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양천구 장애인단체 3개 기관은 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인단체 장기근속자 휴식과 재충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이 연수에는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세 개 기관의 장기근속자가 참여했다.

연수단은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평균 10년 이상 경력의 장기근속 활동가들이 ‘어떻게 하면 잘 쉬고, 잘 충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였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의 전망과 우리의 전망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립생활프로그램(ILP-Independent Living Program)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하였다.

여러 차례 학습과 회의를 통해 자립생활센터 및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기관방문,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오사카 지역을 선정하였고, 기존 한-일 네트워크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연수를 기획하였다.

든든한 나의 동료와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만들어갈 롱런(long run)의 힘을 얻기 위해 떠난 4박5일 일본연수! 총 4편에 걸쳐 연수단이 다녀온 곳을 소개하고,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두 번째는 작은 차이, 일본 오사카 “ATC 에이지리스(Ageless) 센터”방문기다.

일본 오사카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드 센터(ATC) 내에 위치한 일본 최대 규모의 간병, 복지, 건강관련 보조기구 상설전시장인 ATC Ageless센터(이하, 센터)를 방문하였다.

센터는 1996년 4월에 개설하였으며, ATC 에이지리스센터 실행위원회, 오사카시와 아시아태평양 트레이드센터 주식회사가 주최이다. 후원단체들이 인상적인데 오사카시의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계 단체, 의료, 사회복지, 의료공학 단체 등 폭넓은 단체들이 포함되어 있다.

센터의 규모는 5,000㎡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데 한국에서 일 년에 한 번 정도 일산 킨텍스에서 진행되는 보조공학 전시회와 비슷하지만 이곳은 상설 전시장이다. 한국에서는 일 년에 한두 번밖에 접할 수 없는 것을 원할 때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상시 전시한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센터의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휴관일 월요일, 연말연시)이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견학을 원할 경우, 전화로 가 예약을 한 후 인터넷 접수를 해야 하며, 통역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

통역이 필요한 경우에는 통역자를 섭외한 후 인터넷 접수를 해야 한다(홈페이지 https://www.ageless.gr.jp).

ATC Ageless센터 한국어 안내문.ⓒ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시장의 구성은 A Zone부터 L Zone으로 총 10개로 이동기구, 간병용 침대와 욕창 방지용품, 입욕용품, 이동식 화장실, 화장실용품, 커뮤니케이션 기구, 일상생활용품, 주택설비, 건강기기류, 치유 로봇 등 다양한 품목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전시장, 견학인들을 위한 안내룸, 고령자들을 위한 액티브/커뮤니티 광장 등이 있다.

단순한 제품 전시와 더불어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코너와 고령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보제공, 이벤트 및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전시장은 50여개의 기업체가 참여하고 있으며, 센터는 제품 소개를 비롯하여 판매도 지원하고 있다.

우리의 견학을 맡았던 담당자는 여태까지 복지나 의료공학 전문가나 실무자, 교수, 대학생 등을 대상으로 견학을 진행했는데 이렇게 장애인에게 소개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개호서비스의 주 대상인 어르신이 중심이고, 장애가 포함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연수단은 접수대에 도착하여 기관명을 확인하고 견학을 도와줄 직원을 만날 수 있었다. 먼저 안내룸에서 한글로 된 영상으로 센터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를 감상했다.

이후 자리를 옮겨 여러 제품에 대한 설명과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에이지리스(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나이야 가라!!” 정도라고 할까?)라는 이름처럼 나이나 장애로 인한 제약을 잊게 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넓은 공간에 분야별로 배치되어 있었다.

여러 다양한 제품들이 많이 있었는데 새롭고 가장 인상적인 제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목욕의 나라 일본답게 목욕을 할 때 입욕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기구로 신체 보조가 많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이나 어르신(이하, 이용 당사자)이 벽에 장착된 리프트 기구로 편리하게 욕조까지 들어갈 수 있는 장치였다.

리프트는 수동으로 하는 것이 전기료에 대한 부담도 적고, 레버를 가볍게 돌려 좌우로 이동, 입욕까지 할 수 있다. 이용 당사자와 지원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벽 쪽에 부착된 레버를 가볍게 돌려 욕조까지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음은 용변 후 냄새 없이 깔끔하게 처리해주는 이동형 변기의자이다. 이동형 변기 의자 안에는 비닐이 있으며 용변을 보기 전 변기 속에 응고재를 투입한다.

이후 용변을 보면 응고재가 작용을 하여 대소변을 응고시키고, 자동으로 입구를 열처리로 봉합하여 바로 간편하게 버릴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기능도 기능이지만 이런 기구가 왜 필요한지를 말하는 가이드의 설명이 더 놀라웠다.

