는 대단히 민감했다.

중국 정부의 초청으로 북경에도 갔었으나 은밀히 단 하나의 시각장애인 방송 운영자를 만났을 뿐이고 온통 관광, 공공기관 방문과 최대의 환대로 연막작전을 펼쳤다.

중국의 국가보고서 심의가 있던 날 홍콩의 한 국회의원의 인솔하에 약 16개의 홍콩장애 단체들이 대거 제네바 현장 회의 장소에 참여하여 8000만 중국 장애인들과 연대감을 보여주었다. 참으로 고무적이었으며, 2012년 경 북한의 보고서 심의 때에 남한의 단체들이 얼마나 참여해 줄까 궁금했다.

우선 대만의 Eden Foundation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일 년에 두 차례 필자를 초청해 주어 재단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나중에는 대만 전역의 장애인 단체 70여개의 종사자를 대상으로 권리협약에 대한 2 주간의 워크 샵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왕복 항공료, 호텔 체류, 사례금을 생각하면 상당한 예산을 세워야 했을 것이다. 아마도 향후에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필자의 저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해설」이 이미 만다린어로 번역되어 출판사로 넘어갔으니, 이 자료가 워크 샵에서 잘 활용 될 것 같다.

이 재단은 1982년에 '기독교의 사랑의 정신으로 사회의 약자를 지원 한다'는 비전으로 창립되었고, 2세~100세 까지의 이용자를 두고 있으며, 대만의 여러 지역에 120개의 지부 사무소, 사회주택, 요양시설, 직업 훈련소 등을 두고 있으며 말레지아 등 외국에도 지부가 있다.

현재 3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17%가 장애인 당사자이고, 60,000명의 대만 장애인들을 120여개의 지역에서 서비스 한다. 대만 정부로부터 매년 U$ 670억 불 상당의 지원금을 받는 독보적인 기관이다.

한국에는 '무장애 관광' 사업을 하는 기관으로 다소 알려져 있다.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여러 국제 사업 중 지뢰 피해가 심한 스리랑카, 캄보디아 등의 장애인 단체를 매년 초청하여 지뢰 피해의 문제점, 지뢰제거 등에 관한 워크 샵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국립대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후원하여 일 년에 한번 국제회의를 공동 진행한다. 워크샵은 주최 측에서 선정한 권리협약을 중심으로 1~2일 진행하며 토의와 질의 응답형식으로 진행한다. 필자의 별개의 강의가 포함된다.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일본식의 빠른 기차 편으로 대도시 소재 Eden 재단의 기관들을 방문하여 진행한다.

제네바에 참석했던 홍콩 시민단체와 국회의원.ⓒ김형식

인상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몇 차례의 워크 샵을 거치면서 몇 가지 딜레마에 봉착했다.

첫째는 근 40년 이상을 자선, 시혜, 복지 차원에서 장애인들에게 보호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제는 과잉 보호적인 복지가 아니라 권리의 기반에서 모든 프로그램이 운영되어야만 할 것이라는 강한 인식이다.

둘째는 장애인의 의료적 개념 (medical definition)을 탈피하여 사회적 모델과 인권적 개념을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는 것, 셋째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요양·주거 시설을 독립생활 기반의 탈 시설로 과감히 전환해야 된다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 과제는 이 기관의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사업이기도 했다. 다른 하나는 이 재단에서 필자가 공개 워크 샵을 진행할 때 최소한 2~30개의 단체와 인근대학의 교수 2~3명이 1~2일 간 동참하였는데, 그들의 협력과 호응, 관심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가장 보람 있는 것은 필자에게 2015년 경, '구체적으로 무엇을 했으면 좋겠느냐'고 문의해 왔을 때, “CRPD 이행 연구 센터-CRPD Practice and Research Center’를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음해 2016년 봄에 도착하니 약 100여명의 참석이 가능한 회의장과 7~8명의 직원을 갖춘 연구소를 별도로 만들어 놓았다. 얼마나 고무적이었던지. 이 센터의 비전은 여전히 인권기반의 장애 서비스로 장애인들을 옹호하겠는가이다.

핵심 목표로서는 CRPD 이행을 잘 진행하도록 대만 정부지원, 장애 NGOs와의 긴밀한 협조, 현장 장애인 서비스 종사자들의 지속적 훈련 그리고 CRPD 관련 연구수행이다.

필자는 가끔 한국에도 장애계 내에 이런 현장 전문가 훈련원이 있으면 하는 희망으로 몇몇 대학 교수들에게도 운을 띄어 본적이 있으나 실현된 것은 물론 없다.

혹은 Eden Foundation과의 파트너십을 엮어도 보고 싶었는데, 한국의 단체들이 국제회의 유치에 투자하는 열정에 비하면 이런 제안에는 관심이 없었고, 너무 분주하고 거기다가 ‘우월의식’ 때문에 성사 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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