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정여사’의 한 장면. ⓒkbs

정말 웃을 일이 없다. 온통 힘들다는 소리고, 둘만 모여도 편가르기로 표정이 굳어버린다. 우리 한국 사람들이 웃을 수 있는 시간은 매주 일요일 저녁 <개그콘서트>(kbs 2tv)를 시청할 때이다.

올 한해 <개그콘서트>는 정말 많은 웃음을 선사했다. 코너 「멘붕」 교실의 ‘사람이 아니무니다’는 우리 사회에 사람이 아닌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람이 아닌 캐릭터를 갸루상으로 설정한 것은 올해 유난히 시끄러웠던 독도 문제로 일본과의 감정이 그 어느 때보다 빨간색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더 지독해” 라는 말로 마무리를 짓는 「정여사」는 너무라는 부정적 부사를 한국인의 웃음 코드로 만들었다. ~~너무 라고만 해도 웃음이 빵 터진다. 부정을 긍정으로 만든 것이다.

「정여사」에 등장한 브라우닝이란 인형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도 <개그콘서트>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웃음은 부정을 긍정으로도 만들고 무생물을 살아있는 생명으로도 만드는 기적같은 힘을 갖고 있다.

난 지금 <개그콘서트>를 광고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웃음 코드를 만들어낸 <개그콘서트> 작가가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이란 사실을 밝히고 싶어서이다.

지난 12일 ‘25회 한국방송작가가상 시상식’이 있었는데 예능부문 수상자 이상덕 작가가 시상식장을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아주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시상 소감을 발표할 때 숨을 가뻐하며 “계단 4개를 올라왔는데 산에 올라온 것처럼 숨이 차네요”라는 말로 시작했다.

그는 방송작가 경력 20년인 베테랑이다. 주요 집필 작품을 보면 <한바탕 웃음으로>, <폭소대작전>, <코미디 세상만사> 등 주요 코미디 프로그램은 모두 그의 머리에서 나온 웃음이었다.

삶에 지친 우리 국민들을 웃게 한 사람이 장애인 작가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애인을 우울한 존재로 장애인은 웃음이 없는 사람으로 보고 있는 사회적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오류인가를 잘 말해준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뭔가를 베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애인작가 한명이 전국민을 웃기고 있으니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받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코미디가 아닐까 싶다.

<개그콘서트>의 웃음이 건강한 것은 그 작가가 장애라는 남다른 문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약자를 이해하니까 「거지의 품격」품격 같은 코너가 나올 수 있고, 「네가지」를 통해 편견이 얼마나 무거운 고질병인가를 대변해주고 있다.

한국의 웃음 코드 <개그콘서트> 작가가 장애인이라는 그것도 장애가 너무 심하다는 사실은 장애 때문에 평가 절하를 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웃음이다. 웃음만이 우리 국민들을 힐링(치유)해줄 수 있다. 대한민국을 웃게 만드는 이상덕 작가야말로 한국의 소중한 보물이다. 우리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지도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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