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바라보는 OECD국가 대한민국에서 최근 뜬금없이 ‘노예 문제’가 등장하여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경기도 포천에 있는 ‘아프리카예술박물관’에서 아프리카에서 온 예술가들을 노예처럼 부린 사건과 전남 신안군 염전에서 장애인들을 노예로 부리며 노동 착취를 한 사건이다. 이 두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된 ‘인권 불감증’을 드러내주는 극단의 예라 할 수 있다.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의 경우는 특히 이사장이 집권당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이라서 더욱 충격을 주었다. 그들은 짐바브웨 출신 조각가 4명과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수 등 공연예술가 8명을 상대로 저임금, 고된 노동, 비인간적인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예처럼 부리다 당사자의 눈물어린 호소로 발각 당한 것이다. 그야말로 국격을 떨어뜨리는 국제적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수치를 넘어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 것이 염전 노예 사건이다. 그들은 인신매매로 데려온 장애인들을 오랜 기간 인부로 부리면서 월급을 전혀 주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강제노역과 감금 등 인권침해를 일삼았다. 이번에 노예생활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장애인들은 수차례에 걸쳐 탈출을 시도했지만 다시 잡혀 매질과 심한 협박을 당한 끝에 겁에 질려 더 이상의 탈출 시도도 포기했다고 한다.

이런 지옥 같은 인권침해 현장이 가능하게 된 것은 현지 경찰과 업주와의 유착 의혹, 심지어는 주민과 경찰과 업주 사이의 침묵의 삼각 카르텔이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탈출해 성공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 장애인이 왜 코앞의 경찰서를 놓아두고 애써 먼 곳의 우체국까지 가서 SOS를 쳤는지를 생각해 보면, 그만큼 현지 경찰을 믿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신안군을 비롯하여 서남해안에서 나오는 천일염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명품’이다. 하지만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를 노예처럼 부려 만든 천일염을 명품으로 계속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을까. 지역사회부터 부끄러워해야 할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노동착취는 그 뿌리가 깊다. 특히 단순노동에 적합하다고 여겨지는 지적장애인들과 시청각장애인들 그리고 경증 지체장애인들은 오래 전부터 음성적인 불법 노동시장의 노동착취의 주요 대상이 되어왔다. 그것은 이제껏 대다수 장애인복지시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실은 그야말로 아이러니가 아닌가.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일반인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정상적인 노동시장에는 진입하기도 어려운 장애인들이 오히려 감금과 강제노역 등이 벌어지는 비정상적인 불법 노동시장에선 다반사로 노동착취를 당하며 살고 있는 현실은 대한민국 장애인 노동 현실의 뼈아픈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이 장애인 인권 문제인 까닭이고, 장애인권리옹호체제인 P&A시스템의 도입이 시급한 이유이다.

마침 지난 2월 4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안철수 의원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행복포럼에서 주관해 “중증장애인 ‘보호와 옹호(P&A)’ 시스템 방안 연구”라는 주제 하에 개최한 ‘장애인 권리옹호체계 확립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미국의 P&A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한국에 도입하여 법제화시킬 필요성에 대해 참석자 모두가 공감하였다.

P&A(Protection and Advocacy)는 부당한 인권침해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고하고 권리를 옹호하기 위한 미국의 장애인권리옹호체계로, P&A기관들은 장애인을 보호하고 옹호해야 할 책임을 가지며 장애인의 학대, 방임 또는 권리의 침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제도를 모범으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권리옹호제도를 만들 필요성이 있으며, 무엇보다 장애인계의 오랜 숙원인 법제화가 올해 안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침 보건복지부 장관이 ‘법제화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답변을 한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드는 염전 노예 사건을 접하면서 다시 천부인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하늘로부터 절대적 존엄성을 부여받은 모든 인간은 그 어떤 경우에도 착취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될 것이다. 인권 보장, 특히 장애인과 같은 힘없는 이들에 대한 인권 보장이야말로 한 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의 바로미터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국가책임주의적인 입장에서 장애인복지, 특히 올바른 장애인 노동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결국 장애인복지의 이 모든 문제는 장애인을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에 비롯되고 있는 까닭이다.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예산은 아직도 장애인복지시설 위주인데, 이것을 장애인 개개인이 사회 속에 자립하고 통합하는 데 쓴다면 얼마나 놀라운 성과를 거둘 것인지를 정부는 깨달아야 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미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실제적으로도 복지예산 자체의 절감 효과도 거두고 있다.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직업재활을 통하여 고용창출에도 기여하면서 그야말로 생산적 복지, 참여적 복지, 맞춤형 복지 실현에도 이바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목표가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ㆍ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인데, 장애인 노동과 인권 문제는 이 국정목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져 있다.

따라서 정부는 장애인들이 음성적 불법 노동시장에서 노예처럼 부당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비인간적인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것이다.

장애인들을 정상적인 노동시장으로 유인해 내는 실효성 있는 장애인 노동정책을 수립해 장애인들이 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효 인력화해야 할 것이다.

*이글은 안철수 정책네트워크 내일 장애인 행복포럼 대표, 새정치추진위원회 추진위원인 정중규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누구나 기고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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