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양천구 장애인단체 3개 기관은 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인단체 장기근속자 휴식과 재충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이 연수에는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세 개 기관의 장기근속자가 참여했다.

연수단은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평균 10년 이상 경력의 장기근속 활동가들이 ‘어떻게 하면 잘 쉬고, 잘 충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였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의 전망과 우리의 전망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립생활프로그램(ILP-Independent Living Program)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하였다.

여러 차례 학습과 회의를 통해 자립생활센터 및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기관방문,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오사카 지역을 선정하였고, 기존 한-일 네트워크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연수를 기획하였다.

든든한 나의 동료와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만들어갈 롱런(long run)의 힘을 얻기 위해 떠난 4박5일 일본연수! 총 4편에 걸쳐 연수단이 다녀온 곳을 소개하고,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마지막은 ‘오사카 철도교통 체험기’다.

우리 연수단은 첫째 날 Big-i(빅아이)국제장애인교류센터, 둘째 날 오사카 시내, 셋째 날 ATC 에이지리스센터, 넷째 날 효고현에 위치한 메인스트림협회, 다섯째 날 공항까지 매일 철도로 이동을 하였다. 4박 5일 중 하루에 꼭 한 번씩은 경험했던 철도교통을 소개한다.

지하철 진입 엘리베이터 옆에 설치된 표지판.“사람에게 편한 마을 만들기”를 추진하고 있습니다.-오사카시.ⓒ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사카 시의 교통은 오사카 역(우메다[梅田])이 중심이며 도카이도[東海島] 본선을 비롯해 오사카 환상선, 사쿠라지마선[桜島線] 외에 호쿠리쿠[北陸]·산요[山陽]·산인[山陰]·시고쿠·큐슈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지로 명실 공히 서일본 교통의 거점이다.

오사카의 지하철은 1933년 우메다-신사이바시[八齊橋]를 연결하는 것을 시초로 1984년 현재 6호선까지 건설되어 있으며, 총연장 거리는 90.9㎞이다.

오사카를 중심으로 북동쪽으로는 교토와 나라, 북서쪽으로는 고베, 동쪽으로는 도쿄까지 신칸센이나 JR 등을 통해 갈 수 있다.

국내의 지하철은 플랫폼과 열차 사이의 간격이 넓어 탑승 시 휠체어의 작은 바퀴가 끼일 수 있다는 불안과 위험이 존재한다. 오사카 철도 역시 플랫폼과 열차와의 간격은 똑같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불안을 메꿔주는 시스템! 바로 역무원! 일본 지하철의 역무원은 장애인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티켓을 끊고 들어가는 시점부터 개찰구를 나올 때까지 틈새 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티켓을 구입하고 개찰구 쪽에 있는 안내소에 있는 역무원에게 환승역과 도착역, 인원을 이야기하면 역무원은 인원을 확인하고, 플랫폼까지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안내하고, 플랫폼까지 동행하기도 한다.

플랫폼에 도착하면 역무원은 우리가 탑승할 철도의 시간을 안내하고(오사카의 우메다역이나 오사카 난바역과 같이 큰 역사는 종착지가 다른 열차가 같은 플랫폼을 쓰기 때문에 열차 시간을 정확하게 안내해 준다.), 이동식 안전발판(와타리이타)을 가져와 옆에서 대기한다.

열차가 도착하면 휴대하고 있던 이동식 안전발판(와타리이타)을 열차와 플랫폼 사이에 놓고, 편리하게 탑승하도록 돕는다. 환승역이나 목적지에 도착하면 출입문에서 역무원이 대기하여 탑승 때와 같이 하차도 지원한다.

탑승하기 전에 도착지 역무원에게 도착역과 출입문 번호를 알려주는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탑승 때만 지원하는 우리와 달리 하차할 때에도 서비스하는 점이 크게 다르다.

장애인당사자 연수단원은 “일본의 역무원들은 휠체어 이용 당사자들을 소비자, 즉 고객으로 성의를 다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비자로 대우하기 때문에 당사자 스스로 권리를 가진 주체로 인식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이동식 안전발판(와타리이타)(왼쪽). 역무원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이동을 돕고 있다.(오른쪽).ⓒ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또한 역사 안에 있는 장애인 화장실. 아래 사진은 개찰구 가까이 위치한 화장실로 성별표시 보다 장애인 표시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누구라도 쉽게 이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화장실 내부의 편의시설 또한 설치가 잘 되어 있다. 도쿄 지하철의 경우, 플랫폼 안에 설치된 장애인 화장실이 있을 정도로 이동 편의뿐만 아니라 생리적인 부분도 적절하게 배려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찰구 앞에 위치한 화장실. 여성을 상징하는 표시보다 앞쪽에 위치하며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하였다.ⓒ사람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2019년 일본 연수를 정리하면서 이전에 우리 센터(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추진한 일본연수가 떠올랐다.

우리 센터는 구의회, 집행부, NGO, 언론이 함께하는 ‘모자이크 네트워크 일본연수단’을 꾸리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에 다녀왔다.

이 연수 이후 여러 정책 성과 중 하나로 2007년 모자이크네트워크 일본연수를 통해 이동식 안전발판의 국내 도입을 촉구하여 서울시 관할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메트로(현재, 서울교통공사로 통합)가 2008년 말부터 지하철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를 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가 시작되고 11년이 흘렀다. 일본을 다녀오고 나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와 겹쳐 보게 된다. 우리의 지하철 서비스에 대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평가는 어떨까?

실제로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를 요청했을 때 대체로 사회복무요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플랫폼까지 이동할 때에도 장애인들은 거의 상관없는 사람처럼 목적지에 먼저 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왕 제공하는 서비스라면 친절교육이나 서비스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의 직업의식을 기대하지 않더라도 근무시간만큼은 충실해야 하지는 않을까?” 여러 질문들이 지나간다.

또한 출발 전에 도착지에도 경사로 서비스를 해 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도착지에서는 경사로 없이 열차와 플랫폼 사이를 지나야 한다. 서비스 안내자는 출발과 함께 도착지도 확인해서 동일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지하철 이동식 경사로 서비스 전반을 점검하고 서비스를 개선하여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친절하고 편리하고 친절한 교통수단으로 인식하는 혁신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 시민 중에 장애인 당사자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지하철 엘리베이터 탑승을 기다리는 연수단.ⓒ사람사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 글은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 연수단으로 참여한 강인영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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