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양천구 장애인단체 3개 기관은 한국장애인재단 「장애인단체 장기근속자 휴식과 재충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를 다녀왔다.

이 연수에는 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단법인 장애와사회, 사람중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세 개 기관의 장기근속자가 참여했다.

연수단은 한국장애인재단 지원사업을 신청하면서 평균 10년 이상 경력의 장기근속 활동가들이 ‘어떻게 하면 잘 쉬고, 잘 충전할 수 있을까?’ 고민을 시작하였다.

고민 끝에 우리는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우리의 고민을 함께 공유하며 나의 전망과 우리의 전망을 그려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누군가의 자립생활프로그램(ILP-Independent Living Program)이 아닌 우리 스스로를 위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을 기획해보기로 하였다.

여러 차례 학습과 회의를 통해 자립생활센터 및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기관방문,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일본의 오사카 지역을 선정하였고, 기존 한-일 네트워크와 인적자원을 활용하여 연수를 기획하였다.

든든한 나의 동료와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 나누며 함께 만들어갈 롱런(long run)의 힘을 얻기 위해 떠난 4박5일 일본연수! 총 4편에 걸쳐 연수단이 다녀온 곳을 소개하고, 느낀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작은 차이, 작은 배려가 크게 느껴지는 곳 모두를 위한 시설, 국제장애인교류센터(BIG-I)다.

국제장애인교류센터(BIG-I) 전경.ⓒ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우리 연수단이 첫 번째 발도장을 찍은 곳은 바로 오사카부 사카이시에 위치한 국제장애인교류센터BIG-I (이하 빅아이)이다.

빅아이는 ‘장애인 스스로 개최하는 국제교류활동, 예술, 문화활동 장소’로 2001년에 설립된 곳이다.1500명이 수용 가능한 다목적홀, 다양한 세미나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설치된 35개의 객실이 한 건물에 있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에 걸맞게 모든 시설이 완전 배리어프리로 되어있으며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완벽하게 설계·건축되어있는 곳이다. 우리 연수단은 이곳에 머물며 곳곳을 살펴보고, 세심한 배려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지만 비장애인들도 함께 이용하고 있다. 호텔급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실제로 우리 연수단은 이곳에 머물며 노인을 비롯한 비장애인과 경증부터 최중증의 장애인까지 많은 투숙객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이곳은 지하철 이즈미가오카역 바로 앞에 위치하고 육교로 연결되어 있어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오사카 간사이 공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외국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찾아올 수 있는 뛰어난 접근성이 큰 강점이다.

휠체어 장애인 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홀.ⓒ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목적 홀은 정말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홀이었다. 1500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크고 넓은 시설이며, 특히 휠체어 3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곳이다. 모든 동선에 경사로를 설치하여 휠체어 접근이 매우 용이했고, 특수 바닥 승강 장치를 통해 일반의자가 휠체어석으로 변경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있었다. (실제 작동하는 것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휠체어 장애인이 편안하게 다양한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편의시설을 갖춘 객실 내부.ⓒ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모든 객실이 배리어프리,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리프트 방은 리모컨 하나로 전동침대에서부터 욕실 욕조 안까지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리프트가 설치되어 있었다.

발코니 비상경로 사진.ⓒ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숙소 발코니에 설치된 비상구였다. 휠체어 장애인이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일본이 지진과 재난이 많기도 하지만 재난취약자인 장애인을 위해 설계단계부터 많은 고민을 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의 숙소는 이러한 편의시설이 아주 잘 갖춰져 있을 뿐만 아니라 창문을 열면 경치가 아주 좋았다.

고요한 호수 주변을 산책하면 다른 힐링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몸과 마음을 편히 내려놓고 쉴 수 있는 최고의 숙소였다.

이렇게 눈에 보이는 편의시설 외에 세심한 디자인과 편의시설이 있었는데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카운터의 지팡이 지지대였다.

지팡이 지지대 사진ⓒ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아주 작은 홈과 그 안에 고무패킹이 있었는데 바로 우산이나 지팡이를 꽂고 편하게 체크인을 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었다. 이러한 지지대는 식당과 화장실 세면대 곳곳에 있었다. 작은 배려를 찾는 재미가 있었다.

발로 조작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조작버튼과 비상벨ⓒ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체크인을 마치고 숙소로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세심함을 또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공간이 매우 넓었고 모든 버튼이 굉장히 큼지막했다. 그리고 버튼은 손이 닿는 위치뿐만 아니라 발이 닿는 위치에도 있었다.

또 다른 엘리베이터는 아예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모든 버튼이 자동으로 눌렸다. 혹시나 어떠한 불편함으로 버튼을 누르지 못하는 사람을 배려한 것이다.

눈에 띄는 것은 비상벨까지 발로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는 점이었다. 여기서도 재난에 취약한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내 음성을 통해 모든 상황을 계속해서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흔히 볼 수 있는 장애인화장실도 더 넓게 설계되어 있었고 시각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위해 그림, 이니셜이 매우 선명했으며 색으로 차이를 둬서 쉽게 구분할 수 있었다. 내부 편의시설도 완벽했고 비상벨 하나까지 신경 쓴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연수단 단체사진ⓒ사람사랑양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 만든 후에 편의시설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처음부터 세심하게 고려하여 설계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 누구나 이용하기 편리한 시설은 바로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 작은 디테일이 장벽을 낮추고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임산부, 아동 등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곳이었다.

*이 글은 ‘활동가의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일본연수’ 연수단으로 참가한 송효진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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