“음식을 먹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즐거움입니다. 대소변에 부담을 느낄 경우,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해소의 어려움은 우울감을 가져옵니다. 또한 대소변의 냄새는 쉽게 서비스 당사자나 집안에 배어 가족이나 지원자가 케어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고, 결국 이것은 이용 당사자가 자존감을 잃는 원인이 됩니다.”

이 기구가 어떤 기능을 가졌는가보다 인간의 기본적 욕구, 존엄성을 바탕으로 제품을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동식 변기의자로 변기 아래에는 비닐이 있으며 용변을 마친 후에는 자동으로 봉합이 된다.ⓒ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음은 이동기구로 앞바퀴의 좌우 회전 없이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전동휠체어 WHILL과 수동휠체어에 부착하여 빠른 이동을 돕는 전동 바퀴를 체험했다.

WHILL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스마트한 디자인으로 조이스틱도 단순하게 제작되었고 굉장히 부드럽게 움직인다.

특별한 것은 앞바퀴! 앞바퀴는 좌우 움직임 없이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앞바퀴의 타이어가 세로로 된 크고 작은 타이어 조각들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사륜구동(4WD, 4 Wheel Drive)이라 험한 길 주행에도 유리하다.

(왼쪽부터)WHILL 체험 중, 한 번의 힘으로 가속도가 붙어 쉽게 이동할 수 있는 전동바퀴,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전동휠체어.ⓒ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수동휠체어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전동 바퀴는 힘차게 바퀴를 밀면 속도가 붙어 빠르게 이동이 가능하다. 긴 직선거리를 이동할 때 적은 힘으로 먼 길을 갈 수 있다. 체험하면서 가속도가 붙을 때마다 우리는 연신 “우와~, 우와~”를 외쳐댔다.

또한 형태로 접기가 가능한 침대로 지원자들이 허리를 많이 숙이지 않고 목과 무릎 쪽에 팔을 넣어 침대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 당사자들을 보조하는 지원자들이 큰 부담 없이 지원할 수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자들의 부담을 줄여 지원을 받는 이용 당사자들도 편하게 자신의 몸을 맡길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일상생활기구와 이동기구뿐만 아니라 이용 당사자들의 정서적 지지를 하는 치유로봇 파로는 센터의 자랑거리!! 바다표범형 로봇 ‘파로’는 2002년 2월 26일 세계 제일의 치유 로봇으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파로'의 전신에는 10여개의 센서가 장착되어 있어 시각, 청각, 촉각, 운동 감각 등의 기능이 자유롭다. 이 센서로 사람이나 이름을 부르면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응시하며, 머리를 쓰다듬으면 잠을 자기도 한다.

또한 주위의 상황을 감지해 흡사 마음이나 감정이 있는 것 같이 울음소리를 내거나 반응의 방법을 달리 한다. 스스로 이동은 어렵다. 파로는 학습이 가능한 성장형 로봇으로 파로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순하게 성장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인 애완 로봇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연수단은 한참을 파로를 쓰다듬고 볼을 비비면서 신기하게도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문제! 파로의 전원 스위치 어디에 있고, 충전은 어떻게 할까? 전원 스위치는 엉덩이 쪽에 있으며, 충전은 공갈 젖꼭지로 된 충전지를 입에 넣으면 된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제 그렇게 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용 당사자들의 정서적 지지를 하는 치유로봇 파로.ⓒ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외에도 다양한 보조기구들을 견학하고, 일상생활과 관련 있는 다양한 도구들을 체험하면서 연수를 마쳤다.

우리의 견학을 지원한 직원은 마무리에서 일본은 아직도 서구의 선진국에 비하면 이용 당사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서비스가 많이 부족하다고 겸손의 말을 하였다. 우리나라도 그렇다고 말하자, 한국과 일본이 모두 이용 당사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고 노력하자고 말했다.

빽빽하게 늘어선 부스,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한 전시장, 침을 튀기며 보조기기의 기능을 설명하는 보조기기 회사의 홍보사원의 모습에서 경제 논리만이 가득한 국내 대규모 보조기기 전시회와 비교가 되었다.

장애가 있더라도 부담 없이 다른 사람에게 몸을 맡기고 생활할 수 있도록 기술이 진보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인상 깊었다. 장기적으로 지원하게 되는 가족이나 지원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배려 또한 기억에 남는다. 가격은 탁월한 기능만큼이나 값어치를 했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기에 욕심이 났다.

무엇보다 도구의 기능이나 기술보다 인간의 존엄한 삶을 기반에 둔 설명은 44년을 살면서 처음 들어보기에 마음에 남았다.

보조기기 체험 중인 연수단과 ATC입구 앞에서 기념촬영.ⓒ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 글은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 연수단으로 참여한 임종민, 강인영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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